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속임수에 빠진 청춘 잔혹극
종목은 화투 대신 포커로 바뀌었다. 배경 역시 다소 앞 시기를 그렸던 전작들과 달리 금수저·흙수저 타령이 분분한 동시대다.
지난달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정민(32)은 부담과 홀가분 사이의 표정이었다. 그가 연기한 도일출은 1편에 등장했던 전설적 타짜 ‘짝귀’(주진모)의 아들로서 낮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밤엔 포커판에서 한탕을 노리는 청년. 그가 정체불명의 여인 마돈나(최유화)와 얽히면서 본격적인 도박의 늪에 빠지고 일생일대의 복수극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다. 배신·복수·위기·반전의 룰렛이 지배하는 139분이다.
박정민은 그간 ‘동주’의 독립운동가 송몽규, ‘사바하’의 미스터리한 정비공 ‘나한’ 등으로 연기력을 입증시켜왔지만 이번 영화에서 보여주는 캐릭터 진폭이 가장 크다. “소년의 얼굴로 시작해 남자의 얼굴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한 권 감독의 바람대로다. ‘노력 천재’답게 이번에도 7개월간 카드를 손에 놓지 않으면서 현란한 셔플 동작 등을 연마했다.
Q : 욕하고 담배 피우는 센 캐릭터인데.
Q : 복수가 진행될수록 살이 빠진 모습이다.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는 도박 소재에다 사회 풍자를 버무린 웰메이드 성인오락물로 추석 관객 568만 명을 빨아들였다. 강형철 감독은 ‘타짜: 신의 손’(2014)에서 ‘빅뱅’ 출신 최승현(탑)을 내세우고 전편의 캐릭터(고광렬, 아귀 등)를 가져와 401만 명을 동원했다.
반면 ‘타짜3’에선 도일출이 짝귀의 아들이란 것 외에 캐릭터 연속성이 거의 없다. 유쾌한 청춘로드무비에 가까웠던 전작들에 비해 거대한 속임수에 빠져 허우적대는 청년의 잔혹극에 가깝다.
Q : 인생에서 제일 크게 베팅한 게 뭔가.
스스로 멜로 DNA가 없다고 말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박정민의 ‘멜로 눈빛’도 만나볼 수 있다. 미지의 상대를 향한 청춘의 연심은 충동적이기에 위험하다. 그럼에도 욕망하는 것을 얻으려는 자, 인생을 ‘올인’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정민의 연기 도박은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는 11일 개봉.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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