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제품 품귀에도 생산 증설 고려 안 해…소비자 불만 폭등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해태제과 홈페이지 캡쳐></div>
▲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해태제과 홈페이지 캡쳐>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을 사기 위해 동네 슈퍼마켓과 편의점을 몇 번씩 다니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달리는 물량으로 인해 1인당 1개씩만을 판매하는 곳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 제품을 5000원에 판매하겠다는 글이 게시됐지만 이를 사겠다는 이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진기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성분이 다른 ‘감자과자’?

기존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포테이토칩류의 과자는 형태에 따라 구분이 됐으며, 여기에 주원료인 감자의 원산지와 품종이 차별성을 강조했다.
형태별로는 크게 감자를 얇게 썰어 만든 제품과 감자를 갈아 다른 제품과 섞어서 막대 형태의 모양으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국내 포테이토칩류는 농심과 오리온이 크게 양분했다. 농심은 1980년에 국내 최초로 생감자 칩인 ‘농심 칩포테토’를 출시하고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감자칩 시장을 주름잡았다.

세 가지 종류 중 ‘농심 칩포테토 매콤달콤’만 국산 생감자 88%를 사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농심 칩포테토 오리지널’과 ‘농심 칩포테토 사워크림어니언’은 국산, 호주산, 미국산 생감자와 미강유(태국산), 팜유, 조미염분말 등을 사용해 제조했다.

또 다른 제품인 ‘수미(秀美)칩’은 전남 곡성에서 온 수미감자와 전남 신안 해역의 볶음천일염을 넣어 만든 제품이다.

국내 감자칩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오리온의 포카칩은 미국산 생감자(91%)를 주원료로 한 제품이다. 이 밖에 혼합식용유와 조미가공염 등이 사용됐다.
스윙칩은 호주산 생감자 90%에 혼합식용유와 조미가공염이 들어가 있다. 생감자의 생산지와 제품의 형태가 다를 뿐 제료의 구성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해태의 허니버터칩 또한 경쟁사 제품들과 원재료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국내산 감자에 혼합식용유, 복합조미식품을 넣어 제조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전체 원재료 중 6%를 차지하는 허니버터맛시즈닝에 국내산 아카시아꿀 0.01%, 프랑스산 고메버터 0.01%가 함유돼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극소량의 국내산 아카시아꿀과 프랑스산 고메버터가 사용됐다는 점을 두고 많은 소비자들은 다른 경쟁사의 제품들과 큰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과당이 아닌 아카시아꿀과 고메버터 때문에 건강에도 좋을 것이란 생각에 치열한 구매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 봉지에 5000원?…묶음판매도 기승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이를 판매에 이용 또는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선 일반 소매점에서는 허니버터칩과 판매가 부진한 제품들을 묶어서 판매하는 게 기본이 됐다.

이러다 보니 허니버터칩을 구매하고자 하는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좋아하지도 않는 다른 과자까지 함께 구매할 수밖에 없다.

허니버터칩을 먹고 싶다는 아이들의 아우성에 주부들은 생각보다 많은 돈을 내고서라도 허니버터칩을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묶음판매 제품이라도 구매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공급물량이 달리다 보니 아예 허니버터칩을 들여오지 못하는 곳도 비일비재하다.

강화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는 “우리는 아예 허니버터칩이 들어오지도 않는다”며 허니버터칩의 열풍에 제외된 듯 헛헛한 웃음을 보였다.

일부 소매점에서는 제품이 입고되면 단골손님에게 줄 제품을 따로 빼놨다가 오히려 다른 단골손님의 항의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부터 허니버터칩을 구해달라는 단골손님의 부탁으로 제품을 한 개 따로 배놓고 해당 단골손님에게 몰래 파는 것을 다른 단골손님이 목격하고는 ‘왜 자신에게는 허니버터칩을 안 파느냐’는 볼멘소리를 들었다. 이 단골손님은 다시는 이곳에 들르지 않겠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소매점은 애써 만들어놓은 단골손님 한 명을 잃을 상황에 처했다.

이외에도 제품의 가격을 일반소매점보다 몇 배 이상 비싸게 파는 이들도 생겨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허니버터칩 한 봉지를 5000원에 판매하겠다는 글들이 심심찮게 게재되고 있다.

이런 게재글에는 적게는 몇 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의 구매의사 댓글이 달리고 있다. 심지어 웃돈을 주고 산 제품에 이익을 붙여 판매하는 이들도 생겨 허니버터칩에 또 다른 중간상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해태제과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은 소비자가 표시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소매상 판매가는 판매자가 직접 정한다”면서도 “간혹 총판이나 도매상이 중간에 제품을 보유하면서 유통량을 줄인다는 소문이 있는데 우리는 직접 판매처에 입고를 하는 방식이라 도매상은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일일생산량 “영업비밀”…생산라인 증설 “글세”

웃돈을 주고도 사기 힘든 이른바 ‘레어 아이템’인 허니버터칩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해태제과에 생산량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해태제과가 충분히 생산량을 증설할 수 있으면서도 인기 유지를 위해 적정량만을 생산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출시된 지 수개월 만에 이처럼 판매량이 급증할 경우 일반적으로 제조업체들은 생산량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해태제과도 우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밀려드는 주문량으로 인해 생산라인을 24시간 풀가동해 허니버터칩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상황에서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증설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해태제과 관계자는 증설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소비자들이 허니버터칩을 구매하고 싶다면 인근 대형마트나 소매점을 돌아다니며 구하는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에서는 해태제과가 생산라인 증설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데에는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급속히 떨어질 경우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팔도가 2011년 출시한 꼬꼬면은 출시 직후 대단한 인기를 끌며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방송인 이경규가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면서 이목을 끌었던 꼬꼬면은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바꾼 하얀 국물에 닭고기를 스프의 기본 원료로 삼아 기존 제품과의 차별성을 뒀다.

꼬꼬면이 출시되자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소비자들이 일시에 몰려 꼬꼬면은 현재의 허니버터칩처럼 품귀현상을 일으켰다. 팔도는 밀려드는 주문에 생산량을 늘리고, 생산라인도 증설했다.

하지만 그런 꼬꼬면의 인기도 오래 가지 못했다. 기존 제품과 맛의 차별성은 뚜렷했지만 빨간 국물에 이미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입맛은 꼬꼬면을 멀리하게 됐고, 급기야 꼬꼬면은 판매점 매대 가운데서 차츰 귀퉁이로 밀려났다. 현재도 꼬꼬면이 생산되고 있지만 이전의 명성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해태제과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라인증설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해태제과가 허니버터칩을 얼마나 생산하고 있으며 과연 그 생산량을 언제까지 유지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에 대해 해태제과 관계자는 “일일생산량은 영업비밀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생산을 늘렸다고 하는데 얼마나 늘린 것인지, 생산량으로 전국 판매처에 공급할 수 있는지조차 알려줄 수 없다는 태도다.

허니버터칩을 사기 위해 동네 이곳저곳의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을 돌아다닌 소비자들은 급기야 해태제과를 성토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일부 누리꾼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어렵게 구한 허니버터칩을 키우는 개한테 먹이며 ‘개나 줘버려’라는 게시글을 올리는가 하면, 변기에 허니버터칩을 쏟아 버리며 ‘허세작렬’이라고 씁쓸한 글을 남기고 있는 실정이다.

허니버터칩을 먹어본 소비자들 중 일부도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몇 날 며칠을 돌아다녀 샀지만 과연 이럴 만큼 맛있는 줄 모르겠다”, “기대했던 맛이 아니어서 먹다가 반 이상 남겼다”라는 글을 게재하고 있다.

허니버터칩이 유통시장에 새로운 인기상품으로 등극했지만 공급물량 부족으로 인해 성난 소비자들은 점차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허니버터칩이 스테디셀러로 등극할지 아니면 제 2의 꼬꼬면으로 전락할지 유통계가 주목하고 있다. / 전수영 기자 jun61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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