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를 읊는다 마음이 ‘뭉글뭉글’ 살며시 미소 짓는다 [포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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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실버카페 어르신 위한 ‘시 낭송 프로그램’

도경원 한국시낭송치유협회 회장(오른쪽)과 회원들이 노원실버카페에서 시낭송 시 치유 프로그램인 ‘내 안에서 찾는 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낮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서울 노원구 중계근린공원 한쪽 편에 자리 잡은 노원실버카페에 어르신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시낭송 시 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도경원(68) 한국시낭송치유협회 회장이 인사말을 시작한다. “한 주간 잘 지내셨어요? 382회 ‘내 안에서 찾는 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제가 먼저 낭송하겠습니다.” “제목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노원실버카페에서 시낭송 시 치유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목소리 톤의 높낮이와 속도 조절만으로 우리가 알던 시가 노래로 들리기 시작했다. 도경원 회장은 시낭송문학인 대한민국 제1호이자 시인이다. 남들보다 한참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 그리고 시낭송으로 치매 어르신과 정신지체장애인을 치유하고 있다. 도 회장은 누구보다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1995년 고등학교 2학년이던 아들이 하굣길에 신호를 위반한 버스에 목숨을 잃었다. 그 뒤 그는 수년 동안 광인처럼 거리를 헤매고 다니면서 시를 적었다. 시를 쓰고 낭송하는 것으로도 아픔이 조금씩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많은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낭송 시 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 노원실버카페에서 시 낭송 봉사를 한 지도 벌써 9년째다.
이명수 낭송가가 도종환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을 낭송하고 있다.
이명수 낭송가는 열두 살 때부터 시가 좋아 시를 외우고 낭송했다고 한다. 지금은 거의 200편가량 외우고 있다. 어디든 낭송할 기회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달려간다. 특히 시낭송으로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에 긍지를 느낀다. 칠 년 전부터 함께 시낭송을 시작한 강복자 낭송가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열정적으로 시를 외우고 낭송하는 자신을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6·25 참전용사인 정창식 어르신이 시 낭독에 앞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6·25 참전용사인 정창식(90) 어르신은 매주 노원실버카페를 찾아 시를 낭독한다. 무대에 올라 거수경례를 한 뒤 적어온 시를 낭독한다. 서툴지만 자신감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시 낭송가들이 서로의 시 낭송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고 있다. A4 용지에 그간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고령화사회다.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2000년을 기점으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0년에는 90세, 2080년에는 100세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앞으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노원실버카페를 찾은 많은 어르신들이 시낭송 시 치유 프로그램을 들으며 손뼉을 치고 있다. 노원실버카페는 하루 평균 300여명 이상의 어르신들이 찾는다.
많은 어르신이 치매 예방으로 시낭송 시 치유 프로그램을 찾는다. 시를 외우다 보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무대에서 낭송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긴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시들을 낭송가를 통해 들을 수도 있다. 프로그램을 마친 어르신들은 말한다. 10년은 더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사진·글=이재문 기자 m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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