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상응조치 요구에 선그은 트럼프..."평양행까지 갈 길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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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17. 오후 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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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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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北의향 질문에 "준비 안돼 있다"
하노이처럼 빈손땐 또 다시 후폭풍
비핵화 압박하며 실무협상에 집중
전문가 "北 영변+α 수용 여부 관건
북미 연말까지 줄다리기 이어질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방북 의향에 대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다”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행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은 북한의 체제 보장 및 제재 해제 요구에 대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가 먼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으로 초청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에 대해 언급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어 “관계는 매우 좋다”며 김 위원장과의 정상 간 친분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그러나 나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기꺼이 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마도 아니다(probably not)”라며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에 대해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평양 초청을 시기상조라고 밝힌 것은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의 교훈 때문으로 관측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1차 회담 후 미 정치권으로부터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빈손 회담’을 진행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행에 선을 그으면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미국 조야의 비판을 조기에 차단하는 한편 북한에는 실무협상의 결과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커다란 성과가 없는 만큼 평양에 가면 독재자의 권위만 높여줬다는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3차 정상회담을 위한 평양행 가능성은 남겨두면서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실무협상은 북한 비핵화를 판가름할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어느 시점에, 나중 어느 시점에 그것(평양 방문)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따라 나는 그(김 위원장) 역시 대단히 미국에 오고 싶어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행은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북미가 절충점을 찾느냐에 달려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행에 대한 여지를 남기면서도 “그러나 나는 그에 대해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우리에게 아직 가야 할 길들이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협상이 진통을 겪을 것임을 예고했다.


관건은 북한이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플러스알파(+α)’를 수용할지 여부다. 외교가에서는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한 미국 내에서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α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차 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북한 내 핵시설 5곳 중 1~2곳만 폐기하려 했다고 협상 결렬의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영변+α로는 고농축 우라늄 시설 4~5곳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 폐기 등 보여주기식 성과가 있어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은 그에 대한 상응 조치로 한미연합훈련 및 전략자산 전개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며 “제재 해제의 경우 금강산 정도는 열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합의를 지키지 않을 시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 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 정제유 할당량 확대나 연말로 예정된 북한 노동자의 귀환기간 연장 등도 상응 조치 카드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비핵화 방안과 관련해 북미 간 입장 차가 여전히 큰 만큼 최소 연말까지는 줄다리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 센터장은 “비핵화 최종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면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 과정에서 상당히 조심스러워 할 것”이라며 “9월 말 실무협상이 재개돼도 북미 간 밀당이 있을 것이고 연말에나 결판이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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