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 가족이 모이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화투다. 그런 면에서 시의적으로는 추석 연휴와 가장 궁합이 잘맞는 영화다. 2006년 1편 역시 추석시즌에 개봉한 <타짜>는 무려 684만 명을 손과 눈의 화려한 잔치에 초대했다. 이번 영화의 감독은 <써니>와 <과속스캔들>의 강형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그가 촘촘한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화투판의 그야말로 ‘눈뜨고 코 베어가는 신기술’의 한 판 승부를 보여줄 예정이다. 대길(최승현)은 강남의 하우스에서 데뷔한다. 하지만 그는 조직이 장악한 화투판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지방으로 전전하던 대길은 삼촌 고니의 파트너였던 고광렬(유해진)을 만나 한 편을 이루고 절대악인 사채업자 장도식(고도원), 아귀(김윤석) 등과 마지막 일전을 준비한다.
일단 화려한 출연진이 영화의 흥미를 더한다. 빅뱅의 T.O.P(최승현)은 물론 신세경, 유해진, 김윤석에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며 100% 악역의 진수를 보여주는 곽도원, 몸매에서는 충무로에서 베스트 3에 안착하는 검증된 이하늬까지 그야말로 ‘신의 캐스팅’이라 불릴 만하다. 더구나 이 영화를 보는 편안함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국민 오락’ 화투의 룰이다. 할리우드 카지노 무비의 복잡한 카드에서 벗어난 익숙함도 이 영화의 장점이다.
관전 포인트 단연 최승현이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카리스마 래퍼에서 연기자로 변신중인 그가 과연 전편의 조승우(고니 역)와는 어떻게 다른 연기를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다. 또한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대사 한 마디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김혜수(정마담 역)의 역할을 이하늬가 어떻게 빈틈없이 채울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화투 기술. 화려한 손놀림으로 상대와 카메라, 그리고 수 백 만 관객의 눈을 어떻게 속이는가도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볼거리이다.
장 자끄 베넥스, 레오 까락스와 함께 1980년대 프랑스 누벨 이마주를 이끈 뤽 베송 감독. <그랑블루> <레옹> 그리고 최근작 <루시>까지 그의 영화에서 액션은 중요한 코드다. 그는 뚜렷한 선과 악의 구분법보다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처단하는 일종의 ‘자력구제’에 힘을 기울이는 스타일. 그러다 보니 액션은 직접적이고도 상당히 현실적이며 또한 자극적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할리우드 여배우인 스칼렛 요한슨의 상대로 최민식을 영입했다. 한국 시사회에 직접 참석해 최민식 캐스팅 비화까지 털어놓은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이 시사회를 통해 증명됐다. 선 굵은 최민식의 연기에서 가장 악랄한 면을 발견한 감독의 요구대로 최민식은 악당 ‘장’으로 분해 이번에는 총기 액션까지 선보인다. 최민식의 <명량>에서의 화제성, 스칼렛 요한슨의 지명도, 뤽 베송의 섬세한 연출이 결합된 그야말로 실전 액션 무비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삶을 살던 여자 루시(스칼렛 요한슨)는 어느 날 지하세계에서 극악무도하기로 유명한 미스터 장(최민식)에게 납치되어, 몸 속에 강력한 합성 약물을 주입당한 채 강제로 운반하게 된다. 다른 운반책들과 같이 끌려가던 루시는 갑작스런 외부의 충격을 받는다. 이로 인해 몸 속 약물이 체내로 퍼지게 되면서, 그녀 안의 모든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하며 초능력을 띄게 된다.
관전 포인트 생각할 것도 없이 최민식이다. 그야말로 뤽 베송 감독의 삼고초려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그는 어설픈 영어보다 한국어 연기를 펼친다. 할리우드 감독과 제작자들에게 <올드보이>의 ‘낙지 맨’ ‘망치 맨’으로 뇌리에 강한 인상을 심은 그가 과연 한국산 <명량>의 흥행 대기록을 이어받아 올해 개인 관객 동원 몇 천 만 명을 기록할 지도 주목된다.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등장 인물의 섬세한 감성 따라잡기에 일가견있는 이재용 감독의 따뜻한 터치가 돋보인다. 온 가족 3대가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진정한 가족애,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에 흐르는 무한대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헛발질의 왕자로 불리는 태권도 보이 대수(강동원), 아이돌을 꿈꾸는 대찬 미라(송혜교). 두 사람의 사랑의 시작은 17세로 그야말로 이팔청춘에 눈이 맞았다. 헌데 풋풋한 첫사랑의 편지를 주고받아야 할 두 사람 사이에 덜컥 아이가 생긴다. 결혼해 한 가정을 이룬 두 사람. 세월은 흘러 서른 세 살 한창 나이에 그들은 열 여섯의 아들 아름이를 키우고 있다. 헌데 이 아이는 조금 특별나다. 바로 선천성 조로증에 걸려 신체 나이는 벌써 80세가 된 것이다.
영화의 소재는 단연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이 영화, 조금은 남다르다. 따뜻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으로 강요된 슬픔을 배제한다. 그 중심은 단연 강동원이다. 전작 <군도>와 달리 그는 이 영화에서 약간의 푼수끼도 감추지 않는 그야말로 ‘생활형 편안한 연기’를 선보인다. 이에 걸맞게 송혜교 역시 걸쭉한 입담을 과시한다. 두 미남미녀의 조합은 의외로 잘 어울린다. 과연 가족이란 무엇일까. 너무 빨리 부모가 되어버린 어린 부모와 그 부모보다 더 어른스럽게 변해가는 아름이를 통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배우게 된다. 관전 포인트 수 시간이 소요되는 특수 분장을 감수하면서 너무나 의젓한 연기를 선보인 조성목(아름이)가 주목된다. 감독 이재용은 조성목의 눈이 너무나 맑고 예뻐서 그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특히 강동원, 송혜교와 만들어내는 부모 자식 간의 궁합은 여느 가정과 다르지 않다. 연기자로서 작품 선택의 폭과 다양성이 탁월한 강동원의 안목이 돋보인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경향을 선사한 홍상수 감독. 그 뒤 <생활의 발견> <북촌방향> <우리 선희>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영화 문법으로 한국영화를 세계에 널린 알린 선봉장이 됐다. 그의 영화적 특징은 지극히 일상적이라는 점이다. 남자들은 자잘하게 욕심 많고 대부분의 약간은 지질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문소리와 일본의 대표 배우 케세 료로 예의 홍상수표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케세 료는 우리에게는 <허니와 클로버>에서 연상녀를 짝사랑하는 마야마 역으로 익숙한 연기파 배우다. 몸이 아파 일상을 포기해야 했던 권(서영화)은 어학원 강사이다. 요양을 한 후 몸이 회복되어 서울로 돌아오게 된 날, 그녀는 전에 일하던 어학원에 들린다. 거기에 그녀에게 보내진 두툼한 편지 봉투 하나가 맡겨져 있었다. 이년 전 모리(카세 료)라는 일본인 강사가 어느 날 그녀에게 결혼 신청을 한 적이 있다. 권은 그 다음날 거절했다. 모리는 그 직후 일본으로 돌아갔는데, 그가 한국에 다시 돌아와 그녀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모리의 편지를 어학원 로비에서 한 장 읽었고, 읽고 난 후 갑자기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졌다. 어학원 계단을 내려오다가 머리가 핑 돌아 쓰러졌고, 그때 손에 들고 있던 편지들이 계단 밑으로 떨어졌다. 흩어진 편지들을 거두어들이면서 권은 편지들에 날짜가 없음을 깨달았다. 이제 그녀는 편지들이 쓰인 순서를 정확히 알 도리가 없게 됐다.
관전 포인트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쉽지 않다. 지극히 평범하기에 역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뭔가 강렬한 주제나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다. 대신 누군가의 일상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 표출해내는 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이번 영화에서 그의 이야기, 시간, 감정의 흐름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이제 이 영화의 관람객 목표는 2000만 명이다. 이 정도라면 가히 ‘국민 영화’라 불릴 만하다. 지금 이 땅에서 성웅 이순신만큼 좌우, 보수와 진보, 지역과 계층 그리고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고 존경받는 인물은 없다. 그가 보여준 ‘행동하고 앞장서는 리더십’, 분열된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는 살신성인의 자세는 이 시대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리더십의 표상이다. 그런 이유로 1600만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은게 아닐까.
영화는 원균과 이설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왜군에게 대패하고 고작 12척의 전함만을 남긴 상황에서 시작한다. 백의종군한 이순신은 곧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어 왜선 300여 척과 맞부딪친다. 하지만 여건은 최악이다. 12척의 전함에, 겁에 질린 병사들. 그리고 선조는 수군을 파하고 남은 병사를 이끌고 권율의 육군에 합류하라고 이순신에게 명한다. 하지만 이순신은 울돌목을 이용해 적의 수군을 물리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전투의 최선봉에 서서 왜군의 조총과 화살을 피하지 않는다.
영화는 최민식의 묵직한 연기와 울돌목에서 펼쳐지는 조선 수군과 왜군의 처절한 전투 그리고 그 전투에 임하기까지 이순신의 고뇌를 표출시키고 있다. 단순히 영화적 재미를 떠나 우리가 영웅으로 알고 있던 이순신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탁월한 연기와 현장감이 살아있는 역사적 고증, 실감나는 CG 또한 영화적 흥미를 더한다.
관전포인트 아직도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당연히 추석 연휴 영화 관람의 1순위다. 한반도 남쪽,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본 영화를 제치고 그 어떤 화제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조선 수군의 판옥선에서 벌어지는 백병전 등이 역사적 고증에서 벗어난 지점이지만 그만큼 처절한 전투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추석 영화 중 <두근두근 내 인생>과 함께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다. 개봉 초기 <명량>의 거센 흥행 파도에 휩쓸려 갈 것을 우려했지만 2등 전략으로 현재 700만 명 고지를 향해 순항 중이다. 나름 이 영화가 페이스를 잃지 않고 흥행 고지를 향해 올라 갈 수 있는 것은 ‘의외의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조선 건국 태조 치세 하, 명으로부터 국새를 받아오다 바다에서 배가 좌초되면서 고래에게 국새를 잃고 만다. 태조는 당장 국새를 찾아오라 명하고 이에 관군, 해적, 산적 모두가 얽히면서 이야기는 롤러코스트를 탄 채 재미의 궤도를 질주한다.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영화의 홍보물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음파 해진’과 ‘허당 남길’ 그리고 CG에 의한 다양한 볼거리다. 유해진은 노련하게 산적과 해적을 오가며 그야말로 ‘명대사’를 남기고 김남길은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우 선장과 버금가는 허당과 허세 연기로 유해진을 뒷받침한다. 게다가 손예진의 다양한 메이크업, 헤어 그리고 의상과 연기파 조연들의 열연이 이 영화 흥행의 숨은 공신들이다. 가족 모두가 ‘손에 손잡고’ 두 시간이 넘는 동안 팝콘의 바삭거림을 만끽하며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추석 연휴의 최강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관전 포인트 상상력을 이야기로 풀어가는 솜씨가 돋보인다. 게다가 영화를 보는 내내 혹은 보고 나서도 약간의 찜찜함이 남지 않고 상쾌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동안 명절에 TV에서 ‘캐리비안 해적’ 시리즈를 무던하게도 보았던 시청자라면 즐겁게 볼 수 있다. 특히 유해진이 해적들에게 바다와 고래를 설명하는 장면은 올해 개봉작 중 최고의 장면에 손꼽힐 만 하다.
두 아들을 혼자 키우는 고등학교 교감인 게리(리처드 아미티지)는 졸업식장에서 사라진 아들을 찾기 위해 나선다. 한편 전설의 토네이도를 직접 눈 앞에서 촬영하기 위해 기상학자와 폭풍전문가가 주축인 폭풍 추적팀 ‘스톰 체이서’가 폭풍우를 쫓아 실버톤으로 모여 든다. 언젠가부터 극장가에서 재난 영화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모든 사람들의 삶이 너무나 힘들어지고 자연재해 및 각종 사고가 빈번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굳이 재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또 하나의 고역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적 재난인 거대한 토네이도를 소재로 한 영화는 여전히 흥미롭다. 마치 모든 것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토네이도의 거대한 식성은 가히 인간이 대항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 ‘초특급 울트라수퍼 토네이도’가 있다. 한 지역을 초토화 시키는 그 가공할 위력 앞에 인간은 무기력과 동시에 강한 생존과 극복의 본능을 드러낸다.
수퍼 토네이도가 오클라호마 실버톤을 덮쳐 쑥대밭으로 만든다. 사람들은 최대풍속 초속 300m의 여객기마저 날려버리는 비바람과 하늘로 솟아오른 불기둥, 토네이도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사상 최대 재난을 겪는다.
관전 포인트 재난 영화에서의 관건은 얼마나 사실적으로 태풍, 해일, 화산 분출 등을 표현하는 가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일단 성공적이다. 현존하는 감독 중 특수 촬영에 있어 대가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연출진 출신인 스티븐 쿼일 감독이 막강한 3D화면을 선보인다. 특히 귀청을 때리는 음향의 효과는 화면에서 펼쳐지는 토네이도의 공포를 배가 시킨다.
대작 사이 수작
<찰리 컨트리맨>
<스텝업 올인>
<더 퍼지: 거리의 반란>
<키스 오브 드래곤>
<선샤인 온 리스>
여기 애니도 있어요!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44호(14.09.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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