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부산국악원장 "문화 부산 집중, 영남의 목소리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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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부산서 발원, 용두산공원에 표석
부산 유일의 한류 상설공연 인기, 향후 10년 문화도시 부산 만들기
영남과 부산의 정서 콘텐츠 담아야, 생활 속 국악 활용 필요

[부산CBS 박상희 기자]

■ 방송 : 부산CBS 라디오 <라디오매거진 부산> 표준FM 102.9MHz(17:30~18:00)
■ 진행 : 김정현 아나운서
■ 대담 : 김경희 국립부산국악원장

김경희 국립부산국악원장. (사진=부산국악원 제공)
부산시민공원 맞은편 국립부산국악원 다들 아실 겁니다. 잘 지은 건물에 공연도 분주하게 하는 것 같고 뭔가 있어 보이는데 왠지 선뜻 다가서기가 쉽지 않죠. 아마도 국악에 대한 거리감 때문일 텐데요. 하지만 부산국악원 그렇게 담장이 높은 곳이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국악이 지루하고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는 기획을 속속 선보이고 있는데 휴가철 나들이 계획 세우시는 분들, 이 시간 귀를 기울여 보시면 의외의 발견을 하실 수도 있지 싶습니다. 31일 '매거진 초대석'은 국립부산국악원 김경희 원장과 함께하도록 하죠.

◇ 김정현> 국립부산국악원 어떤 기관인지 소개해주시죠.

◆ 김경희> 부산국악원 말씀드리기 전에 국립국악원에 대해 말씀드려야 될 것 같아요. 국립국악원은 사실 역사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갑니다. 국립 음악기관이거든요.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국립 음악기관인데요. 신라시대애 음성서라는 음악기관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고려시대, 조선시대 장학원에 이르기까지 음악기관의 맥을 잇고 있는 국립 음악기관입니다. 사실상 법적으로는 1951년에 만들어졌습니다. 피난 시절에 부산에서 설립됐습니다.

◇ 김정현> 첫 시작이 한국전쟁 당시 부산이었다. 그 얘기 조금 더 해주시죠.

◆ 김경희> 이렇게 하다가는 국악이 없어질 수 있겠다. 일본강점기를 겪으면서 너무 국악에 대한 폄하, 예를 들어 기생의 음악이라든지, 음악의 존립 가치가 없다든지 이렇게 폄하되면서 이러다가는 국악이 없어질 수 있겠다. 국악을 하시는 어른들이 국립 음악기관을 만들자고 해서 법으로 만들었는데 전쟁이 났습니다. 그래서 피난 오면서 부산에 설립됐죠. 어른들 말씀 들어보니 용두산공원에 도서관이 있었는데 한켠을 빌려 국악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목조 건물 2층에 있었다는데 피난 시절 부산시민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국립국악원이 부산에서 개원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서울로 올라 올 때도 많은 아쉬움을 갖고 올라왔다고 합니다.

◇ 김정현> 국립부산국악원 10년을 맞았습니다. 지난해였죠. 10년을 돌아본다면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요?

◆ 김경희> 국립기관이 부산에서는 유일한 기관입니다. 그동안 국악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가장 큰 성과라고 하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상설공연을 2015년부터 하고 있는데요. 올해도 진행하고 있고 부산 유일의 한류 상설공연입니다.

◇ 김정현> 원장님은 지난해 11월 취임하셨습니다. 9개월 동안 바쁘셨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김경희> 지나간 10년 말고 앞으로 10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서 많은 반성을 스스로 합니다. 부산국악원이 만들어질 때 2005~2006년 국립부산국악원 유치를 위한 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국회의원, 문화예술인들이 힘을 모아서 유치 운동을 할 때 국회 통과 뒤 실무적인 업무는 문화체육관광부로 넘어왔습니다. 당시 국립국악원 담당자가 저였습니다. 처음 부산국악원을 만들 때 초심을 다시 생각해보고 앞으로의 10년은 문화 부산을 만드는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 김정현> 원장님께서는 서울 국립국악원 학예사로 활동을 하셨어요. 업무가 많이 다른가요.

◆ 김경희> 다르진 않습니다. 국립국악원이 있는 이유도 국민이 생활 음악으로서 국악을 누리게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적은 같죠. 당시 실무를 맡고 부산국악원을 이렇게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부산국악원을 설립했고 제가 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 전 2001년에 용두산공원 국악원 개원지에 개원 50주년을 맞이해 표석과 식목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부산시에 갔죠. 문화관광국장을 찾아가 부산이라는 곳이 국립국악원이 개원한 곳이고 해양을 향해 열려있는 곳이고 시베리아 철도가 놓이게 되면 종착역이 될 곳인데 관광만 생각할 수 없다. 여기에 문화가 도대체 뭐냐 국립부산국악원을 만들어야 문화도시 부산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설득했는데 문화관광국장께서 맞다라고 해주셨습니다. 그곳에 식수와 표석을 만들게 됐습니다. 용두산공원 가시면 아주 비싸 보이는 나무가 있고 그 밑에 표석이 있습니다. 국립국악원이 발원한 곳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당시 부산국악원 개원을 준비하는 담당자였는데 부산국악원장으로 오게 됐습니다.

국립부산국악원. (사진=부산국악원 제공)
◇ 김정현> 국립국악원이 서울, 남원, 진도에 있습니다. 부산과 영남권만의 차별화된 공연이랄까요. 콘텐츠 고민도 필요해 보이는데요.

◆ 김경희> 진도국악원에서 3년간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고민했던 것도 진도국악원만의 콘텐츠는 무엇일까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였습니다. 국립기관이기 때문에 품위를 잃지 않아야 하고 부산의 정서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영남의 정서, 부산의 정서를 담고 싶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콘텐츠를 보면 국립국악원 서울에서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부산에서 공연한 것이었습니다. 대표적인 국악의 여러 프로그램을 모아 만든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이번에 한류 상설공연의 '붉은 머리 학의 전설'은 부산 연지동 동래학의 전설입니다. 붉은 머리를 한 학의 전설을 이어서 거기서 동래학춤이 나왔다. 이렇게 엮어서 만든 콘텐츠입니다. 전라도 지역은 소리가 강합니다. 여기는 춤의 고향입니다. 앞으로는 춤과 연희를 중점에 두고 콘텐츠를 만들어갈 생각인데요.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영남의 춤에 반주 음악 90%가 호남음악입니다. 시나위, 산조 이런 음악들입니다. 그래서 영남의 노래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가사는 남아있으나 목소리는 잃어버린 영남의 목소리를 찾고 싶은 게 저의 욕심입니다. 퇴직하는 날까지 차근차근 그 작업을 할 생각입니다. 올해 영남의 노래 3곡을 복원합니다. 영남에 있는 민요들을 녹음해 놓은 자원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토대로 남아 있는 가사를 갖고 복원할 계획입니다. 3년만 해도 9곡이 됩니다. 그런 곡을 가지고 다시 악기를 연주하는 거죠. 악기를 연주한 음악에 춤을 추게 하는 거죠. 그렇게 해야 진정한 영남 춤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욕심이고 꿈입니다.

◇ 김정현> 부산국악원에서 매일 공연이 이어지나요. 정기공연은 어떻습니까?

◆ 김경희> 한류 상설공연이 7~8월 일요일, 월요일 제외하고 거의 매일 공연을 합니다. 그런데 관람객 좌석 점유율이 90%에 가까워요. 부산시민을 위한 혜택이 있습니다. 관람금액이 3만원인데 부산시민은 만원에 볼 수 있거든요. 외국인들도 많이 오시지만 부산시민들도 굉장히 사랑해주시고 있습니다. 부산 이야기, 연지동, 동래 이야기이기 때문에 눈물까지 흘리시며 굉장히 호응해 주시고 감동을 가지고 가십니다.

◇ 김정현> 본격적인 휴가철, 여름 관객들을 겨냥한 공연 선보이고 있을 텐데 주목할 만한 공연 소개해 주신다면요.

◆ 김경희> 저희가 2가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가지는 어린이를 위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음마깽깽이라고 아주 재미난 어린이극을 하는 극단이 있어 연희패들입니다. 재미있게 국악을 나눌 수 있는 아이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와 참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미 80%가 팔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산분들이 창극을 굉장히 좋아하십니다. 남원에 있는 국악원이 창극 지리산을 가지고 내려옵니다. 이틀 동안 공연할 계획인데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감동의 작품을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정현> 사실 국악이 우리 음악인데 왜 그럴까요? 굉장히 어렵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김경희> 음악도 언어와 같아서 배우지 않으면 모릅니다.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해할 거야 생각하면 안 돼요. 지금 음악적인 모국어는 서양음악입니다. 모든 음악을 서양음악으로 배웠기 때문이죠. 만약에 어린 시절부터 국악도 동일한 비율로 배웠다면 국악이 어렵지 않을 거예요. 국악원이 하는 일은 교과서의 국악, 교실에서의 국악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욕심입니다. 부산국악원이 연수관을 지어요. 일반인을 위한 강습도 있지만 국악 교육, 전통 예술을 가르칠만한 매개자들, 선생님들을 위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국립국악원이 지향했던 것은 생활국악입니다. 지하철 음악, 서울에 가면 3호선에서 들리잖아요. 지하철 음악 부산에서도 해야 합니다. 신호등 대기 음악에 이르기까지 간단한 장단이라든가 간단한 우리 음악만 들어가도 그냥 친숙해지면 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여러 계기를 만들어 가야 되지 않나 그리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억지로라도 들어볼까 들어보니 괜찮네! 가사를 음미해볼까 그리고 옆 사람하고 호흡을 맞춰봐 말하거든요. 호흡을 맞추는 것이 국악에서 온 것입니다. 무대에 벌어지고 있는 음악을 하고 있는 호흡에 내 호흡을 맞추는 것입니다. 같이 호흡하면 같이 이해될 겁니다. 국악원에 꼭 오셔서 무대에서 하는 저분들의 호흡에 내 호흡을 맞추면 편안한 마음, 행복한 마음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 김정현> 국악이 워낙 낯설고 어렵다는 선입견이 많아 퓨전 음악도 시도하던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경희> 음악은 늘 새로워야 합니다. 박물관 음악이 아닙니다. 단원들이 만들어가는 음악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신국악에 대한 노력은 이미 60~70년대부터 이뤄졌습니다. 밖에 있는 국악계도 늘 노력이 있어 왔습니다. 최근들어 더 많은 친구가, 젊은이들이 새로운 국악, 더 쉽게 이런 것도 국악이었어 느낄 수 있게끔 여러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악기도 다양하게 만들어보고 기타, 바이올린 등과 섞어서 해보기도 하고 여러 시도가 있습니다. 저는 당연히 예술은 새로운 시도가 없으면 죽은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늘 새로워야죠. 여러 그룹의 친구들이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고 아프리카 음악이나 순수 서양음악하고 섞는 여러 시도 가운데 국립국악원은 무엇을 할 것인가 했을 때 여전히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거죠. 국악원은 늘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고 바람직한 미래 음악으로서의 국악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비전을 갖고 꿈꿔야 하는 것이 국악원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정현> 원장님께서 앞으로의 10년을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요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 김경희> 다양한 국악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쉽게 국악을 설명하는 해설이 있는 마니아층, 전공자들을 위한 높은 수준의 공연, 실버,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을 만들어가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국악원이 부산에 둥지를 튼 지 11년째인데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문턱을 낮추고 국악원에 드나들 수 있는 쉼터로서의 국악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음의 위안을 얻고 친구 같은 휴식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입니다.

◇ 김정현> 부산시민에게 남길 말씀 해주시죠.

◆ 김경희> 부산시민께서 굉장히 자부심을 느껴야 할 것이 부산시 안에서도 지역별로 다양한 전통예술을 가지고 있는 곳은 부산시밖에 없습니다. 동래, 구덕, 수영 등 지역별로 전통 예술이 있거든요. 그런데 자부심을 못 느끼고 계셔요. 내가 가진 것 우리가 가진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다시 한번 우리 것을 돌아보도록 하는 것, 국악원이 그런 역할을 하겠습니다. 관광도시 문화도시로서의 부산을 만들어갈 것이니 꾸준히 관심을 두고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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