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 짜증나는 내 친구 조국"이라던 진중권조차 "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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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24. 오후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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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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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의당에 탈당계를 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서울대 82학번 동기다. 두 사람은 1989년에는 서울사회과학연구소를 결성해 『주체사상비판』이라는 책을 함께 출간할 만큼 당시 운동권 주류였던 주사파(NL)와는 선을 그었던 이들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뉴스1]
진 교수는 조 장관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채널A 시사프로그램 ‘외부자들’에 출연해서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된 조 장관 얘기를 꺼내면서 “신은 불공평하다. (조국은) 너무 완벽해서 짜증 난다. 짜증 나는 내 친구 국이”라고 말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속사정쌀롱’에서도 조 장관에 대해 “그 친구는 얼굴 잘생겼지, 집안 좋지, 공부 잘하지, 심지어 인간성까지 좋다. 하나 정도는 빠져줘야 되는데 빠지는 구석이 없다. 솔직히 그게 더 얄밉다”고 할 정도로 ‘절친’임을 강조했었다.

진 교수가 정의당 탈당 의사를 밝힌 것은 그래서 더 주목받았다. 정의당이 조 장관 임명 과정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자제해 온 것과 맞물려서다. 정의당 안팎에서는 진 교수의 탈당계 제출에 대해 “조 장관의 언행 불일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실망한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국 법무부 장관. [뉴스1]
진 교수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영입으로 2012년부터 동양대 강단에 섰다. 그는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와 같은 교양학부 교수다. 정 교수가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되면서 진 교수의 입장에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그간 발언을 삼가던 진 교수는 2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의당이 조 장관을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은 것 때문이냐’는 물음에 “그런 거 이것저것 다 포함해 세상이 다 싫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같은 운동권 출신인 공지영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자당 갈 수도 있겠구나 돈하고 권력주면…”이라고 썼다. 거명하지 않았을 뿐 진 교수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개자당’이란 자유한국당을 속되게 일컫는 말이다. 공 작가는 2011년 오연호 오마이뉴스 사장에게 조 장관을 소개해 『진보집권플랜』을 쓰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공 작가의 글 일부를 옮기면 이렇다. “실은 고생도 많았던 사람, 좋은 머리도 아닌지 그렇게 오래 머물며 박사도 못 땄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의 논리라는 것이 학자들은 잘 안 쓰는 독설, 단정적 말투, 거만한 가르침, 우리가 그걸 똑똑한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진 교수 탈당계 제출 관련 보도가 나온 후 친문(親文)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진 교수에 대한 거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입진보 소시오패스” “현 사태를 보고도 이렇게 판단했다면 한심하기 그지없군” 등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정의당은 24일 “진 교수의 당적이 아직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대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탈당계 제출은 사실이지만, 당 지도부가 만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당하겠다고 막을 방법은 없지만, 충분히 이야기를 듣고 만류하고 있다”며 “일부 언론의 ‘평당원 탈당 러시(rush·쇄도)’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유의미한 입·탈당이 없다”고 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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