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피크카’ 공포 외면하는 한국의 車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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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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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피크카(Peak Car)’ 공포에 휩싸였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차로, 소유에서 공유로,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피크카는 대중교통의 발달과 도시화 등으로 인해 자동차 수요가 정점을 지나 정체 혹은 감소할 것이라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자동차 보급률이 높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퍼졌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서 이 이론이 수면 밑으로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 이론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바로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인도에서의 성장이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동차의 패러다임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피크카의 공포가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전동화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인력과 설비 ‘다운사이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GM은 올해말까지 전세계에서 1만4000명을 감원하고 북미 5곳, 해외 2곳 등 7곳의 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전세계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는 폭스바겐도 2023년까지 독일내 사무직 7000명을 감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다임러도 2021년까지 1만명 감원을 검토하고 있으며 BMW도 올해 전세계 4500명이 직원을 줄인다고 했다. 일본 업체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혼다는 2021년까지 영국에서 3500명을 감원키로 했고, 닛산도 2023년 3월까지 전세계 1만2500명의 직원을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발빠른 글로벌 업체들과 달리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강성노조에 막혀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년 연장과 추가 채용을 주장하며 뒷걸음질 치고 있다. 22년만에 전면파업에 들어간 한국GM의 경영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로 1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최근 5년간 순손실 규모도 4조원이 넘는다.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수출도 여의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으로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GM측은 올해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삼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어 무리한 노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파업은 한국GM의 미래를 더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이번 파업으로 1만대 가량의 차량 생산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작금의 ‘기울어진’ 노사관계에서 파업에 사측은 속수무책이다. 물론 모든 파업이 나쁜 것은 아니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세계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의 무리한 요구와 파업은 글로벌 경쟁력만 약화시킬 것이다.

정부도 시대가 변한만큼 노사관계도 협력적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노사관계의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잡기 위해 사용자 권리도 존중해야한다. 사용자의 요구는 하나다. 노조의 파업권과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나라가 허용하고 있는 파업시 대체근로허용 등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기업이 기업을 할 권리도 고심해야할 것이다. att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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