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배터리·가전…'인화'의 LG, 전방위 공세 왜?

입력
수정2019.09.10. 오전 12:22
기사원문
최석환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배터리전쟁]SK·삼성과 기술 자존심 대결…"명분보단 실익 중요, 실적 부진 절박함도 맞물려" ]

구광모 LG그룹 회장

"업계 최고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크게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밀리면 미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절박함도 깔려있구요."

최근 SK그룹 핵심계열사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사업을 두고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LG화학 행보에 대해 LG 안팎에서 나오는 말이다. 과거 '인화(人和)'를 강조해온 기업문화가 '실리'를 중시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그룹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에 총을 먼저 뺀 것도 LG화학이다.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인력 빼가기를 통해 훔친 기술로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배터리 시장 글로벌 점유율을 급격하게 늘렸다며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와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2017년부터 2년간 배터리 연구·생산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고, 이들이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 건에서 1900여 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한 것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심각한 위법행위"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맞소송으로 맞서자 LG화학은 특허 소송을 추가로 제기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LG 관계자는 "핵심기술과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제기한 정당한 소송을 '국익훼손'이라고 비난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국익훼손 프레임으로 이번 일을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해외 경쟁사들이 악용해 영업비밀 유출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5일(현지시간) LG전자 부스에서 LG 나노셀 8K TV와 삼성전자 QLED 8K TV 화질 선명도(CM)가 시연되고 있다./사진=박소연 기자

LG그룹의 공세는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LG전자가 삼성전자의 QLED(백라이트에 양자점 소재의 컬러필터를 입힌 TV 상표명) 8K TV가 화질 선명도(CM)에서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화질 전쟁의 불을 당겼다.

특히 자사 나노셀 8K TV와 삼성전자 QLED 8K TV를 비교 시연하면서 "경쟁사(삼성전자) 8K TV는 픽셀 수(7680X4320)로는 8K TV가 맞지만 해상도로는 8K TV가 아니다"라며 "나노셀 8K TV 화질 선명도가 90%인데 삼성은 12%에 불과하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삼성전자의 맞대응 자제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앞서 격렬하게 벌어진 LG전자 TV 브랜드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QLED 논쟁처럼 확산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LG전자는 그간 QLED가 퀀텀닷을 이용한 액정표시장치(LCD)에 불과하고 OLED만이 스스로 빛을 낸다며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LG 관계자는 "그간 그룹 문제와 관련해선 잡음 나는 것 자체를 꺼려온 게 사실"이라며 "배터리, 가전은 그룹 핵심 사업인 만큼 명분보다는 실익을 챙기는데 주력할 방침이고, 이런 모습이 예전과 달리 전투적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도 맞물려 한가하게 앉아서 손해만 볼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성장 동력 발굴에 명운을 걸고 있는 상황도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그룹 내 기류가 바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구 회장이 내건 '뉴 LG' 기치에 힘을 보태면서 4위로 내려간 그룹의 위상 회복을 위한 내부 동력 확보 차원이란 설명이다.

그룹에선 이런 확대 해석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각 계열사가 독립 경영 판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며 구 회장과의 연관성에 대해 일축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확립하고, 이를 통해 사업을 지속해 나기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들"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neokism@mt.co.kr

▶부자도 후회하는 4가지 습관 [투자노트]
▶바람 피운 배우자 [변호사 가사상담] 네이버 메인 구독 추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글.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를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