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유전자 특성 매우 달라

와이즈만 연구소, 6500개 유전자 분석

6일 이스라엘의 IT 매체 ‘이스라엘21c(ISRAEL21c)’는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Weizmann Institute) 과학자들이 남녀 간의 성적 차이를 보이고 있는 수천 개의 사람 유전자를 발견해 그 차이를 분석했다고 전했다.

연구소 분자유전학부의 모란 게르쇼니(Moran Gershoni) 박사는 “남녀 간의 기본적인 유전자 형태는 차이가 없었으나 이들 유전자들이 남녀 간의 다른 신체구조나 개인별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르게 활용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성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런 특징들은 오랜 기간 동안 유전자들이 성적으로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개별적으로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논문은 ‘BMC 진화생물학(BMC Evolutionary Biology)’ 저널에 게재됐다.

한쪽이 활동적이면, 다른 한쪽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남자와 여자 유전자 간에 성격이 다른 유전자들이 과학자들을 통해 밝혀졌다.  ⓒ 이강봉 / ScienceTimes

한쪽이 활동적이면, 다른 한쪽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남자와 여자 유전자 간에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와이즈만 연구소 과학자들을 통해 밝혀졌다. ⓒ 이강봉 / ScienceTimes

한쪽이 적극적이면 다른 쪽은 소극적 

게르쇼니 박사는 수년 전 쉐무엘 피에트로코프스키(Shmuel Pietrokovski) 박사와 함께 남성의 정자의 형태를 결정하는 돌연변이 유전자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유전적 형태가 아들을 통해 유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자의 돌연변이 연구가 남성에만 국한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이번 연구는 생식력과는 무관하지만 남·여 모두의 유전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학계는 물론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연구도 게르쇼니와 피에트로코프스키 박사가 공동 수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두 사람은 약 2만 개의 단백질 코딩 유전자(protein-coding genes)를 정밀 분석했다. 각각의 유전자를 성별로 분류해 세포조직 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차이점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남녀 간의 같은 유전자라도 성적인 특성에 따라 매우 편향적인 성향(activity)을 보이는 유전자 약 6500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 유전자 가운데 특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피부조직과 체모(body hair) 유전자였다.

게르쇼니 박사는 “여성에게 특화된 피부와 체모의 유전자 특성이 남성에게 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른 유전자의 경우도 한 쪽에 매우 활동적이며 강한 특성을 보이고 있는 유전자가 또 다른 성에서는 매우 소극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에트로코프스키 박사는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처럼 남녀 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유전자 역시 후손에게 유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유전적 특성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

“이런 현상들은 남녀 간에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하더라도 성적 차이에 따라 다른 압력을 받으며, 다르게 진화해왔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현재 이런 특성을 기반으로 남녀 유전자 지도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 남녀 유전자 지도 작성 중 

와이즈만 연구소는 남녀 유전자들 사이에서 어떤 이유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피에트로크픗스키 박사는 “남녀 유전자 간에 왜 이런 차이가 발행하는지 더 많은 연구가 수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녀 간에 모습이 다르고, 목소리 등이 다른데 대해 많은 과학자들이 유전자를 주목해왔다. 그러나 유전자 분석 기술의 미비, 유전자 기증에 따른 인권 문제 등으로 인해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해왔다.

그러나 와이즈만 연구소를 통해 이런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연구에 장애가 됐던 문제들이 최근 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형-조직 발현(Genotype-Tissue Expression, GTEx)’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2010년 미 국립보건원(NIH)은 부모로부터 계승되고 있는 유전자들이 사람의 건강과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밝혀내고, 또한 미래 의료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 ‘GTEx’ 프로젝트에 착수 했다.

그리고 자발적 기증자로부터 세포조직을 채취해 유전자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최첨단 기술들이 동원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로부터 채취한 신체조직 내 장기와 관련된 유전자 정보를 다양하게 축적해왔다.

한편 와이즈만 연구소 과학자들은 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단백질 염기서열을 복제하던 중 약 6500개의 유전자에서 남녀 간의 성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와이즈만 연구소에서는 현재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남녀 양성 유전자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유전자지도(genetic mapping)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유전자지도란 수백 개에서 수천 개 단위로 염기가 모여 만든 유전자의 숫자와 위치를 나타낸 것을 말한다.

이 지도를 완성할 경우 남녀 간에 차이가 나는 여러 가지 특수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기능 분석 가능해져 신약개발과 미래 의학 등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지의 영역이었던 남녀 유전자 진화 과정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Weizmann Institute)이 설립된 때는 1934년이다.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 하임 와이즈만이 과학 발전을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 후 설립한 기초과학 연구소다. 독일 막스플랑크, 프랑스 파스퇴르 등과 함께 세계 5대 기초과학 연구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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