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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예스터데이’ 정말 똑똑한 출구전략! 비틀즈가 사라졌다는 발칙한 상상력을 끝까지 살린다

발행일 : 2019-09-12 19:26:22

대니 보일 감독의 <예스터데이(Yesterday)>는 비틀즈가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발칙한 가정을 담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 속 가정에 담긴 숨은 메시지를 들여다보면, 아직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영화가 건네는 위로를 찾을 수 있다.
 
잭 말릭(히메쉬 파텔 분)이 가진 두 가지 두려움, 자신이 받는 관심과 사랑이 약해지거나 없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이 변했을 때의 두려움에 공감하는 관객도 많을 것이다. 잭과 영화의 출구전략은 무척 똑똑한데, 비틀즈가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발칙한 상상력을 끝까지 살리는 역할을 한다.

‘예스터데이’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예스터데이’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 다큐멘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틀즈를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예스터데이>는 다큐멘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틀즈를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음악 영화의 낭만성과 서정성, 인형탈의 호기심으로 시작한 영화는 ‘비틀즈의 노래는 남고, 비틀즈는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비틀즈의 노래가 다른 사람의 노래였다면?’, ‘비틀즈가 세상에서 없어지고, 비틀즈의 노래를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면?’이라는 발칙한 상상을 펼친다.
 
‘비틀즈’라는 존재가 잭과 관객만 알고 다른 등장인물들은 모른다는 설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우월적 지위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비틀즈가 위대하다는 시작으로 영화를 펼치지 않고 비틀즈가 세상에서 없어진다는 가정으로 시작했기에, <예스터데이>는 다른 음악 영화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가진다.

‘예스터데이’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예스터데이’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음악과 코믹한 재미를 같이 줬다고 좋아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고, 비틀즈와 음악에만 집중하지 않고 시트콤 같은 드라마적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고 아쉬워하는 관객이 있을 수도 있다. 고정관념, 고정된 기댓값을 가지지 않는다면 <예스터데이>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아직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영화가 건네는 위로
 
<예스터데이>는 비틀즈가 없어지고 사람들이 비틀즈를 모르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비틀즈의 노래를 들어도 다른 사람들은 별 감흥이 없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비틀즈의 노래에도 사람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예스터데이’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예스터데이’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정말 좋은 노래도 다른 사람들이 그 가치를 못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당신의 노래만 그런 게 아니라, 비틀즈의 노래조차도 사람들이 못 알아볼 수 있다는 가정이 위로가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아직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비틀즈 같은 천재성이 있다고 알려주려고 하는 것 같다.
 
<예스터데이>에서 큰 꿈을 꾸는 게 두려운 잭은 그런 것들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 사람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예스터데이’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예스터데이’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 잭이 가진 두려움! 자신이 받는 관심과 사랑이 약해지거나 없어질 수 있다 +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이 변했다
 
잭은 언제 대중의 환호가 끊길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한다. 대중의 환호를 받는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어떤 누군가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 사람은 자신이 받는 관심과 사랑이 약해지거나 없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도 불안할 수 있는 것이다.
 
<예스터데이>에서 12초간 전세계 동시 정전이 일어났을 때, 잭은 버스에 치인다. 일반적으로 그런 사건을 겪으면 본인이 변하는데, <예스터데이>에서는 본인은 그대로 있고 세상이 변했다. 자신은 그대로 있는데 세상이 변했다는 것 또한 잭에게는 매우 큰 두려움일 수 있다.

‘예스터데이’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예스터데이’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만약 잭에게 두 가지 두려움이 없었으면, 관객들의 공감이 줄어들었을 수도 있고 영화는 그냥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렸을 수도 있다. 잭의 두려움은 영화 속 변화를 관객이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예스터데이>에서의 독특한 아이디어는 웹툰을 보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비틀즈의 노래를 같이 부르는 싱어롱(sing-along) 상영도 기대가 된다. 비틀즈 역할의 배우가 직접 부른다면 따라 부르기보다는 그냥 듣기를 원하는 관객이 있을 수도 있지만, <예스터데이>에서 싱어롱은 관객이 잭과 함께 비틀즈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더욱 편할 수 있다.

‘예스터데이’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예스터데이’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 정말 똑똑한 출구전략! 잭의 출구는? 영화의 출구는?
 
<예스터데이>를 직접 보면 편하고 재미있게 영화를 따라가면서도, 결말이 어떻게 날지 궁금해진다. 앞뒤의 스토리텔링에 맞지 않거나 이어진 감정선을 끊어버리는 반전으로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고, 반대로 충분한 여운을 남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영화는 무척 똑똑한 선택을 한다.
 
잭의 출구와 영화의 출구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영광에 대해 직면하고 진실을 되돌릴 수 있는 용기를 낸다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해결하고 승화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예스터데이’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예스터데이’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음악에 쏟아야 할 상상력과 에너지가 고갈되고 인생 자체가 거짓말이 된 기분일 때 초심과 근본으로 돌아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잭과 영화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려준다. <예스터데이>의 출구전략은 비틀즈가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발칙한 상상력을 끝까지 살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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