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퇴출 위기 K뷰티 열쇳말은…"세포라에 없고, 올리브영에만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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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12. 오전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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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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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47% K뷰티 미경험자…호기심 여전
아이디어 제품·초심 회복 필요
필링·트리트먼트 제품, 뷰티 디바이스 주목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이 뉴욕 소호 진출 기념 인플루언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모델들이 마스크팩과 인증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 지난 7월 미국 3대 K뷰티 전문 온라인 판매점인 글로우레서피는 K뷰티 큐레이팅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글로우레서피는 2014년부터 '7스킨 보습법', '유리알 광택 피부 만들기', '마스크팩 사용법' 등 한국식 스킨케어 방법을 공유하며 K뷰티 사용법을 미국 소비자들에게 소개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국가의 스킨케어 브랜드들을 취급할 방침이다.

일명 'K뷰티'로 대변되는 한국 화장품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었다는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자금력과 마케팅 기량을 갖춘 일부 대형 기업들과 다르게 중소·중견기업들은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 이에 미국에는 없는 새로운 버전의 K뷰티 혁신 제품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제8회 화장품수출 활성화 지원 세미나'에서는 미국 수출 진단과 해결방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왼쪽 두번째부터 홍성일 소코글램 한국 대표, 한영주 로이스컨설팅 이사, 이승빈 듀이트리 사업개발팀 팀장.


최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제8회 화장품수출 활성화 지원 세미나'에서는 미국 수출 진단과 해결방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회 패널로는 한영주 로이스컨설팅 이사, 홍성일 소코글램 한국 대표, 이승빈 듀이트리 사업개발팀 팀장 등이 참석했다.

단연 핵심 이슈는 K뷰티가 진짜 위기인지 여부이다. 실제 K뷰티가 미국에서 태동한 2013년 이후 K뷰티 큐레이팅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e)커머스 사업을 키워온 글로우레서피, 피츠엘리, 소코글램 3곳 중 소코글램만 남아있는 상태이다. 세포라나 얼타뷰티 등 미국 현지 유명 화장품 소매점들 역시 K뷰티 매대를 축소하는 추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역시 최근 수차례 보고서를 통해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 축소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

홍성일 소코글램 대표는 미국의 대형 유통채널 상품기획자(MD)들의 K뷰티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까지도 미국의 유통채널 MD들이 K뷰티에 대한 변별력이 별로 없다"며 "분별이나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매대에 올린 후 포지션 미스매치로 실망하고, 이는 리테일러들이 K뷰티에 갖는 인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에 토론 패널들이 입을 모은 K뷰티의 근본적 문제는 미국 시장 사전조사와 분석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대목이다. 일례로 색조 메이크업 제품 경쟁력을 들었다. 피부색이 비슷한 우리나라와 다르게 백인, 흑인, 아시아계,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이 모여있는 미국 특성상 파운데이션 제품의 경우 한 제품에도 수십개의 취급품목수(SKU·스큐)를 갖춰야 한다.

한영주 로이스컨설팅 이사는 "베이스 종류가 3~5가지에 불과한 우리나라 브랜드는 미국 시장에 아예 들어갈 수가 없다"며 "인종별로 각기 다른 니즈를 모두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제품 구성을 갖추지 않고 어설프게 도전하면 안 된다"라고 짚었다. 홍성일 대표도 "저희 회사를 통해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브랜드 중 색조 브랜드는 문의 자체를 받지 않고 있다. 미국은 색조 전문이라고 하면 (한 제품이어도) 형태가 수십개는 된다"며 이 같은 의견에 동조했다.

또한 미국 시장에 무턱대고 진출하는 게 전략적으로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창고형 매장인 월마트나 코스트코 등에 먼저 입점 시 저렴한 포지셔닝으로 브랜드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 CVS 등 드럭스토어 역시 다양해 주요 고객 수준을 파악해 타겟팅을 분명히 할 필요도 있다는 주문이다.

특히 창고형 매장들의 경우 제품이 팔리지 않을 경우 제품 반환을 보증하는 여신 기간도 필요해 재고 부담도 존재한다. 이승빈 듀이트리 팀장은 "코스트코나 월마트에 입점 시 매출 측면에서는 좋지만 중간 벤더사를 통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여신이 기본으로 깔려진다"며 "월마트의 경우 90~120일의 여신을 보장해야 했어서 매우 어려운 조건의 비즈니스였다"고 회고했다.

전자랜드에 진열된 LG전자 LED 마스크 '프라엘'과 관련 디바이스를 모델이 테스트해보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장벽에도 미국 시장에서 K뷰티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주요 시장 포커스는 색조 부문이지만, 미국 시장의 2019년 스킨케어 시장 규모는 211억달러(한화 약 25조원)로 추산된다. 전년 대비 성장률이 5%에 달하는 수준. 스킨케어 부문에 강점을 지닌 한국 화장품 회사들 입장에서는 기회의 땅일 수 있다는 조언이다.

홍성일 대표는 "최근 5700명의 미국 화장품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중 47%가 K뷰티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면서 "필링 제품이나 트리트먼트 제품, 디바이스 등 국내 올리브영 등 헬스앤뷰티(H&B)스토어 등에 있는 제품들 중 미국에는 아예 없는 제품들이 많다"고 개선 여지를 뒀다. BB크림, 마스크팩 등 K뷰티의 도약을 이끌었던 제품들처럼 새로운 혁신제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한영주 이사도 "K뷰티가 아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여전히 뉴욕 세포라 등 주요 매장에 가보면 K뷰티 섹션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미국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라며 낙관적 전망을 조심스레 제시했다. 그는 "20년 전 베스트바이에 가서 삼성전자 제품을 달라고 했더니 창고에서 먼지가 퀴퀴하게 쌓인 제품을 보여줬던 것을 기억한다. 현재 K뷰티는 당시 삼성전자보다 훨씬 더 나은 환경이고,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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