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 7월 15일부터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된 현장증거물을 순차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DNA 분석을 의뢰했다. 10차례 사건 가운데 3건의 사건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가 이씨의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의 DNA가 검출된 3건은 5차, 7차, 9차 사건으로 알려졌다. 당시 피해자들은 착용하고 있던 스타킹과 블라우스 등에 양손이 묶인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이씨가 수감된 부산교도소를 찾아가 1차 조사를 벌였지만 이씨가 혐의를 부인한 상태"라며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처제(당시 20세)에게 성폭력을 저지르고 살해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서 25년째 복역 중이다.
그는 수감 생활 중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 '1급 모범수'로 분류되어 있다고 한다.
경찰은 다른 미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DNA 분석을 의뢰하게 됐다고 했다. 2005년 수원지역에서 발생한 여성 살인사건과 2011년 부천지역 야산에서 발견된 여성 시신 사건의 증거물을 대상으로 DNA 분석을 의뢰했는데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DNA가 검출됐다고 한다. 두 사건 모두 발생 당시 국과수 조사에선 용의자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 결과를 토대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과수에 화성연쇄살인사건에 대한 DNA 분석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에도 이씨가 수사대상에 올랐었는지, 이씨가 모든 범행을 저지른 것인지 등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은 "국과수에서 DNA 분석 결과를 통보받고 기초수사를 하는 단계에서 언론에 보도돼 부득이하게 공개하게 됐다"며 "화성연쇄살인사건이 과거 4년 7개월간 벌어지면서 관련 수사기록도 방대하고 증거물도 많은 상태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가 유력 용의자와 일치한다는 결과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하나의 단서"라며 "과거 수사 기록이나 수사 관계자 등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저지른 다른 범죄도 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한다.
반 2부장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는 피의자에 대한 처벌의 의미도 있지만,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거기에 집중해서 하겠다"며 "수사가 끝나면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앞으로 매주 목요일 브리핑을 통해 이 사건의 경과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주연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모아온 사건이다.
수원=최모란·이후연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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