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노래하는 홍콩 시위…홍콩 시위대의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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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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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월드컵 축구경기 '홍콩-이란' 예선전이 열린 지난 10일, 홍콩 경기장에서는 때 이른 야유가 쏟아졌다. 경기 시작 전 중국의 국가가 흘러나오자 관중석의 시민들이 일제히 등을 돌렸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철회 발표 이후에도 자유선거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홍콩 시민들은 중국의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거부하고 "홍콩은 애국가가 없다"고 말해왔다. 축구 관중들은 대신 이 노래를 불렀다. 'Glory to Hong Kong(홍콩에게 영광을)'. 시위대들 사이에 '홍콩의 국가'라며 최근 울려 퍼지는 곡이다.



이 곡은 지난 6월 9일 시작한 홍콩 사태가 석 달째 접어들 무렵 완성됐다. 작곡가 '토마스'는 20대 중반의 홍콩 시민이다. 전업 음악가인 토마스는 실명 등 다른 개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음악은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해줍니다.
홍콩 시민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래가
꼭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작곡가 토마스 타임지 인터뷰-

가사 초안은 토마스가 썼고, 시민들이 곡을 완성 지었다. 홍콩의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사이트 'LIHKG'에서 자유롭게 제안과 수정이 오갔다. 'Reclaim Hong Kong, revolution of our time.(홍콩을 되찾아, 우리 시대를 혁명하자'는 시위 구호도 이 사이트에서 시작됐다. 홍콩 사람들은 시위 초반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한국어로 불렀고, 종교인들은 '할렐루야'를 합창했다. 2014년 우산 혁명 당시처럼 레미제라블 'Do you hear the People Sing'도 올해 다시 홍콩 거리에 울려 퍼졌다.


이날 '홍콩-이란' 경기는 0-2로 이란의 승리로 끝났다. 1무 1패를 거둔 홍콩은 월드컵 2차 예선 아시아 C조 최하위 성적에 그쳤다. 하지만 시민들은 축구 경기장에서 든 'Freedom Hong Kong' 손 피켓이 각국에 생중계로 전달됐다는데 의미가 더 크다고 말한다. "우리 시대가 불행하고 불확실하지만,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겁니다." 토마스가 홍콩의 국가로 불리고 있는 노래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다.


축구 경기 하루 전날, 캐리람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홍콩의 평화를 방해하는 것은 오히려 폭력 시위"라며 시위대를 강하게 비난했다. 지난 주말 시위까지 천 명 넘은 시위대가 폭력 행위 등의 이유로 체포되자 시민들 사이에서도 격화일로 치닫는 시위 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런 이유로 어제(11일)는 '오늘은 시위가 없다'는 공지가 전달됐다. 집회 해산을 요구하는 무장 경찰에게 물건을 집어 던지던 초반과는 달리 노래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라는 5가지 요구를 여전히 외면하는 정부에 끝까지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시민들은 15일, 15주째 주말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홍콩 역사상 최장 시위 기록을 넘어선 홍콩 사태는 100일을 향해가고 있다.

송금한 기자 (emai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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