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앞둔 개구리소년 아버지 "눈 감기 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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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22. 오후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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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대구=최동수 기자, 유효송 기자] [28년 전 사라진 개구리 소년 박찬인군 아버지 인터뷰 "시간 얼마 안 남아"]

20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와룡산 앞에서 박찬인군(10) 아버지 박건서씨(67)가 민갑룡 경찰청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마음이 아파 집에 있을 때는 얘기조차 꺼내지 않는다. 눈을 감기 전에는 범인을 꼭 찾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어떻게, 왜 죽어야 했는지 알고 싶다."

20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와룡산에서 만난 개구리소년 박찬인군(당시 10) 아버지 박건서씨(67)는 담담하게 말을 건넸다. 아이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지 28년, 그는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보였다.

박씨는 오늘 현장에 오기 전에는 술도 한잔 했다고 한다. 그는 "나이를 먹어 더는 현장에 가볼 힘도 없다"며 "죽기 전에 범인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이제는 그런 희망도 많이 사라졌다"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마음속 깊이 사무치지만 이젠 기억도 점점 희미해진다. 박씨는 "사건 당일 공장에 있어서 아이를 보지 못했다"며 "힘들게 사느라 제대로 찍은 아이 사진도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사건 발생 직후 생계를 뒤로하고 전국을 돌며 아이들이 갈 만한 곳을 전부 뒤졌다. 배를 타고 섬에도 들어갔지만 결국 아이들을 찾지 못했다. 아이들은 실종 11년 째인 2002년 마을에서 멀지 않은 와룡산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생계유지로 공장일을 하다가 퇴행성 관절염을 얻었다. 박씨는 이날 현장을 찾은 민갑룡 경찰청장과 인사할 때도 힘겹게 일어나 악수를 했다. 와룡산 입구에서 150m만 오르면 사건 현장이 있지만 불편한 다리 탓에 갈 수 없었다.

박씨는 다른 개구리소년사건 유가족들도 사정이 딱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는 "5명 중 김종식군(9) 아버지는 암으로 죽었고, 또 다른 아버지 한 분은 치매를 얻었다"며 "이제 나도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는 범인의 흔적이 남은 증거물이 거의 없다고 알고 있다"며 "범인이 이제 양심선언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종식군 삼촌 김재규씨(57)는 "형님이 돌아가신 직후 (아이들) 유골이 발견됐는데 정말 안타까웠다"며 "형님이 눈을 감을 때까지도 아들을 찾지 못해 한스럽다고 했다"고 말했다.

세월이 흐르고 사건도 사람들에게 잊혀지면서 유가족들은 대구시에 추모관 설립을 요구 중이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찾기시민모임 회장은 "추모비와 추모관 설립을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추모관 설립 추진을 촉구했다.

그는 아울러 "범인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겠다"며 "아이들이 무슨 잘못으로 어떻게 왜 죽어야만 했는지 양심선언이라고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은 대구에 사는 5명의 어린이가 "도롱뇽알을 주우러 간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가 실종된 후 11년 만에 유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1991년 3월26일 사건이 발생해 올해로 28년째를 맞는다. 대구 성서초등학교 우철원(당시 13세)·조호연(12)·김영규(11)·박찬인(10)·김종식(9)군이 희생됐다.

실종사건 발생 후 연인원 32만명에 달하는 인력이 투입됐고, 정부는 현상금 4200만원을 내걸고 복지시설과 무인도 등 14만여곳도 수색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아이들의 유골은 그로부터 11년 만인 2002년 9월26일 마을에서 약 3.5㎞ 떨어진 와룡산 4부 능선에서 발견됐다.

대구=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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