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2일 시작하는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검사에서 하나금융지주를 제외했다.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 선임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금감원은 국내 9개 금융지주회사 중 하나금융에 대한 지배구조 검사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KB, 신한, 하나, 농협, JB, BNK, DGB, 메리츠 등 금융지주 8곳에 대한 검사에 먼저 나선다. 하나금융에 대해선 차기 회장 후보 선출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검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하나금융 회장 선임을 둘러싼 ‘관치 논란’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최고경영자(CEO) 연임 관행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금감원은 최근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하나은행의 부당대출 의혹과 채용비리 의혹 검사에 들어갔다가 관치에 나선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하기 위한 압박용으로 전방위 검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금감원은 지난 12일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측에 회장 선임 일정을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추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정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급기야 청와대가 15일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22일 김정태 회장, 최범수 한국크레딧뷰로(KCB) 사장,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 등 3명 중 1명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한다. 최종 후보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으로 확정된다.

금감원은 이번 지배구조 검사에서 금융지주별 CEO 승계 절차와 사외이사 독립성 등의 적정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미흡한 점이 있다고 판단되면 지배구조법 개정 등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