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흔든 `골든 스테이트 킬러`
온라인에 공개된 `DNA족보`로
용의자 친척 찾아 수사망 좁혀
42년 만에 희대의 살인마 검거
美성인 0.5%의 DNA만으로도
60% 이상 인구 추적 가능해
韓, 유전자족보 구축 안 됐지만
범죄수사서 DNA 중요성 커져
온라인에 공개된 `DNA족보`로
용의자 친척 찾아 수사망 좁혀
42년 만에 희대의 살인마 검거
美성인 0.5%의 DNA만으로도
60% 이상 인구 추적 가능해
韓, 유전자족보 구축 안 됐지만
범죄수사서 DNA 중요성 커져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미셸 맥나마라는 1970~1980년대 캘리포니아주에서 60여 건에 달하는 강간과 살인을 저지른 희대의 연쇄살인마 '골든 스테이트 킬러'의 외양과 범죄 행각을 상세하게 묘사한 책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지난 4월, 42년 만에 진범이 체포되자 워싱턴포스트(WP) 등 유력 매체는 반세기 가까이 잊힌 사건을 재조명한 맥나마라를 범인 검거의 숨은 주역으로 꼽으며 찬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장기 미제 사건을 종결시키고 완전 범죄를 노린 살인마의 정체를 밝힌 숨은 공신은 따로 있다. 바로 범인 스스로 현장에 남긴 'DNA(유전자정보)'다.
최근 '마이헤리티지(MyHeritage)' 'GED매치' 등 공개 유전자DB가 증가하면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 8촌 이내 친척이 인터넷에 DNA를 업로드했을 가능성이 60%에 달한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에서 유전학자들은 신원 미상의 DNA 샘플과 기본적인 연령 정보만 가지고 흔적을 쫓기 시작해 128만명의 DNA 정보가 업로드된 마이헤리티지에서 용의자 후보를 20명 이하로 추렸다. 전문가들은 GED매치에 정보를 등록한 이용자가 미국 성인 인구의 0.5%에 불과한데도 이 정도 성과를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용자 비율이 2%만 돼도 유럽계 백인 미국인 90%의 신원이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DNA로 용의자의 친척을 비롯해 건강, 외모 정보를 아는 것도 시간문제다.
스탠퍼드대 인구유전학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셀'에 "FBI 등 수사기관이 갖고 있는 DNA 샘플과 '23앤드미(23andme)' 'GED매치' '앤세스트리' 같은 공개 온라인 DNA DB가 30% 이상 중첩된다"며 "이런 소비자 서비스와의 연결고리를 이용해 용의자 DNA 샘플에서 가족 관계뿐만 아니라 눈 색깔 등 외모 정보, 질병 등 의료 정보까지도 속속들이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과학수사에서 주목받고 있는 'DNA 메틸화 분석' 기법이 대표적이다. DNA에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메틸기'라는 스위치가 달려 있는데 이 스위치 형태를 분석하면 담배를 피우는지, 운동을 많이 하는지, 젊은 사람인지 등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2009년 앨런 양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연구팀은 뇌, 심장, 신장 등 11가지 조직의 DNA 메틸화 지도를 완성해 학술지 '인간분자유전학'에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에 근거하면 신체 부위별 DNA 메틸화 패턴만으로 DNA가 몸 어디에서 나왔는지, 정액인지 침인지도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유전자가 메틸화하는 특성을 이용하면 범인 신원을 특정하지는 못하더라도 수사 범위를 축소할 수 있다"며 "아직 수사 현장에 활용되고 있지 않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기술 유효성과 정확도를 검증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DNA를 이용한 수사에 있어 개인정보 보호 등 법적 논란은 넘어야 할 산이다. 에를리히 박사는 "공개 족보 DB의 활용은 범죄 해결의 시각에서는 고무적이지만 법률을 준수하는 선량한 시민들의 사생활 침해 이슈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염려했다. 질병 등 바이오의료 연구, 족보 검색 등 전혀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했던 소비자들이 검경의 수사 가능성에 노출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본인이 정보를 올리는 데 동의했다고 해서 그 친척까지 동의했다고 간주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따라 유전자 정책학자들을 중심으로 수사기관의 검색을 허용하되, 가능한 한 상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조현병·사이코패스…DNA에만 책임 물을수 있나?
DNA가 모두 좌우하진 않아…환경·교육수준 등에 따라 유전자 발현 여부 제각각
여기까지 설명을 들으면 동성애와 관련된 '유전자'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나 연구원은 "게이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단일 유전자보다는 수많은 '미세한 유전적 영향'이 동성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학술지 '사이언스'도 이 연구 성과를 보도하면서 "인간의 성행동은 복잡하며 DNA에 책임을 물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힘을 실어준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동성애자에게서 일부 특이한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의약연구단 책임연구원은 "동성애자 1000명 중에서 이 같은 변이가 나타날 확률은 1명꼴로 0.1%에 불과하다"며 "결국 동성애를 나타내는 특정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고 그것이 대를 물려 전달되지도 않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류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동성애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유전자 변이를 유전학 관점에서 살펴봤을 뿐"이라며 "여전히 동성애를 경험한 사람의 99%는 환경적·사회적·행동학 등 많은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특정 질병·형질과 관련된 유전자 발견"이라는 제목의 연구 성과가 발표된다. 키·체중과 같은 신체적 특징뿐 아니라 지능지수(IQ), 민족과 관련된 유전자가 발견됐다는 보도도 나온다. 암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수도 없이 많이 발견됐고, 범죄와 관련된 유전자를 찾았다는 발표도 있었다. 인간의 행동을 비롯해 신체적 특성, 질병에 걸릴 확률 등 모든 것이 유전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특정 유전자가 켜지면 질병이 발생하거나 범죄행동을 유발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993년 미국 딘 해머 박사는 남성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동성애와 관련된 유전자 지표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남성 동성애자 가족을 조사했더니 X염색체를 공유하는 친족일수록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동성애자일 확률이 높다는 연구였다. 해머 박사는 이를 토대로 "동성애 유전자가 X염색체상에 존재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특정한 유전자를 찾은 것은 아니고 소규모 연구인 만큼 결과가 애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을 비롯해 일반인들은 이 연구 성과를 "동성애 유전자가 발견됐다"고 받아들였다. 이후 미국 일부 언론은 이 연구를 근거로 "태아 유전체 분석을 통해 동성애자 아기를 낙태할 수 있을까"와 같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또 "잘못된 유전자를 수리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도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동성애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고 앞으로 발견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의 기본 단위는 DNA다. 이 DNA가 RNA로 바뀌고, RNA는 생명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DNA에 고장이 나면 특정한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운증후군은 21번 상염색체에 이상이 생기면 발생한다. 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으로 여러 증상(운동기능 이상, 인지능력 저하, 그리고 감정조절 이상)이 30~50세에 갑자기 나타나는 헌팅턴병은 4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헌팅턴 유전자 염기가 반복될 때 발생하는데 멘델의 유전법칙에서 볼 수 있듯이 우성 유전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류 연구원은 "다운증후군과 헌팅턴병 같은 질병은 특정 유전자에 발생한 변이가 일으키는 질병임이 확실히 밝혀졌다"면서도 "모든 질병을 이렇게 단 한두 개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단일 유전자로 인해 발병하는 질병은 전체 유전병 중 약 0.2%에 불과하다. 나머지 수많은 질병은 적어도 두 개 혹은 수십 개 유전자가 서로 상호작용 과정을 거쳐 발생한다. 물론 유전자 상호작용 외에 환경이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IQ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IQ와 관련된 유전자는 수십 건 넘게 보고됐다.
하지만 2012년 미국 유니온대 연구진이 IQ와 관련된 과거 연구를 분석한 결과는 참담했다. 연구진은 학술지 '정신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 연구는 대부분 잘못됐다"고 밝혔다. IQ와 관련된 유전자를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여러 유전자가 서로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 결정적으로 지능을 높이거나 낮추는 특정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키, 몸무게와 같은 신체적 특성이나 조현병, 자폐증 등 정신병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특정 형질이나 질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수십~수백 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류 연구원은 "특정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생물은 복잡한 체계를 갖고 있다"며 "환경에 따라 DNA는 발현되기도 하고 발현이 억제되기도 한다. 사람의 형질은 DNA뿐 아니라 환경과 교육 그리고 영양 상태 등 한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김윤진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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