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없는 홍콩 H지수⋯고점서 찍은 ELS 투자 자금 묶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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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5월까지 21조5000만원 가량 발행⋯조기상환 결정일 이 달 본격 도래
가파른 반등세 없으면 조기상환 지연⋯전문가 "이미 리스크 확대되고 있어"


올해 3월~4월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의 조기상환평가일이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H지수의 극적인 반등세가 보이지 않는 한 한 동안 투자자들의 투자 원금이 묶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지수 연계형 상품 발행액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몰린 가운데 지수도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비교적 고점에 위치하면서 당분간 조기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안

올해 봄에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의 조기상환평가일이 이번 달부터 본격 도래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H지수의 극적인 반등세가 보이지 않는 한 한 동안 투자자들의 투자 원금이 묶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지수 연계형 상품 발행액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몰린 가운데 지수도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비교적 고점에 위치하면서 당분간 조기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ELS 발행액은 약 21조4660억원에 달한다. 통상 6개월 단위로 상환이 이뤄지는 상품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 달을 기점으로 당시 발행된 상품 대부분의 중간기준가격 결정일이 돌아온다.

이 중간기준가격 결정일 당시 상품에서 제시하는 행사가격과 동일한 만큼 지수가 유지되거나 그 기준 이상으로 지수가 형성돼 있으면 투자한 기간에 맞게 쿠폰 금리가 포함된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증권사가 지난 3월14일 홍콩 H지수와 닛케이 225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연 금리 6%에 발행하면서 최초기준가격 결정일을 3월14일, 중간기준가격 결정일은 약 6개월 뒤인 9월6일, 행사기준가격을 각 기초자산의 90%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일 경우로 제시하면 중간기준가격 결정일 당시의 기초자산지수가 최초 기준가격 결정일 당시 지수 대비 10%를 초과해 하락하지 않으면 이자 수익 3%(연 금리 6%의 반)와 함께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다.

즉, 3월14일 H지수가 1만1447.27포인트였다면 중간가격 결정일인 9월6일에는 이에 10%인 1만417.02포인트와 같거나 이 위로 지수가 형성돼 있어야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다. 당연히 여기에 편입된 닛케이225지수와 S&P도 같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달 2일 기준 H지수가 1만83.20포인트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4일 뒤까지 1차 중간평가기준 가격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해당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원금과 함께 이자 수익을 내기까지 또 다시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대부분의 ELS가 스텝다운형 상품이기 때문에 1차에 조기상환을 못할 경우 2차에 하면 되고 기준 범위도 넓어진다. 1차 중간기준가격 결정일 행사가격 때가 90%였다면 2차는 85%, 3차는 80% 등 충족 기준이 완화된다.

문제는 3~5월까지 발행한 상품 대부분이 1차 평가 기준을 넘어서지 못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자금 회수가 한 동안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데 있다. 이 시기 발행된 ELS는 약 21억4661억원 규모로 올해 전체 발행액(8월 기준) 41조1737억원의 약 52.14%를 차지한다. 그만큼 홍콩 H지수가 고점을 형성하던 시기 앞 다퉈 발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당시 발행된 상품의 최초기준가격 결정일 대비 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 현재 가파른 반등세를 타지 않는 이상 최소 6개월 간 상환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상환이 미뤄진다고 해서 원금손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홍콩 사태를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만큼 이후에 예정된 중간기준가격 결정일을 통해 상환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현 시점에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녹인 베리어(Knock-In Barrier) 하단까지 떨어지면 투자 원금을 건지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홍콩 문제를 끌어들일 경우 관세 부과보다 큰 충격이 시장에 전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홍콩 H지수 뿐 아니라 기초자산으로 곧잘 활용되는 코스피200도 조기상환 지연이 불가피 하다는 분석이다. 이미 코스피200도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의 조기 상환이 밀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향후 전망도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모든 투자자가 조기 상환이 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다"며 "만기 3년에 연 금리 5% 짜리 상품인 경우 3년을 가지고 있으면서 최종만기일에 이자 15%와 함께 상환 받는 것을 선호하는 투자자들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 상황에서 홍콩 문제를 봤을 때 단순히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특히, 글로벌 경기를 다운시킬 수 있는 모멘텀을 가진 복합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며 "이미 조기상환이 원활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이 되는데 조기상환이 안 되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상당 수 ELS 상품의 녹인 베리어 진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데일리안 최이레 기자 (Ir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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