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원 노래방 폭행' 가해 여중생들, 서울·인천·수원·광주 등 전국서 모여 초등생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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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24. 오후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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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학생들, 최소 4개 지역서 각자 다른 학교 다녀

경기교육청 ‘공동 학폭위’ 추진 의견…최고 징계는 `강제전학`

청와대 청원 하루만에 20만명 돌파…소년법 폐지 논란도

전문가 "촉법소년 문제, 소년법 개정 우선"

경기 수원 노래방에서 중학생들이 초등학생을 집단 폭행한 이른바 ‘수원 노래방 06년생 집단 폭행 사건’의 가해 여중생 7명이 서울·인천·수원·광주광역시 등 최소 4개 지역에서 모여 집단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7명은 모두 다른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교육청은 가해 학생들의 소속 학교가 전국에 흩어져 있는 만큼, 이례적으로 ‘공동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24일 경찰과 교육당국에 따르면 이 사건의 가해 학생 A(13)양 등 7명은 서울(2명), 인천(1명), 수원(1명), 광주광역시(1명) 등 4개 이상의 지역에서 모였다.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가해 학생들이 여러 지역의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구체적인 개인 신상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SBS는 "A양 등이 소셜미디어 메신저를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사건 당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경찰과 교육당국은 "A양 등 7명이 어떤 관계이고, 사건 당일 어떻게 만나 폭행에 가담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06년생 폭행사건’ 영상의 일부분. /유튜브 캡처

지난 23일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폭행 혐의로 중학생 A양 등 7명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지난 21일 오후 6시쯤 수원시 팔달구 한 노래방에서 초등학생 B(12)양의 얼굴과 머리 등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B양과 남자 친구 교제 문제를 두고 소셜미디어 메신저를 통해 말싸움을 벌인 뒤, B양이 있던 노래방을 찾아가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양 등은 경찰 조사에서 "B양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기교육청은 A양 등이 다니는 학교의 관할 시·도교육청에서 1차 조사 결과를 취합한 뒤 경기교육청에서 ‘공동 학폭위’를 열어 징계 수위를 의결하기로 했다. B양이 다니는 경기도 A초등학교 관계자는 "교육청과 협의해 일괄적으로 한 학교에 모여서 학폭위를 열 계획"이라며 "경찰조사가 끝나면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피해자와 가해 학생 7명이 모두 다른 8개 학교에 다니고 있고, 학교도 전국 5개 이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공동 학폭위 개최여부는 각 학교들이 판단할 문제로, 교육청은 피해 학생의 의견 진술 기회 보장과 공정한 심의, 특수성을 감안해 학교 측에 공동 학폭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했다.

◇ 청와대 청원, 하루만에 20만 돌파…교육청 "최고 징계는 강제전학"

이 사건은 가해 학생들이 피를 흘리는 피해학생을 무차별적으로 때리는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 공분을 샀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 학생들을 엄벌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해, 게시된 지 하루 만에 20만 명의 동의를 얻고 청와대의 공식입장을 듣게 됐다.

학폭위가 열려도 징계 수위를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학폭위에서 내려질 징계가 최대 ‘강제전학’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학폭위는 폭력의 심각성에 따라 △서면사과 △교내·외부 봉사 활동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강제전학 △퇴학처분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초·중학교 등 의무교육기관의 경우 퇴학 처분은 불가능해, 최고 징계는 강제전학이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에 대해 최대 ‘강제전학 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징계 수위는 각 학교 자치위원회의 결정사항"이라며 "원래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같은 학교에 재학하던 것이 아니어서 징계의 실효성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같은 학교로 가지 않도록 하는 정도의 조치는 가능하다"고 했다.

가해 학생은 형사처벌은 받지 않고 보호관찰이나 봉사활동 처분을 받는다. 가해 학생은 모두 만 14세 미만으로 형법 상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촉법소년’에 속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앞서 가해학생 7명에 대한 법원 동행영장을 발부받아 비행(非行) 청소년 수용 기관인 소년심사분류원에 넘겼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학교 폭력 양상에 맞춰, 학교 폭력 관련 교육과 처벌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 폭력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가해 학생들이 스스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폭력을 저지르기 때문"이라며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학생은 그에 응당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소년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소년법에 종속된 학폭위 제도에서도 실효성 있는 제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최상현 기자 hyun@chosunbiz.com] [양범수 인턴기자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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