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국’ 논란…우리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읽음

이강재 | 서울대 중문과 교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이 뜨겁다. 이미 과도할 정도의 논란이 있으니 여기에 가부간 의견을 더할 생각은 없다. 법률적 절차와 정치적 판단에 의해 임명이든 낙마든 결정될 것이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이 논란 끝에 우리 사회가 무엇을 얻을 것인가이다. 심청이(조국 후보자를 심청에 비유하는 게 적절한지는 접어두고) 인당수에 뛰어들었다면 무언가 얻는 게 있어야 한다.

[기고]‘조국’ 논란…우리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

대중이 분노한 지점은 뿌리 깊은 불공정일 것이다. 그동안 보수층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불공정에서 진보진영도 자유롭지 못함을 확인하고 더 분노하는 것일 수 있다. 불공정이 교육 영역에서 확인되면 대중의 분노와 절망은 더 커지게 된다. 교육은 그나마 흙수저 미꾸라지가 용이 되는 꿈을 꾸어볼 수 있는 디딤돌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보자면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몽상에 가깝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입시제도는 그 시스템을 잘 알고 이용할 줄 아는 계층의 전유물이 되어 있다. 지금이야 비판을 받지만, 인턴십이나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스펙’을 쌓아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얼마 전까지 대대적으로 장려되었다. 그때 기준으로 보면 이번에 논란이 된 사례는 오히려 크게 칭찬받을 일일 수도 있다. 대학에 입학한 뒤는 또 어떤가? SKY로 대표되는 명문대 카르텔을 부정할 사람이 있는가? 본인은 대학에 들어와 열심히 공부하여 졸업 후 사회적으로 성공한 신분이 되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자리는 명문대 배경이 없는 이들에게는 죽어라고 노력해도 도달할 수 없는 자리다.

이러한 교육 시스템,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것을 해결하자면 말이 달라진다. 현실의 한계를 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거기에 보수·진보의 입장 차이까지 개입되면 해결은 난망할 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결을 향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 과거 진보와 보수가 이런 문제를 놓고 입장이 달랐지만, 지금은 입을 모아 불공정한 입시를 비판한다. 이렇게 예민한 문제를 두고 국민 여론이 지금처럼 일사불란하게 모인 적이 없다.

그러니 지금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모처럼 통합된 여론에 힘입어 자사고, 외고 등 특목고, 수시 등 불공정한 입시의 온상으로 지목된 것이나 족벌사학의 전횡을 도와준 사립학교법 등에 칼을 들이대야 한다. 국립대 통합안과 지역균형선발 확대 등 흙수저에게 더 넓은 기회를 주고 공정성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SKY 등 명문대 카르텔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서울대와 고려대 등 이른바 명문대 학생들의 분노가 크다고 한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공정성이 훼손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은 분명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런 비판이 진정한 것이라면, 앞으로 공정한 사회를 위해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당사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데, 명문대 카르텔을 깨고 우리 사회의 진정한 경쟁력을 만드는 조치를 늦출 이유가 없다.

논란 끝에 사회가 더욱 건강해질 길을 찾는다면, 논란은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입시와 교육 문제의 해묵은 폐단을 청산하고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심청이 인당수에 뛰어들었으니, 이제 우리는 풍랑 속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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