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하는 야당이 삭발과 단식 등으로 투쟁 수위를 끌어올렸고, 여당은 이를 소모적인 정쟁이라고 일축하며 정면 충돌해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여야는 조국 장관의 국회 출석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17일 예정된 교섭단체대표연설 일정부터 합의에 실패해 연기되는 등 정기국회가 파행하고 있다.

16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은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국회에서 만나 정기국회 일정 조정 문제를 논의했으나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 예정됐던 교섭단체대표연설 일정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피의자로 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하는 것이 맞냐는 부분에 대해 이견이 있어서 이번 주 정기국회 일정은 일단 진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17∼19일), 대정부질문(23∼26일), 국정감사(30일∼내달 19일) 등의 일정에 합의한 바 있다.

다만 대정부 질문을 비롯한 다른 일정의 추가적인 연기로 이어지지 않은 상태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만 그렇다”며 “그다음 일정은 주 중에 다시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 청문회 과정부터 지금까지 조 장관과 함께 해왔다”며 “그에게 검찰개혁을 비롯한 사법개혁에 거는 기대가 있는데 장관을 부정하는 야당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나”라고 일축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추석 연휴 조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인데 이어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했다.

앞서 같은 당 여성 재선의원인 박인숙 의원이 삭발했고, 이학재 의원은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은 이날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상대로 한 현안질의를 시도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이 김 차관의 참석을 만류하면서 무산됐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김 차관과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은 지난 9일 조 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간부들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 구성을 제안했다.

한국당은 또 민주당과 정부의 검찰 공보준칙 강화 추진 움직임을 조국 법무부 장관을 위한 부당한 수사 방해로 규정하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공보 준칙이 변경되면 준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감찰하는 조항이 있다고 한다. 결국 감찰을 빌미로 본인이 직접 수사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위한 법무부이냐, 조국 일가를 위한 법무부이냐”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국당의 공세를 ‘정쟁’으로 일축하며 정기국회 일정을 사전에 논의한 대로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석 연휴에 많은 분들을 뵙고 다양한 의견을 들었는데, 하나같이 하시는 말씀이 ‘국회가 제발 일 좀 하라’는 것이었다”면서 “국민께 부끄럽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를 전후로 한국당은 ‘민생 우선’ 대신 ‘조국 사태’만을 외쳤다. 한국당에게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며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민생을 위한 국회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한국당의 협조를 거듭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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