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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과 철이 만나는 복합 문화공간, `스틸 얼라이브(STEEL ALIVE)`

유재웅 기자
입력 : 
2018-07-30 16:10:01
수정 : 
2018-07-30 16: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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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 스테이크 밀
[미식부부의 맛집기행-52] '장한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중고차 매매 시장입니다. 이곳에 숨은 맛집이 있을 거라고는 평소에 생각지 못했습니다. 제가 맛있는 음식점과 셰프를 소개하는 칼럼을 쓰는 것을 알고 있는 제자가 장한평에 괜찮은 음식점이 있다며 추천해주었을 때 장한평이라는 동네가 무엇보다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찾아나선 집이 장한평 뒷골목에 있는 '스틸 얼라이브(STEEL ALIVE)'. '스틸 얼라이브'는 장한평에 대한 저의 고정관념을 깨뜨려준 집입니다. 주방가구와 접목시킨 세련된 실내 구성, 요소요소에 철을 바탕으로 내부를 꾸몄는데도 불구하고 차가움이 아니라 따뜻함이 느껴지는 분위기, 시원시원한 공간 배치가 일순간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음식 맛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요리들 중 '아보카도 샐러드' '호일 브런치' '함박 스테이크 밀'을 주문했습니다.

세 가지 요리 모두 수준급의 맛이었습니다. '이 가격에 이런 음식을 맛볼 수 있다니!'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직접 만들었다는 햄버거 패티는 알맞은 육즙을 품은 고기가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이 살아 있었습니다. 곁들여 나오는 버터 갈릭 라이스는 고소했고, 전체적으로 근사한 식사를 했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아보카도, 훈제연어와 함께 슬라이스드된 토마토, 신선 야채, 견과류 등을 놓고 그 위에 참깨 드레싱을 한 '아보카도 샐러드'도 식전에 입맛을 돋워주었습니다. 포일에 싼 소시지와 오므라이스가 함께 나오는 '호일 브런치' 역시 이미 포만감을 느끼고 있던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손이 가게 하는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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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얼라이브'의 김준형 대표
장한평이라는 동네에 이처럼 범상치 않은 요리를 들고 치열한 음식 시장에 뛰어든 이가 누구인지 궁금했습니다. 주인장도 없었던 시간에 음식점을 불시 방문해 시식한 지 보름쯤 지나 단단한 맷집에 추진력이 있어 보이는 김준형 대표(38)를 만났습니다. 긴 시간 그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 핵심을 꿰뚫어보는 안목, 음식 문화에 대한 열정에 경외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김 대표는 지금은 레스토랑 컨설턴트 겸 창업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활동하고 있지만, 요리를 제대로 알기 위해 주방에 들어가 몸으로 실전을 두루 익히고 여러 레스토랑을 거친 셰프 출신이기도 합니다.

김 대표에게 '스틸 얼라이브'를 오픈하게 된 배경과 음식의 특징을 물었습니다. "스틸 얼라이브는 철과 음식이 만나는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철제 가구 브랜드 심플라인(SIMPLE LINE)과 레어로우(rareraw)의 사옥 1층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답게 저희 가게에서는 '철이 있어 더욱 맛있는 것들'이라는 콘셉트를 갖고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가고자 시작했습니다. 가게 디자인 등은 디자인 전문가 등 여러 분야의 협업이 있었고요."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철과 음식을 멋지게 조화시켜내는 역발상적인 안목과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추진력이 인상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리와 요식업계의 트렌드를 누구보다 세심히 살펴보고 있는 그가 촌철살인처럼 툭툭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는 가슴에 와닿았고, 그가 갖고 있는 음식에 대한 철학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여러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많은 요리사들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느끼기보다 시스템 아래에서 기계처럼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던 것입니다. 배운 대로 기계적으로 만드는 요리가 아닌, 자신만의 창의력과 철학을 담은 요리를 제 스스로가 먼저 선보이고 싶어 가게를 오픈한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요리에서 레시피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는데 레시피만으로 맛있는 요리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리를 드시는 고객마다 식성과 기대하는 바가 모두 다른데 모두를 만족시키는 하나의 레시피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다못해 같은 요리의 간을 맞추는 것도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홍대 앞과 강남, 장한평이 같을 수 없고요. 요리는 고객의 기호와 특성뿐만 아니라 이런 점까지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이 다소 직설적이지만 음식사업에 뛰어들면서 김 대표가 갖고 있는 생각은 선명합니다. "쪽팔리지 말자!" "떳떳하자!" "부끄럽지 말자!" 세 가지로 집약하더군요. 잘못된 음식인 줄 알면서 손님 상에 그대로 내놓거나, 맛없는 음식을 만들어놓고 고객에게 판매하거나, 주방의 청결이 엉망인 것 모두 쪽팔리고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냐는 그의 열변입니다. 직접 만드는 요리가 되었든, 음식 컨설팅이 되었든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은 음식을 만드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싶다는 그이기도 합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돈만 추구하는 장사치가 아니라 사업가로서 정도를 걷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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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얼라이브' 전경
김 대표는 스스로가 주방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해봐서인지 '일하는 사람이 힘든 곳에서는 결코 좋은 맛이 나올 수 없다'는 생각도 갖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음식사업에 대한 큰 그림과 함께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있고, 외부로 뛰는 일과 더불어 음식점 내부의 소소함까지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그의 치밀함이 하는 사업마다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비결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스틸 얼라이브' 외에 '상수동 블루스' '키친 바이 빅테이블(Kitchen by BIGTABLE)' '작은식당' 등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5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가입니다. 시스템에 입각한 운영의 효율화를 추구하지만, 각 매장마다 스스로의 특성을 살린 요리를 자율적으로 만들어보도록 하는 것도 그의 다양한 현장 경험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개별 요리를 만드는 노하우에서부터 요식업계 전반의 판도를 예리하게 읽고 분석해내는 김 대표에게 '제2의 백종원'과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고 하자, 자신은 백종원 씨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며 멋쩍게 웃습니다. 풍부한 아이디어와 예리한 안목으로 무장한 그가 앞으로 펼쳐나갈 요리의 세계가 기대됩니다.

♣ 음식점 정보
◆메뉴
◆샐러드(Salad)
- 철판 라이스 샐러드 9,000원, 비건 샐러드 9,000원, 아보카도 샐러드 10,000원
◆브런치와 식사(Brunch & Meal)
- 호일 브런치 12,000원, 함박 스테이크 밀 12,000원, 데리야끼 삼겹 밀 12,000원, 규브 스테이크 밀 12,000원
◆작은 요리(Small Dish)
- 시트팬 치킨 18,000원, 시트팬 라자냐 13,000원, 고르곤 졸라 피자 15,000원, 쉬림프 갈릭 피자 15,000원,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13,000원 등
◆위치: 서울 동대문구 천호대로83길 31 (02)6225-6123
◆영업시간: 11:30~23:00(14:30~17:30은 커피 등 음료만 가능)
◆규모 및 주차: 50석, 입주 건물 주차장 이용
◆함께하면 좋을 사람: ① 가족 ★ ② 친구 ★ ③ 동료 ★ ④ 비즈니스 ★ ♣ 평점
맛   ★ ★ ★ ★ ★
가격  ★ ★ ★ ★ ★
청결  ★ ★ ★ ★ ★
서비스 ★ ★ ★ ★ ☆
분위기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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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웅 을지대 교수·박정녀 하나금융투자 롯데월드타워WM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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