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외신은 북한이탈주민 모자가 아사한 사건을 집중 조명하면서 한국서 이들에 대한 복지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분석했다.
CNN, NYT 등은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숨진 모자 추모제와 시민 애도장 행사를 보도했다. 이날 ‘고(故) 탈북민 모자(母子) 추모 분향소’가 설치됐다. 여기에 ‘관악구청은 책임지고 사과하라’ ‘통일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목숨 걸고 왔다가 아사(餓死)가 웬 말이냐’ 같은 플랜카드가 걸렸다. 이들이 숨진 지 52일 만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던 북한이탈주민 한모(41)씨와 아들 김모(5)군이 숨진 지 수 개월 만에 발견됐다. 냉장고에는 고춧가루만 남아있었다. 물도 없었다. 수도세 등 공과금은 전혀 납부되지 않아 단수된 상태였다. 나라에서 매달 주는 양육 수당 10만원으로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CNN “탈북 모자 사망, 사회적 논란 일으킨 사건”
CNN은 21일(현지시간) ‘그는 북한에서 도망쳐 서울에서 배를 곯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송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반발을 불러왔다”며 “한국에서 상당한 논란이 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CNN에 따르면 1998년 이후 한국으로 유입된 북한이탈주민은 3만2000여명으로 추산된다. 1137명은 지난해 넘어왔다.
CNN은 정부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지난 2일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며 북한이탈주민 생활 안정 종합 대책을 발표했지만 CNN은 “일각에서는 ‘더 큰 변화’를 원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탈북자 수천명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회 회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는 한씨가 한국으로 건너올 수 있도록 도와준 인물이다. 김 회장은 “나는 그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며 “내가 왜 그를 데리고 왔을까. 중국 시골에서도 굶주려서 죽는 사람은 없다”고 자책했다.
CNN에 따르면 한국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은 정착기본금으로 800만원을 받고 한씨처럼 2인 가구인 경우 6개월간 매달 87만원을 받는다. 올해 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인 290만원에는 못 미치는 액수다. 취업도 쉽지 않다. 지난해 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 2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실업률은 6.9%로 일반 국민보다 2.9%가 높았다. 이중 약 60%는 육아 문제로 취업이 어렵다고 답했다. 한씨도 뇌전증을 앓는 아들을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NYT “대북정책 탓에 우선순위서 밀려난 탈북민들”
NYT는 이들 모자의 마지막 수개월은 말 그대로 참담했다고 적었다. NYT는 “그는 북한에서 기근에 시달렸고 풍요의 땅에서 가난하게 죽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미흡한 지원책을 꼬집었다.
NYT는 “고향인 북한의 기근을 피해 도망친 북한이탈주민이 아시아 최대 부국 중 하나인 한국에서 가난에 시달리다 외롭게 죽었다”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충격적인 뉴스가 됐다”고 고발했다.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NYT에 “북한의 기근을 도망쳐온 그가 한국의 중심지에서 굶어 죽었다는 사실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한국은 음식이 너무 많아 다이어트가 유행하는 곳”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NYT는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은 후순위로 밀려났다”며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북한이탈주민을 고용시장 경쟁자로 인식해 이들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는 이들도 늘었다”고 분석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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