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돌과 동시 거대 물결 휩쓸려…공룡, 철갑상어, 암모나이트 떼죽음
6600만 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지름 11∼81㎞의 거대한 소행성(또는 혜성)이 떨어졌다. 이 충돌의 직·간접 영향으로 공룡을 포함한 지구 생물의 75%가 멸종했고, 지구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신생대로 접어들었다.
로버트 데팔마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자연사박물관 학예사 등 국제 연구진은 2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을 통해 지난 6년 동안 노스다코타주 보우만에 있는 대충돌의 흔적이 남아있는 경계 지층인 헬 크리크 층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를 밝혔다. ‘태니스’라고 이름 붙인 이 화석 산지는 대충돌 당시의 ‘킬링 필드’로 알려져 있다.
데팔마는 “이제까지 대충돌 경계층에서 큰 동물이 떼죽음한 것은 발견된 적이 없다”며 “다른 연령대와 다른 생활사 단계를 나타내는 수많은 종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죽은 현장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화석 산지는 소행성이 떨어져 생긴 유카탄반도의 칙술루브 분화구로부터 3000㎞나 떨어져 있다. 어떻게 충돌의 충격이 그 먼 곳까지 실시간으로 전달된 걸까.
테크타이트 비는 대충돌 45분∼1시간 사이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태니스에서도 다양한 곳에서 지름 0.2∼1.4㎜의 테크타이트가 발견됐다.
리처드 알바레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진파는 충돌 9∼10분 뒤에 일어나기 시작했을 것”이라며 “따라서 모든 테크타이트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기 전에 이미 이 지역엔 물이 들어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큰 물살이 형성된 퇴적층에 초고속으로 떨어진 유리 알갱이가 박힌 모습이 발견됐다. 또 침엽수 송진에 박혀 호박으로 고스란히 보존된 테크타이트와 주걱철갑상어가 마지막 식사로 삼켰다 아가미에 걸린 테크타이트 모습도 확인됐다.
충돌 현장을 담은 화석층 위에는 충돌 뒤 가라앉은 먼지 등을 포함한 퇴적층이 쌓여 있다. 퇴적층에선 지구엔 드물고 소행성이나 혜성에 풍부한 고농도의 이리듐이 검출돼 대충돌의 흔적임을 증명하고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obert A. DePalma et al, A seismically induced onshore surge deposit at the KPg boundary, North Dakota,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81740711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