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용의자의 두얼굴···그는 교도소 1급 모범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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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19. 오후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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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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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특정 (서울=연합뉴스) 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이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경기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특정됐다.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모(56)씨다. 경찰이 당시 증거물을 DNA 분석기법으로 조사한 결과 3건의 증거물에서 이씨의 DNA가 검출됐다.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이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7월 15일부터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된 현장증거물을 순차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DNA 분석을 의뢰했다. 10차례 사건 가운데 3건의 사건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가 이씨의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의 DNA가 검출된 3건은 5차, 7차, 9차 사건으로 알려졌다. 당시 피해자들은 착용하고 있던 스타킹과 블라우스 등에 양손이 묶인 상태로 발견됐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경찰은 보관하고 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된 다른 증거물도 국과수에 보내 추가 DNA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혐의 부인한 용의자 이씨, 현재 부산교도소 수감 중
그러나 이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이씨가 수감된 부산교도소를 찾아가 1차 조사를 벌였지만 이씨가 혐의를 부인한 상태"라며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처제(당시 20세)에게 성폭력을 저지르고 살해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서 25년째 복역 중이다.
그는 수감 생활 중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 '1급 모범수'로 분류되어 있다고 한다.

경찰은 다른 미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DNA 분석을 의뢰하게 됐다고 했다. 2005년 수원지역에서 발생한 여성 살인사건과 2011년 부천지역 야산에서 발견된 여성 시신 사건의 증거물을 대상으로 DNA 분석을 의뢰했는데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DNA가 검출됐다고 한다. 두 사건 모두 발생 당시 국과수 조사에선 용의자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 결과를 토대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과수에 화성연쇄살인사건에 대한 DNA 분석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에도 이씨가 수사대상에 올랐었는지, 이씨가 모든 범행을 저지른 것인지 등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은 "국과수에서 DNA 분석 결과를 통보받고 기초수사를 하는 단계에서 언론에 보도돼 부득이하게 공개하게 됐다"며 "화성연쇄살인사건이 과거 4년 7개월간 벌어지면서 관련 수사기록도 방대하고 증거물도 많은 상태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가 유력 용의자와 일치한다는 결과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하나의 단서"라며 "과거 수사 기록이나 수사 관계자 등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저지른 다른 범죄도 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한다.

공소시효 만료로 이씨처벌 못 해…공소권 없음 송치 예정
그러나 이씨가 진범으로 드러나도 처벌할 수는 없다. 이 사건은 2006년 4월 2일 마지막 사건인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반 2부장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는 피의자에 대한 처벌의 의미도 있지만,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거기에 집중해서 하겠다"며 "수사가 끝나면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앞으로 매주 목요일 브리핑을 통해 이 사건의 경과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50대) 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부터 91년 4월까지 화성시 태안읍, 정남면 등 4개 읍ㆍ면에서 여성 10명이 성폭행ㆍ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205만여명의 경찰이 동원됐고 수사대상자 2만1280명과 4만116명의 지문을 대조하는 등 각종 수사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아 국내 대표적인 미제사건으로 꼽혀왔다.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주연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모아온 사건이다.

수원=최모란·이후연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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