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 사과 등을 갈아 식초, 설탕을 넣은 겨자 소스를 사용하는 냉채족발. |
뒷골목 맛집 |최근 롯데백화점이 식당을 대폭 보강했다. 이 때문에 서면 일대 식당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하지만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식당들도 있다. 그만큼 저력을 가진 음식점이라는 이야기다. '시골밥상'과 '수호족발'도 그런 가게들이다.
조래영 수호족발 대표는 IMF 외환 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에 다니던 금융맨이었다. 그는 6000여 명이 한꺼번에 명예퇴직할 때 앞장서서(?) 회사를 뛰쳐나왔다. 그가 새 직업으로 삼은 것은 요식업이었다.
조 대표는 경남 김해 인제대 앞에서 대패삼겹살 식당을 시작했다. 하지만 1년 만에 큰 실패를 맛보고 문을 닫았다. 고향인 진주에서 같은 식당으로 재기했지만, 건물주가 월세를 올리겠다며 재계약을 해주지 않는 바람에 부산 장전동 부산대 앞으로 식당을 옮겼다. 그는 그곳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핏물 빼기 잘해 누린내 안 나
과일·한약재 넣고 2시간 삶아
부드럽고 쫄깃 오리지널 족발
주 요리 같은 감자탕도 일품
조 대표는 대패삼겹살 인기가 시들해지자 서면으로 자리를 옮겨 '해물도시'라는 해물탕집을 열었다. 3년 만에 자리를 잡자 운영을 부인에게 맡긴 뒤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다. 바로 족발이었다. 20년 가까이 고깃집을 해 온 덕에 고기 요리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족발은 전혀 달랐다. 그는 서울에 있는 유명 족발집에 올라가 '수업료'를 내고 족발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오리지널족발. |
족발을 삶을 때는 대파와 사과, 파인애플, 배 같은 과일을 넣는다. 여기에 마늘, 생강을 추가한 뒤 팔각, 계피, 감초 같은 한약재 10여 가지를 더 보태 2시간 정도 삶는다. 과일과 채소는 같은 주머니에, 한약재는 다른 주머니에 넣어 섞이지 않게 한다.
다양한 족발 세트. |
조 대표가 오리지널족발을 가지고 왔다. 살코기는 매우 부드럽고 쫄깃했다. 입에 쩍쩍 달라붙는 느낌이 매우 좋았다. 돼지고기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요리법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고기가 좋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감자탕. |
바베큐족발. |
수호족발에선 가게 방문 손님 외에 테이크아웃과 배달 손님도 많다. 테이크아웃은 오후 6~7시 무렵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한다. 배달은 거꾸로 밤샘 장사를 한 사람들이 오전 8시~낮 12시 무렵 많이 찾는다. 서면이라는 지역 특징을 잘 보여주는 현상이다.
조 대표는 "부산에서 제일가는 족발을 만들고 싶다. 아직 멀었다. 더 맛있는 족발을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