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첩 대신 스리라차(인도네시아 전통 소스), 간장 대신 느억맘(베트남 피시소스).’

국내 소스 시장이 동남아시아 등 해외 소스의 인기를 타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 모두 5년 연속 커졌다. 동남아 전통 소스와 파스타 소스 등 음식 맛을 쉽고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간편한 제품들이 소스 시장 팽창을 주도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등 외식업계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맛을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완성된 소스 제품 사용을 늘리고 있다. 소스류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조8000억원으로 5년간 30% 이상 커졌다. 정체돼 있는 라면 시장 규모(2018년 약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케첩' 대신 '마라'…라면만큼 커진 소스시장
가정용 ‘완성 소스’ 각축전

지난 1~2년간 소스시장을 키운 것은 가정용 시장이다.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전통적인 1차 소스 시장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된장찌개용 소스’ ‘제육볶음 소스’ 등은 수요가 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1997년 내놓은 한식 간편요리 양념 브랜드 ‘다담’의 매출은 지난해 500억원을 넘어섰다. 2008년 100억원대이던 매출이 4배 정도 커졌다.

외식 메뉴가 다양해지고 동남아 등 해외 여행이 늘면서 간편 소스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했다. 파스타 소스, 베트남식 분짜 소스 등 빠르고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완성 소스 제품도 많아졌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가정용 동남아식 소스 시장은 지난해 250억원으로 전년보다 36.3% 커졌다.

대상은 2015년 세계 소스의 맛을 구현한 ‘월드 테이블 소스’를 내놓고 시장을 선점했다. 청정원 파스타 소스와 베트남식 팟타이·분짜·닭쌀국수 소스 등 아시안 요리 소스를 포함해 현재 43종의 소스를 판매 중이다. 대상은 B2C 완성 소스 시장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면만 삶으면 10분 안에 파스타를 요리할 수 있어 20~30대 여성은 물론 요리에 서툰 남성들도 주요 소비층이 됐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소비 트렌드를 고려할 때 당분간 아시아 소스의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마라탕과 훠궈 열풍 등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중화풍 소스는 물론 요리를 쉽게 하는 볶음 기름류, 아시아 각국의 소스 등이 다양하게 출시될 전망이다. ‘폰타나 파스타 소스’를 판매하던 샘표는 지난 6월 아시안 소스 브랜드 ‘티아시아키친’을 내놓기도 했다.

“2조원 소스 시장 잡아라” 기업들 경쟁

소스 시장은 B2B가 80%를 차지한다. 오뚜기, CJ제일제당, 대상, 동원홈푸드 등 종합식품회사와 동방푸드마스타, 태경농산, 원일식품, 시아스, 삼진푸드 등 중소 규모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소스 시장은 가정간편식(HMR) 확산으로 2~3년 사이 기업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다. HMR 제품은 밥과 소스, 면과 소스 등이 결합된 형태가 많아 그만큼 수요가 늘고 있다.

식자재 전처리와 소스 전문기업인 송림푸드를 지난해 인수해 새 공장을 가동 중인 CJ프레시웨이가 대표적이다. 동원F&B는 기존 소스 전문 자회사 삼조쎌텍의 생산 공장을 2배 증설해 올해 3분기부터 가동한다. SPC삼립도 지난해 ‘프레시푸드팩토리’ 공장을 새로 지어 샐러드와 소스를 전문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식자재 유통의 팽창도 소스 시장이 커지는 요인이다. 소스 제조사들은 피자, 치킨 프랜차이즈와 주요 외식업체에 B2B 전용 소스를 개발해 공급한다. 지점별로 맛과 품질의 차이가 없어야 하는 프랜차이즈의 특성 때문에 매장마다 직원이 매일 양념을 따로 만들지 않고 완성된 소스를 받아 사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장지혜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외식업 가맹점 수와 소스류 생산액이 비슷한 패턴으로 성장곡선을 그렸다”며 “원가 절감과 인건비 감축, 맛의 균일성을 추구하는 외식산업에서 소스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