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를 이겨낸 뜨거운 생명예찬
나치로부터 유대인과 동물들을 구한 여인의 실화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잔혹한 시기.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남편 얀(요한 헬덴베르허)과 함께 동물원을 운영하던 안토니나 자빈스키(제시카 채스테인)는 점차 강도를 높여가는 나치의 유대인 탄압 정책을 불안한 마음으로 목격한다. 나치의 악행은 바르샤바에 살고 있던 유대인들을 강제수용소에 끌고 가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유대인을 숨겨주거나 돕는 폴란드인은 당사자는 물론 가족과 이웃까지 살해하는 지경에까지 다다른다.
악몽보다 끔찍한 현실 앞에서 안토니나와 얀은 비밀리에 유대인들을 빼내 자신들의 동물원에 숨겨주기 시작한다. 사라져가는 동물들, 그곳에 채워지는 유대인들, 그리고 매일 아침 찾아오는 독일군. 안토니나는 목숨을 위협하는 나치의 감시 속에서도 이 특별한 비밀작전을 포기하지 않는데.
10월 12일 개봉하는 영화 '주키퍼스 와이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무기고로 변해버린 동물원에서 오로지 사랑으로 수백 명의 소중한 삶을 살려낸 기적을 이룬 숨겨진 영웅 안토니나 자빈스키의 활약을 그린다. 공포와 파괴만이 가득한 전쟁의 참상을 딛고 폴란드 바르샤바 동물원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기적 같은 실화를 다룬 2007년 다이앤 애커먼의 논픽션 작품을 영화화했다. 안토니나의 특별한 구출 작전을 담아낸 애커먼의 책은 출간 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베스트북 2007 등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동물원을 배경으로 지구상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존엄을 담담하고도 묵직하게 그렸다는 평을 받았다.
탄탄한 고증으로 완성된 바르샤바 동물원과 안토니나의 빌라 공간 역시 볼거리다. 제작진은 실제 동물원 8분의 1 사이즈로 동물원 세트를 만들고, 출연하는 동물들의 임시 거처가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가장 평화롭고 신나는 장소였지만 전쟁으로 긴장과 두려움의 공간으로 변한 동물원은 전쟁으로 인한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였다. 영화에는 사자, 얼룩말, 원숭이, 낙타, 코끼리, 늑대, 들소, 말, 돼지, 맹금류, 앵무새, 스컹크 등 수많은 동물이 등장하는데 위험하거나 죽음을 다루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컴퓨터그래픽이 사용되지 않았다.
[오신혜 문화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