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기자간담회'로 대신한 '조국 청문회'

국회 무능력, 일방적 간담회 … '나쁜 선례'

2019-09-03 11:23:00 게재

"청문기간중 청문회 없이 기자회견"

여, 장소·준비 조력 … 해명 지원사격

여당 "증인출석 담보 청문회 열자" 제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조급해 보였다. 청문준비기간 중 야당과 언론에 의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소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는 2일 청문회가 무산될 것이 확실시되자 부리나케 여당에 SOS(구조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세 시간여만에 전격적으로 기자간담회가 열렸고 맘껏 의혹해소를 위해 준비된 답변을 쏟아냈다. 인사 청문회가 기자간담회로 대체된 첫 사례다.

2일 오후 3시30분부터 시작한 기자간담회 시점은 법적 청문기간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청문일정을 국회가 통제할 수 있는 기간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한 이후 20일인 2일까지다.

질문 답변하는 조국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시작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조 후보자는 "법률상 오늘이 인사청문회 마감일이다. 제가 아는 바로 오늘이 마지막날이다. 아침상황을 쭉보니 법사위에서 공식적으로 인사청문회가 오늘 안 된다는 걸 확인했다"면서 "저로선 어떻게 할 것이냐. (청문회가) 언제 열릴지 알 수 없고 마지마 날이다. 이 마지막 날에 제가 국민대표 앞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론을 반영하는, 끌고 가는 언론인 앞에 하는 게 맞는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의 협상을 예측불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안갯속에서도 금세 접점을 찾아내기도 한다. 정오까지 미궁에 빠져있던 청문회 개최 협상이 언제 어떻게 풀릴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조 후보자는 단정적으로 입법부의 청문기간을 임의로 확정하고 청문회를 대체할 기자간담회를 선택했다. 입법부의 청문회 일정을 침해했다는 시각도 있다.

모 여당 관계자는 "정치협상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면서 "그래서 정치를 생물이라고 하지 않나"고 말했다. 여당 모 의원은 "급하게 기자간담회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 "하루 이틀 지나서 하는 게 더 나았다"고 했다. 입법부의 권한안에 있는 청문회 기간이 지나면 3일부터는 대통령이 의지대로 임명하거나 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인만큼 자유롭게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지적이다.

여당이 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후보자의 해명에 적극 나선 부분도 걸리는 대목이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오늘(2일) 낮 12시 사이에 무산됨을 확인하고 민주당 당대표, 원내대표실에 전화해 부탁드렸다"면서 "당에서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이 자리에 왔다"고 설명했다.

애초 여당 핵심관계자는 "해명을 한다면 조 후보자와 인사청문준비단에서 주관하는 것이고 장소로는 백범기념관과 국회가 고려됐는데 국회로 정해지면 장소 대여 정도의 행정적 지원에 국한해 개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후보자들의 기자간담회와 달리 국회를 선택했고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위해 준비해놓은 의원장을 내줬다. 회의 진행과 언론사와의 진행과정, 출입통제와 비표제작 및 체크 등을 모두 여당이 주도했다. 청문회 무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당이 후보자의 해명 기자회견을 주선한 꼴이 됐다.

여당은 야당에 대통령의 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 기간에라도 청문회를 열 것을 제안해놨다. 이원욱 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의 재송부 요청기간 안에 언제든 청문회는 열 수 있다"면서 "동생을 포함해 한국당과 합의된 증인은 여당이 책임지고 참석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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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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