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비교적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받는 스탯티즈를 사용했습니다. 

위가 양준혁, 밑이 이종범의 통산 성적인데요, 양준혁이 KBO에서는 2시즌 더 오래 뛰었고 경기수도 400여 경기 더 많습니다. 더구나 양준혁이 슬래시라인 .316 - .421 - .529 로 wRC+ (조정득점생산력)에서 160을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인 반면 이종범의 .297 - .369 - .458과 126은 평균보다는 낫지만 양준혁의 압도성과는 거리가 많죠. 단일시즌으로 봐도 4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한 1994년에도 이종범의 타격능력은 생각보다는 낮았습니다. (물론 198이라는 수치는 매우 뛰어난 수치입니다만 양준혁에 비교해서요)

한편, 공격력 즉 타격 능력의 차이에 비해 두 선수의 통산 WAR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리그의 평균적인 백업 선수에 비해 어느 정도의 승리를 팀에 가져다 주었는지 알려주는 수치로 공, 수, 주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이종범이 2시즌 덜 뛰었다는 것을 감안하면요. 이는 이종범이 압도적인 주루능력과 준수한 수비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야구에서 일반적으로 수비가 어려운 포지션이라고 하는 곳은 센터라인, 즉 포수, 유격수, 2루수, 중견수를 일컫는 말로 수비력을 평가할 때 감안받게 됩니다. 이종범은 첫 몇 시즌을 유격수로 뛰었고 이후에도 중견수로 많이 뛰었습니다. 그러나 양준혁은 평생을 좌익수, 우익수, 1루수 등 상대적으로 수비가 쉬운 포지션에서 뛰었죠. 두 선수다 압도적인 수비력으로 유명한 선수는 아니지만 포지션의 차이는 분명 있습니다. 또한 주루능력에서도 두 선수의 차이는 극명합니다. 양준혁이 62%의 성공률로 193개의 도루를 성공시킨대 반해 이종범은 82%의 성공률로 510개의 도루를 성공시켰습니다. 일반적으로 도루의 성공확률이 70%를 넘겨야 유의미한 공격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양준혁의 경우에는 도루를 안하는 것이 오히려 통산 성적에 유리할 수준이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종범의 82% 성공률과 510개의 도루는 모두 역대 1위에 올라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주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다면 이 모든 성적을 종합적으로 볼 때 누구의 우위일까요?

아직 따져봐야 할 것이 더 남아있습니다. 이종범은 1998년부터 2001년 여름까지 일본에서 뛰었습니다. 대략 2년 반 가량이죠. 이 기간의 성적을 따져본다면 어떨까요? 아쉽게도 이종범은 1998년에 부상을 당해서 일본에서는 별 활약을 하지 못합니다. 또한 전성기의 기량을 상당히 상실하게 되죠.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절정의 기량을 선보인 (이 기간동안 이종범은 3회나 WAR 1위에 올랐습니다)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일이죠. 결과적으로 KBO에서 양준혁과 이종범의 성적은 꽤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양준혁이 상당히 앞서 있죠. 하지만 질문자 분이 얘기하신 '누가 더 잘하냐'가 단순한 성적이 아니라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의 기량을 얘기한다면 단연 이종범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