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지지자, 8일째 '실검' 띄우기…포털·경찰 "매크로 아니면 규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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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06. 오전 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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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힘내세요’부터 ‘보고있다 정치검찰’까지

曺후보 지지자들 ‘응원 실검’ 일주일 넘게 이어져

여론 왜곡 우려…단순한 팬덤 주장 엇갈리는데

"매크로 없다면 법적 문제 가능성 작아"

‘한국기자 질문수준’ ‘근조한국언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부터 3일까지 긴급 기자회견에 나서자 지지자들이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띄운 ‘실시간 검색어(실검)’이다. 지난달 27일 검찰이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시작된 이른바 ‘응원 실검’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론왜곡이라는 주장과 단순한 정치적 ‘팬덤’이라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포털사이트 측은 내부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만큼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당국 역시 ‘기계적 조작’, 즉 자동반복입력(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업무방해 혐의를 두기 어렵다고 봐, 응원 실검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일 오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입장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모르쇠’ 조국에 재차 질문한 기자…"했던 질문 왜 또 하느냐"

‘한국기자 질문수준’의 검색량은 지난 2일 오후 7시 30분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나 네이버의 경우 오후 9시까지 급상승 검색어 순위 5~6위를 차지했다. 다음에서는 줄곧 1위를 지켰다. 1차 기자회견을 마치고 한시간 휴식시간을 갖은 뒤, 2차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시점이다.

이날 조 후보자가 딸이 고교 재학시절 단국대 의학논문 제1저자로 오른 것과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등에 "나는 몰랐다"라는 답을 반복하자, 기자들은 재차 질문에 나섰다. 그러나 친문(親文)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왜 했던 질문을 또 하느냐" "기자들이 질문할 것도 없으면서 시간만 끌고 있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곧 ‘한국기자 질문수준’이라는 응원 실검으로 조 후보자의 답 대신, 질문으로 초점을 돌리고자 한 셈이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새벽 시간대 지지자들은 ‘근조한국언론’을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리는데 나섰다. 이 검색어는 3일 오전 네이버에서 급상승 검색어 6위를 기록했고, 다음에선 오후까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지켰다. 지난달 27일 ‘조국힘내세요’부터 △28일 '가짜뉴스아웃' △29일 '한국언론 사망' △30일 '법대로 임명', '보고싶다 청문회' △31일 '나경원 자녀 의혹' 등과 같은 패턴이다.

이를 두고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포털의 상업적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한국적 여론왜곡 현상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서 시작했고, 왜 그랬는지를 밝히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일종의 '작전'처럼 동원된 측면이 더 커보인다"며 "응원을 위해 기자의 수준을 폄하하는 방식으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네이버에서 급상승 검색어 상위를 기록한 ‘근조한국언론’과 ‘한국기자질문수준’은 1시간 동안 순위가 가파르게 올랐다. /네이버 캡처

◇"매크로 조작 아니여서…" 결국 자정노력 주문뿐

포털 측은 불법적 방법을 쓴 것도 아니고, 내부 규정에 저촉되지도 않는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음란표현이나 개인정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도 아니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조작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사당국 역시 ‘업무방해죄’ 등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렸다고 특정 혐의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매크로 프로그램처럼 기계적 조작이 있을 때나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 역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 관련 법 적용이 제한적인 이유는 ‘검색’이라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개인들의 활동이라는 전제 하에 실시간 검색어 관련 논란을 법적 영역으로 다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현재 검찰이 조 후보자 딸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장모 단국대 교수를 소환 조사하고, 서울대 의대 등을 압수수색하자 지지자들은 또 ‘보고있다 정치검찰’을 응원 실검으로 밀고 있다.

[권오은 기자 oheun@chosunbiz.com] [우연수 인턴기자(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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