[Travel & Leisure] 빨리 가야하는데 계속 붙잡네…휴게소가, 이래도 되는겁니까

입력
수정2019.08.30. 오후 8:36
기사원문
신익수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테마파크 뺨치는 고속도로 휴게소

◆ 신익수 기자의 비밀여행단 ◆

덕평자연휴게소의 명물 우주타워. 놀이기구처럼 입장권을 끊은 뒤 원형으로 된 판 위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 고정 안전벨트가 채워진 뒤 하늘로 향한다. 마치 롯데월드의 자이로드롭을 닮은 형상. 의자는 지상 35m 높이까지 솟구친 뒤 천천히 회전한다. 앞 테이블에 휴대전화를 놓으면 같이 탄 직원이 허공 인생샷을 찍어준다.
에지 있는 여행지? 아니다. '너지(Nudge·팔꿈치로 쿡 찌르다)' 있는 여행 포인트다. 게다가 다음주 민족의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꼭 들를 수밖에 없는 곳. 테마파크 뺨치는 휴게소 되시겠다. 유의사항 한 가지. 과장 좀 보태서 너무 즐기다 보면 고향 못 가신다. 자제하시길.

상상 초월 반전 휴게소 덕평

"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게 휴게소에서 나올 법한 감탄사인가. 직접 눈으로 봐야 위용이 느껴진다. 벤치와 앙증맞은 아트 쓰레기통이 작품처럼 버티는 곳. 지상 35m 허공 카페에서 가을 하늘을 품을 수 있는 곳. 여행지가 아니다. 휴게소다. 경기도 이천 마장면의 덕평자연휴게소. '너지'로 정평이 난 곳이다. 취재를 위해 이곳을 찾은 건 무려 3~4년만. 놀랍다. 천지개벽이다. 실개천과 인공연못이 한눈에 보이는 18만8790㎡(약 5만7000평)짜리 초대형 정원형 용지. 정중앙에는 아파트 3층 높이 거대한 조각상(패트릭 도허티의 길벗)이 여전히 둥지를 틀고 있다. 숲길은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나무껍데기에 흰눈이 쌓인 듯한 하얀색 자작나무. 각양각색 러브 벤치도 여전하다.

1차 너지는 홍익대와 협업해 만든 아트 쓰레기통의 네이밍. '지구를 위한 주사기' '숲속의 부엉이' '환경의 자명종 시계'. 아, 과연 누가 '지구를 위한 주사기'의 약물이 될 쓰레기통에 오물을 던져 넣겠는가.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미니 연못 주위에는 수변 데크까지 갖춰져 있다. 저건 뭘까. 중앙정원 한 귀퉁이 빨간 공중전화 부스. 슬쩍 들어가 수화기를 들었더니 웬걸. 추억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뮤직박스였던 셈.

덕평휴게소 컨테이너형 강아지 테마파크 `달려라 코코`.
두 번째 너지는 컨테이너 박스 '달려라 코코(KoKo)'다. 휴게소임에도 불구하고 발칙하게 '세계 최고의 강아지 파크'를 지향하는 곳. 반려견과 함께 힐링하는 공간이다. 푸른 잔디 위에서 반려견들이 뛰노는 애견 놀이터는 기본. 애견 카페(코코카페), 애견 위생실, 애견 호텔(코코하우스)까지 갖추고 있다. 심지어 9월까지는 반려견 풀도 운영한다. 개팔자, 상팔자다.

세 번째 너지는 아이들 열광하는 우주 놀이터. 해가 뉘엿뉘엿 지는 때가 하늘정원 방문 골든타임이다. 어둑어둑해지면 중앙정원 옆 '별빛정원 우주'에 각양각색 조명이 별처럼 빛나기 시작한다. 은은한 음악에 화려한 불빛 쇼가 펼쳐지는 로맨틱가든은 사랑꾼들의 핫스폿이다. 빛터널 '갤럭시101'도 압권. 국내에서 가장 긴 101m 빛의 터널은 마치 은하수 속을 걷는 듯한 분위기다.

덕평휴게소엔 국내 최장 빛터널 `갤럭시101`이 있다.
별빛정원 우주 곳곳에 자리 잡은 아트큐브도 인상적이다. 아담한 육면체 건물 안에 빛을 이용한 미디어 아트 작품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파이프오르간을 닮은 조형물에 오로라처럼 황홀한 빛이 춤을 추고, 화려한 조명 아래 북 치는 모습이 천장 거울 속에서 작품이 된다. 한 방에 이 별빛정원을 품으려면 우주타워에 오르면 된다. 한마디로 아찔한 어트랙션 콘셉트. 자이로드롭을 닮은 의자가 지상 35m 높이까지 피융 솟구치면, 순식간에 '하늘 카페'로 변신한다.

잊을 뻔했다. 이곳 최고의 너지 화장실. 남자화장실 변기 코앞에는 모니터가 놓여 있다. 모니터 위에 익숙한 글씨. '오줌빨 대결! 남자의 자존심을 지켜라!' 다시 모니터로 시선이 내려간다. 모니터 속 캐릭터 두 명이 노려보고 있다. 어라. 힘을 주자 코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며 상대 캐릭터와 싸우고 있다. 약속이나 한 듯 옆 변기 여행족과 눈이 마주친다. 약속이나 한 듯 눈에 불꽃이 튀며 재차 힘을 준다. 튕겨냈다. 'You win.' 승리다. 자존심을 지켰다. 너지 대명사 '변기 속 똥파리'를 뛰어넘는 최고의 너지다.

▶덕평휴게소 주변 즐길 곳=덕평자연휴게소를 품은 이천은 도자기의 도시다. 이천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藝's Park)는 도자기 장인들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문화 공간. 아트 스테이(예술 민박)를 운영하는 공방까지 있으니 이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이천 곳곳을 둘러보면 딱이다.

강원의 속살을 품은 인제 내린천휴게소

도도하다. 양양고속도로를 내달리다 눈에 콱 박히는 건물. 드론의 시선으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V형태로 허공에 둥지를 튼 국내 최초 상공(上空)형 휴게소 내린천이다. 말도 안된다. 휴게소 밑으론 차가 쌩쌩 달린다. 도로 위 허공의 휴게소 공간에서 여행족이 웃고 떠든다. 하늘을 향해 코를 치켜든 듯한 위풍당당함. 도도함의 극치다.

이곳의 1차 너지는 두발할 필요 없이 외형. V자형 UFO를 닮은 허공형 휴게소, 마치 곧 이륙할 듯 도도함을 드러내고 있다. 실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바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옥상 전망대로 내리 달렸다.

굽이굽이 연결된 강원도 산맥의 파노라마 풍광. 아래로는 명불허전, 내린천이 눈에 박힌다. 숨 돌릴 틈 없이 우측에서 박히는 학의 형상. 학이 날개를 편 듯 우아한 내린천교다. 밤에는 내린천교가 조명까지 품는다. 옥상 전망대 중심까지는 나무 데크 길이다. 구름이 아래로 깔릴 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산길을 걷는 듯 착각이 들 정도. 비 온 뒤 안개가 산등성이를 넘는 날 풍광은 더욱 환상적이다.

내부도 압권이다. 에스컬레이터로 닿는 4층 전망 카페는 5성급 호텔 뺨친다. 미술관처럼 높은 천장을 메운 크리스털 소재. 가족 단위로 테이블을 분리해둔 것도 마음에 든다. 스터디 카페처럼 휴대전화 충전을 위해 콘센트 이용석도 있다.

3~4층에는 환경 전시관인 백두숨길관도 있다. 4층 제1전시실에서는 동홍천~양양고속도로와 인제양양터널 건설 과정을, 3층 제2전시실에서는 백두대간 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다. 이곳 으뜸 먹방은 콩과 황태. 인제에서 키운 콩을 이용한 두부 요리와 용대리 황태로 만든 황태정식이 하이라이트다. 또 다른 너지는 생태습지공원. 버드나무와 메타세쿼이아, 자작나무 같은 수목, 갈대와 애기부들, 창포, 가시연꽃 등 수생식물이 심어져 있다. 탐방로도 조성돼 있으니 가을 힐링 나들이에 딱이다.

디자인이 독특한 인제 내린천휴게소 외관. V자형 UFO를 닮은 허공형 휴게소로 휴게소 아래로 차가 쌩쌩 달린다.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아, 잊을 뻔했다. 이곳 최고의 너지 화장실. 화장실 앞에 전광판이 있다. 무선 감지 센서가 적용돼 비어 있는 화장실은 푸른색, 점유돼 있는 곳은 빨강으로 표시된다. '급똥'에 진땀 흘리며 뛰어온 분들이 화장실 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모습을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느긋하게 푸른색 불이 들어온 화장실 번호를 확인한 뒤 슬며시 들어가면 끝. 자존심, 지킬 수 있다. 그야말로 최고의 너지.

▶내린천 휴게소 주변 즐길 곳=내린천휴게소 지척이 그 유명한 방태산자연휴양림이다. 오프로드 투어의 명소면서 캠핑 마니아에겐 메카로 불리는 곳. 울울창창한 나무 사이에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2단 폭포는 비 온 뒤 찾으면 더욱 장쾌하다. 특히 심마니가 휴양림 입구 산삼을 캔 자리에서 발견했다는 방동 약수만큼은 꼭 마셔보실 것. 탄산과 망간을 함유해 톡 쏘는 느낌, 굿이다. 국도31호선을 달리다 보면 자작나무 70만그루가 군락을 이룬 '속삭이는자작나무숲'이 있다. 오후 3시 이후 입산 불가이니 주의.

▶▶ 여행지 뺨치는 휴게소

① 중앙고속도로 단양팔경 강원도 춘천과 부산 사상구를 잇는 중앙고속도로. 가을 여행지와 가장 잘 어우러지는 핫스폿은 단양. 2001년 문을 연 단양팔경휴게소가 압권이다. 상행선(춘천 방향) 휴게소 건물 뒤쪽 오솔길엔 보물 쌍포가 있다. 주인공은 단양 신라 적성비(국보 198호)와 단양 적성(사적 265호). 단양 적성은 둘레가 약 900m에 이르는 산성이지만, 지금은 안쪽 성벽 일부만 남아 있다. 상행·하행 모두 단양의 명물 마늘을 가미한 먹방이 인기. 마늘돈가스와 함께 단양마늘수제떡갈비가 스테디셀러다.

② '7080' 삼국유사군위 시간을 뭉텅 잘라 과거로 돌려놓는 휴게소. 삼국유사군위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 소리가 절로 난다. 1960~1970년대 분위기 인테리어. 벽에는 붉은 페인트로 쓴 '장미다방'이라는 글씨가 또렷하고, 장미다방 맞은편 벽을 가득 채운 '고교 얄개' '웃고 사는 박서방' 같은 옛날 영화 대형 포스터도 반갑다. '대신상회'라고 부르는 편의점에서 쫀드기, 라면땅, 강냉이 같은 그 시절 먹거리를 파는 것도 이색적. 먹방도 옛날 추억의 도시락&라면이다.

[이천·인제 = 신익수 여행·레저전문기자]

▶네이버 메인에서 '매일경제'를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매콤달콤' 구독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읽을거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매일경제신문 여행레저 전문기자입니다. 간얍알(간편 얍실 알뜰)여행 철학을 기반으로 세상에 없던 여행만 콕 집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