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과 함께 사라진 3억'…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사건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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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19. 오후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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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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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 18년째 뚜렷한 단서 못찾아 장기 미제

최근 지상파 탐사보도 프로그램 방송 계기로 제보 이어져 희망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현장 검증[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국내 범죄사상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가 밝혀지면서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해결의 실마리도 풀릴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국내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가 최근 '사라진 권총과 용의자 X'라는 부제로 이 사건을 다루면서 각종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18년 미제 사건인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은 당시 네 발의 총성과 함께 시작됐다.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현금 수억원을 실은 수송차량이 대전 서구 국민은행 둔산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주차장 한편에 검은색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차 안에는 복면을 한 강도가 타고 있었다.

은행 출납 과장 김모(43) 씨와 보안업체 직원 등이 수송차량에서 돈 가방을 들고 내리는 순간 검은색 승용차가 후진해 이들을 막아섰고, 강도 두 명이 돈 가방을 달라며 위협했다.

이어 갖고 있던 권총으로 공포탄을 발사한 뒤 저항하는 김씨에게 실탄을 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이 사건으로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지 30분 만에 숨졌다.

범인들은 3억원이 든 현금 가방을 빼앗아 타고 온 승용차를 몰고 지하주차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맞은 편에 대형 백화점이 있고 1㎞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경찰서가 있는 도심 한가운데서 일어난 대담한 총기 강도살인 사건이었다.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용의자 몽타주[연합뉴스 자료사진]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범인들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범행에 이용된 승용차는 현장에서 130m가량 떨어진 빌딩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운전기사와 보안업체 직원의 진술을 토대로 20∼30대 남성이라는 것만 추정될 뿐 경찰은 범인을 특정할만한 단서를 찾는 데 실패했다.

지하주차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도 없었다.

복면을 쓰고 있어 몽타주를 만들 수도 없었고 지문 한 점도 남기지 않은 치밀한 범죄였다.

범행에 이용된 승용차는 전날 경기 수원에서 도난된 것으로 밝혀졌다.

따로 유리창 선팅을 3중으로 해 밖에서 보지 못하게 하는 등 오래전부터 범행을 계획적으로 준비한 듯 보였다.

더욱이 이들이 범행에 이용한 권총은 3.8구경으로, 경찰관이 사용하는 총기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총기 출처에 관심이 집중됐다.

경찰은 이 권총이 사건 발생 두 달 전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서 순찰 중 피습당한 경찰관이 소유하던 총기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은행강도 사건은 물론 총기탈취 사건의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했다.

그러다 경찰은 술자리에서 자신이 범인의 지인이라고 떠드는 20대 남성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고, 이를 계기로 용의자 3명을 체포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경찰은 용의자 가운데 한 명으로부터 범행에 이용된 승용차를 훔쳤다는 자백을 받았고, 또 다른 용의자에게 은행을 털었다는 자백도 받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SBS 제공]


하지만 그해 8월 29일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이들은 경찰의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었다고 주장했고, 법원이 증거불충분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장기 미제로 남아 있다.

경찰은 방송사 탐사 프로그램으로 제보가 이어지고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확인을 계기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도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범수 대전지방경찰청 강력팀장은 "모든 수사기법과 과학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계속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피해자와 유족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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