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명하면 당장이라도 '조국 수사' 공개 안된다···법무부 훈령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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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16. 오후 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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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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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전자증권제도 시행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법조계의 오랜 난제(難題)다. 수사 대상의 인권 보호와 국민의 알권리라는 두 가지 담론이 한 지점에서 충돌하면서 논쟁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법무부엔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규칙)이란 게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일종의 균형점으로 ‘제한적 공보’다.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가 이를 사실상 ‘공개 원천 금지’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이른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다. 당장 야권에선 "수사 대상에 오른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구하기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는 18일 오후 당정 협의회를 열어 관련 대책을 논의한다. 이인영 원내대표와 조국 장관이 참석한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위성곤 민주당 의원에게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제출했다. 전임 박상기 법무부장관 때 마련한 초안으로 지난 7월 말 완성된 내용이다. 해당 초안은 ▶기소 전 피의자 소환 촬영 제한 ▶소환 일정 공개 제한 ▶국회의원·고위공직자 등 수사대상 공인(公人) 실명 공개 금지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설치 ▶수사내용 유포 시 장관 감찰권 발동 등의 내용을 담았다.

‘수사공보준칙’에 비해 훨씬 더 까다로운 공개 조건을 만들었다. 피의자 동의 형식을 ‘서한’으로 제한하고, 사건 관련 인물 뿐 아니라 기관·기업도 실명 공개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다. 허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이른바 ‘포지티브 규제’ 형식을 택했다. 금지 행위 외에 모든 것을 허용하는 방식(네거티브)보다 훨씬 센 규제 강도다.

검찰개혁‘신호탄’... 법무부 대언론 훈령 어떻게 바뀌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①알 권리 제약하나
실제 “지나치게 원칙론에 입각해 검찰을 둘러싼 언론 현실을 외면한 측면이 있다(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평가다.

개정안 핵심인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설치 방안이 대표적이다. 검찰청에서 주임검사·사건관계인·출입기자단 의견을 수렴하는 심의위원회 개최를 결정하고 소집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현장 보도가 중지된다. 위원회 결정에 따라 취재를 아예 접는 경우도 생긴다.

언론의 취재활동이 검찰 내부 감찰 조사 대상이 되는 것도 문제다. 박상기 전 장관은 지난 5일 “수사내용 유출 경위 확인을 위해 관련 기자 조사를 해야 하지 않냐(위성곤 의원)”는 질문에 “고려해 보겠다”고 답했다.

②조 장관 추진 적절한가
정치권에서는 조 장관이 피의사실 공표 제한 추진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족 수사 상황에서 과거와 정반대 입장을 낸다는 ‘조적조’ 지적이 나온다. 조 장관은 지난 2011년 5월 트위터에 “피의사실 공표도 정당한 언론의 자유 범위 안에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돼 불벌”한다고 적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은진수 당시 감사원 감사위원(현 금융위원장)이 로비스트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보도를 옹호하는 입장을 내면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조국의 부당한 검찰 인사 개입 겁박과 공보준칙 강화를 빙자한 검찰 수사 보도 금지 추진은 명백한 수사 외압이며 수사 방해”라고 주장한 뒤 삭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내 가족이 수사받고 있으니 피의사실 공표를 막겠다고 하는 게 대한민국을 위한 법무부냐, 조국 일가족을 위한 법무부냐”라면서 “(조 장관이) 결국 감찰을 통해 수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16일 논평을 내 “피의 사실 유포에 대한 찬반의 문제를 넘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보위만을 위한 사적 조치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며 “조국 일가를 위한 꼼수가 아니라면 왜 하필 지금”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20190916

③당정 논의만으로 개정되나
기존 ‘공보준칙’과 개정 추진안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제목이 다르지만 둘 다 법무부 훈령이다. 국무회의 의결이 필요한 대통령령과 달리 부처 훈령은 장관이 임의로 개정할 수 있다. 여야 논의나 상급기관 의결 없이 조 장관 서명만으로 시행이 가능하다. 조 장관이 자신에게 검찰개혁 주도권을 쥐어준 여당과 당정 협의만 거친 뒤, 강화된 규정을 통째로 ‘셀프 방어’에 이용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 배경이다.

④조 장관 가족이 수혜자되나
아내 소환이 임박한 상황에서 조 장관이 당장 바뀐 규정을 시행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법제처 ‘훈령·예규 등의 발령 및 관리에 관한 규정’은 장관 훈령의 경우 ‘특별 사정이 없는 이상 10일 이상 의견수렴(6조)’을 하도록 규정한다. 통상 의견조회 및 유예기간을 두지만 ‘특별 사정’이라는 예외조항을 적용하면 ‘금주 중 시행’도 원칙적으로는 가능한 상황이다.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법무부나 민주당에선 한 발 물러선 듯한 반응을 보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초안을 토대로 검찰, 대법원, 변협 등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칠 것”이라면서 “개정안 시행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현재 공개된 ‘박상기 안’을 수정해 당정 협의에서 새로운 ‘조국 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한 법사위 소속 의원은 “조 장관 취임(9일) 전에 공개된 안은 피의사실 공표 전반을 금지하는 내용인데, 우리가 관심을 두는 것은 공식 브리핑이 아닌 확인되지 않은 특정 언론 상대 흘리기 관행”이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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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입사해 사회부(경찰·법조), 경제부(금융·증권·정책), 국제부에서 일했습니다. 현재 국회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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