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보이차로 몸을 다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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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4.11.02. 오후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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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하도겸 박사의 ‘문화예술 산책’ <21>

불교에서는 정명(正命)이라고 해서 바른 직업을 가지라고 한다. 아무리 선량한 사람도 살생하는 업종에 종사하다 보면 그 품성을 잃을 수 있기에 부처님 제자들이 그런 말을 했나 보다. 그러고 보니 차를 다루는 사람들은 좋은 직업을 찾은 것 같아 부럽다.

차는 사람을 변하게 한다. 육식동물 같은 이를 초식동물로 만들기도 한다. 취재에 응해준 몇몇 관계자의 예전 사진과 지금 사진은 달라도 많이 달랐다. 대부분 40대 이후 모습에 책임을 질 수 있을 정도로 선하게 바뀌었다. 차를 마시는 사람은 그렇게 자신을 고치고 바꿔가나 보다. 일신우일신하는 차에 못지않게 사람도 이렇게 일일신(日日新)한다. 홍익인간과 재세이화가 우리나라 사람의 품격인 것처럼, 일일신이 바로 차의 품격이다. 사람의 품격도 일일우일신이니 사람이 곧 차다. 차가 사람을 위해서 자기 몸을 희생한 것처럼 우리는 다른 이들을 위해 스스로 양보하고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홍익인간이 아닐까?

요즘 대입을 준비하는 고교 수험생들은 여전히 수학을 어려워한다. 영어는 어려서부터 다닌 학원에 적응한 건지 커다란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수학은 그렇지 않나 보다. 수학을 잘해야 명문대에 간다는 말조차 있다. 수학문제를 풀다 보면 공식을 모르고 풀었는데도 우연히 맞을 때도 있다. 그렇다면 맞았어도 풀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왜 맞았는지 그 방법을 제대로 알아야 다음에도 비슷한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맞은 문제가 대입시험에 나왔는데 풀지 못해 제대로 공부 안 한걸 후회하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인생 새옹지마라는 말이 여기서도 통하나 보다. 억울하겠지만, 그게 모두 자업자득이다.

지유명차 대구점의 강성진 대표에 의하면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보이병차는 대략 1년 1g씩 무게가 자연스럽게 감량한다. 357g이라고 적혀있는 제대로 포장된 차가 342g이라면 15년이 지난 보이차라는 뜻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과학적으로 차의 나이를 가늠하는 것이 뛰어난 차예사의 일이기도 하다. 보이차를 보이차답게 하는 데는 온도, 습도, 통기성 등의 환경과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 등의 공식이 작용한다. 눈에 보이는 보이차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보이차를 정밀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균들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인간의 권력다툼보다 치열한 헤게모니싸움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통일국가를 만드는 일방적인 승리나 남북국시대나 삼국시대처럼 양분이나 삼분되는 그런 싸움이 아니라 다양한 균이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면서도 평화롭게 공생하는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모습이다. 보이차 안에도 이렇게 다양한 균이 서로를 인정하며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는가 보다. 우리 삶은 어떤가?

보이차를 마신다는 것은 보이차에 살아 숨 쉬던 우리 몸에 유익한 효소와 같은 균들이 새롭게 조합한 유익한 유기물을 마신다는 의미도 있다. 우리 몸을 균형 있고 조화롭게 해달라는 염원과 함께, 그래서 참된 고래의 예의범절을 실천하는 ‘고인(古人)’들은 차를 마시기 전에 목욕재계를 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마시나 보다. 먹고 마셔서 희생시켜 미안한 게 아니라 우리 몸에 들어와 잘 살아달라는 의미가 강하다.

보이차를 마시게 되면 열감이 느껴진다. 차를 마시고 있다 보면 몸이 더워지는 느낌이 드는 그것을 열감이라고 한다. 실제로 몸 상태에 따라서 땀구멍이라고 하는 모공들이 열리고 땀이 흐른다. 이렇게 몸의 체온이 적당하게 오르게 되면 몸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지유의 본래 의미대로 혈액이 맑아지고 혈류가 정상화되면서 몸 상태가 복원된다. 특히 정신노동이 많아진 현대사회에서 머리에 피가 쏠리는 경우가 많은데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고 해서 차가운 기운을 올라가게 하고 뜨거운 기운은 내려가게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한의학의 원리가 제시된다. 몸 안을 균형 있고 조화롭게 잡아주면서 내림의 기운으로 수승화강을 시켜주는 보이차의 효능은 사실 전통 농업시대에는 지금보다는 그다지 덜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지금으로부터 5000년도 더 오랜 시기의 ‘지유’는 역시 ‘오래된 미래’가 맞나 보다. 오래된 것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 현 인류가 지금 만들고 있는 세상은 어쩌면 상생이 아니라 멸망의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까지 우리 인체를 혹사해 갈지 참으로 걱정이다.

효소 균은 해독능력이 탁월하다. 인공 독이라고 할 수 있는 화합물이 인체로 들어와 몸을 지키는 면역력이 있는 균들과 전쟁을 벌이고 거기에 지용성 노화물까지 퇴적돼 우리 몸은 정말 힘들게 지탱되고 있다. 거기에 보이차는 면역력이 있는 균들에게 온도상승을 통해 커다란 지원을 한다. 온갖 먹거리가 들어가서 부대끼는 가운데 MSG와 같은 화합물까지 날뛰는 우리 몸 안은 병들어간다. 보이차는 놀랍게도 생화학적으로 생긴 독소들을 트림이나 방귀 또는 땀으로 잘도 뽑아내 준다. 영양부족이 만병의 근원이었던 전통사회와는 달리 모자란 게 아니라 넘쳐서 병이 되는 시기인 오늘날의 지유가 바로 보이차다.

수의사에 중의사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는 강성진 점장은 바르게 만들어지고 충분히 발효된 보이차는 갓난아이도 부담되지 않게 먹일 수 있다고 한다. 임신 중에도 마실 수 있는 보이차는 적어도 15년 넘은, 즉 반 이상 숙성된 보이차나 발효 후 출고된 숙차류가 좋다고 한다. 태중에 있을 때부터 차를 마신 아기들을 10여 명 봐 왔는데 아직 아토피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대구점에 찾아가면 아이 혼자 와서 부모님들이 보관해 놓은 차를 마시고 가는 진풍경을 볼 수가 있다. 어딘가 모르게 단단해 보이는 아이들의 피부에는 요즘 아이들에게 흔히 보이는 아토피는 찾을 수가 없었다. 아토피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태중에 쌓인 독과 그로 인해 아이에게 생기는 태열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15년 이상 된 보이차를 마신 아이들은 소아황달이나 간에 염증도 자연치유 범위 안이다. 그래서인지 자기 오줌을 자기가 먹어야 하는 태중에서도 아이들이 무사하게 아토피에서 자유롭게 된 건 아닐까?

사람의 몸을 먹거리로 다스린다는 식치(食治)는 우리 선조들의 삶의 지혜였다. 하지만 효능을 말하기 전에 반드시 부작용이 뭔지를 알아야 한다. 에디슨의 독의 예처럼 강성진 점장은 의사답게 차를 판매하기 전에 권장량인 하루 2ℓ가 아닌 5ℓ씩 100일 먹어보았다고 한다. 과다하게 마셨을 때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수독증은 걸리지 않았고 오히려 독소가 제거되고 체온이 올라가자 체중 감량이 시작됐다고 한다. 탈은 없었고 다만 대사가 빨라져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게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연의 생기를 현대인이 바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100% 생식은 그 사람의 몸 상태를 보면서 먹어야 한다. 이미 인공 독으로 중독돼 있을 때가 많은데 조금씩 중독된 것을 천천히 중화부터 시켜 나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이차가 효능을 발휘하는 게 아닌가 싶다. 매일 자주 먹는 보이차는 우리 몸을 천천히 조금씩 개선해주는 듯하다.

너무 차에 대해 이야기만 한 것 같다. 차의 얘기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내 기준에서 대상으로서의 차에 관해서 이야기가 아니라 차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차가 우리에게 하는 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마음을 비우고 들을 준비가 돼 있는가? 비움과 채움의 차(레)는 알음알이로 지식을 늘리는 그런 것이 아니다. 내 몸과 마음이 바르지 않는데 좋은 보이차만 마신다고 어찌 맑고 밝아질 수 있을까? 아니 맑고 밝게 보이차가 있다고 해서 그게 있는지는 또 어찌 알겠는가? 귀 밝은 이는 알려주면 바로 실천하고 그렇지 않은 이는 나도 또한 어쩔 수 없다는 옛 선사들의 말이 생각난다.

* 이 글은 미디어붓다(www.mediabuddha.net)에 연재 중인 ‘우리문화이야기 5’를 수정 보완했다. 글은 칼럼니스트의 의견을 지면에 옮긴 것에 불과하며 다른 의견이 충분히 가능하다.

dogyeom.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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