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의 건강맛집] No 기름기, No 조미료 중국 음식점 '빠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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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린기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못 먹고 못 입던 시절, 한국인들의 최고 외식 메뉴는 단연 자장면과 탕수육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집' 음식이었다. 과거에 비해 훨씬 잘 살게 된 요즘도 중국 음식은 한국인들의 식문화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디폴트'다. 빠른 시간 내에 '뚝딱' 한 끼를 때워야 할 때나 특정한 메뉴가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을 때 한국인들은 서슴없이 '중국집'을 선택한다. 균일화된 맛과 저렴한 가격의 요리라는 점이 여전히 중국 음식이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점차 '웰빙'(Well-Being) 쪽으로 향하면서 중국 음식의 그 굳건했던 위치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리 과정에서 사용되는 과다한 기름과 화학 조미료, 그리고 결정적으로 높은 열량은 중국 음식을 '맛은 있지만 피해야 할 건강의 적' 으로 폄훼하기에 충분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 촌 사이에 위치한 '빠롱 Palong'은 중국 음식을 향한 일반의 선입견에 반기를 든 '중국집' 이다. 이곳은 흔히 '기름 범벅'이 연상되는 느끼한 중국 음식도 얼마든지 건강에 좋은 '웰빙' 음식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다. 여덟 마리의 용을 뜻하는 '빠롱'은 MSG로 통칭되는 L-글루탐산 등 화학 조미료와 인공 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그린 차이니즈 레스토랑 Green Chinese Restaurant'을 표방한다. 어둡고 침침한 조명에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빨간 색으로 치장한 여타 중국집과는 달리 '빠롱'의 외관은 20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트렌디한 '펍'(pub)을 닮아있다. 날 것 그대로의 콘크리트와 철재 구조, 거기에 원목 탁자들로 채워진 '빠롱'의 내부는 스타일과 편이성 두 가지를 동시에 잡았으며, 노천 카페를 벤치 마킹한 탁 트인 야외 테라스를 갖춰 레스토랑과 카페의 기능을 함께 하고자 했다.


'빠롱'의 메뉴는 기존 중국 음식점의 메뉴판에서 보던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샐러드와 수프, 탕 등 전채부터 돼지고기, 닭고기, 쇠고기, 해산물 등으로 만든 서른 가지 남짓한 주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다. 자장면과 짬뽕, 볶음밥 등의 식사 요리도 물론 있으며, 밤에는 와인이나 보드카 등의 주류에 중국 음식을 안주로 곁들일 수 있다. 평범하고 소박하며 일반적이다. 하지만 다른 중국집과 '빠롱'의 음식들과의 차별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기름이 다르다. 튀김과 볶음 등 중국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점하는 기름의 경우 '빠롱'은 흔히 '쌀겨유'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미강유(米糠油)만을 고집한다. 미강유는 일반 기름에 비해 단일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트랜스지방의 생성을 최대한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중국 요리 특유의 기름기를 적절히 조절해 느끼함을 최소화하는 튀김과 볶음 요리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빠롱'은 면을 만들 때 탄산나트륨, 일명 '베이킹 소다'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물과 기름ㆍ밀가루ㆍ계란에 노란 치자 가루를 첨가한다. 그 결과 쫄깃한 맛은 다소 덜하지만 '생 生' 느낌이 탁월한 다양한 면 요리가 탄생된다. 마지막으로 '빠롱'의 주방에서는 화학 조미료와 캐러멜 등 모든 인공 첨가물은 100% 출입금지다. 강하고 자극적인 양념의 맛이 아닌, 식재료 본연의 맛으로 승부하려는 '빠롱'의 음식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대목이다.

기자가 '빠롱'에서 시식한 중국 음식은 총 여섯 가지다. 유린기와 크림소스 새우 튀김, 청경채 굴소스 등 흔히 중식당에서 접했던 익숙한 요리들과 굴 소스와 식초로 볶은 쇠고기와 숙주나물을 밀전병에 싸먹는 중국 요리 '무슈 비프'(Mushu Beef) 등 총 네 가지의 주 요리를 차례로 먹은 후, 자장면과 짬뽕으로 마무리하는 순서를 택했다. 산뜻했다. 중국 요리 답게 짠 맛의 정도나 기름의 느낌이 잔존해 많이 먹으면 부담스러운 기분도 살짝 들었지만, 기존 중식당의 튀김이나 볶음 요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청경채 굴소스

기름기 많은 육류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중국 채소의 대표' 청경채를 굴 소스로 볶아낸 청경채 굴 소스는 식욕을 자극하는 전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바삭하게 튀겨낸 닭고기와 신선한 채소, 청양 고추 등을 넣은 매콤한 소스에 버무린 유린기는 간이 세지 않고 느끼한 뒷맛을 최대한 잡아낸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중국 식당의 나머지 요리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자장면과 짬뽕은 다소 맛이 심심했지만, '일본 라면'을 닮은 싱싱한 생면의 식감만은 훌륭했다. 그 동안 기자의 혀가 MSG의 가짜 '감칠' 맛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탓이다. '빠롱'을 나서며 이제는 그 익숙함을 걷어내야만 한다는 확신이 절로 든다.

우리집은 // '빠롱' 추상동겸 책임셰프

'빠롱 Palong'의 추상동겸(33) 총괄 셰프는 중국 요리사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큰 덩치와 인심 좋아 보이는 인상의 소유자다. '추상동겸'이라는 흔치않은 이름에서 중국계 한국인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틀렸다. 대구 출신의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인 그는 어렸을 때 "하는 일마다 다 잘 돼라"는 뜻의 '상동겸'이라는 이름으로 갈아타게 되었다고 말한다.

무슈 비프

중식당 주방에 들어온 지 올해로 10년째, 추 셰프는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중국 음식의 색다른 매력에 사로잡힌 경우다. 10대 시절부터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이 그저 좋았던 그는 군 제대 후 하얀 요리사 가운을 입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빠롱'에 합류한 그는 여타 '중국집'과는 다른 중국 음식을 요리하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보통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짜고 자극적인 음식들을 선호했었지만 이제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더 즐기게 됐다. 그의 이런 변화는 고스란히 '빠롱'의 음식에 적용된다.

'빠롱'은 '중국집'의 대전제로 통하는 음식 배달을 절대 하지 않는다. 심지어 매장 밖으로의 포장(Take-Out)도 가능한 한 손님들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튀김 류가 대부분인 중국 음식의 경우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최고의 식감을 잃는다는 것을 염려한 추 셰프의 굳은 신념 덕분이다.

자문위원은 //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은미 : 미강유와 청경채

크림소스 새우튀김

현미를 도정할 때 나오는 쌀겨에서 채유한 기름인 미강유(米糠油)는 비타민E와 미네랄, 감마 올리자놀(γ-oryzanol) 등이 풍부해 위와 소장ㆍ대장 벽을 건강하게 한다. 세포 내 항염 작용과 항산화 작용을 도우며, 혈액 순환과 피부 대사 촉진, 미백 작용 등 노화 예방에 효과가 있어 비누를 만들 때도 많이 사용된다. 미강유는 올리브유와 함께 단일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튀김에 적합한 기름으로 평가된다. 복합불포화지방산의 경우 불포화도수가 높을수록 산화 속도가 빨라 튀김이나 부침 과정에서 산화된 기름이 활성산소를 발생시키고 트랜스지방으로 변형되어 몸에 좋지 않은 반면, 단일불포화지방산은 산화 안정성이 이에 비해 약 10~16배 높아 활성산소와 트랜스 지방의 생성을 최대한 늦추는 효과가 있다.

청경채는 겨자과에 속하는 중국 배추의 일종으로 잎과 줄기가 청색을 띠고 있어 청경채(靑莖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떫은 맛이나 향이 없고 식감이 연해 생으로 먹는 겉절이뿐 아니라 국과 볶음 요리에 부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열량이 100g 당 14kcal에 불과해 최고의 다이어트 식재로로 꼽히는 청경채는 칼슘, 나트륨 등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A, 비타민C, 카로틴이 풍부하여 피부 미용에 효과적이며 치아와 골격 형성에도 좋다.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의 육류 요리에 자주 등장하며, 특히 짠맛이 강한 굴 소스와 최고의 음식 궁합을 자랑한다.



자장면

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이재문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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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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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롱' 추상동겸 총괄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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