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61] 콩쥐가 된 우리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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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01. 오후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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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동화 '콩쥐팥쥐'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우리는 흔히 동화라고 하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화에는 참 잔인한 요소가 많다. 세상이 무시무시하고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을 어릴 때부터 심어주기 위함일까? 동화 주인공은 대부분 그래도 시련 끝에 '동화 같은' 행복을 차지하지만 '성냥팔이 소녀'나 '인어공주'처럼 온갖 고초를 이겨내고도 쓸쓸히 죽거나 남의 행복을 지켜봐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가 기억하는 우리 고전 '콩쥐팥쥐'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콩쥐는 계모와 계모가 데리고 온 딸 팥쥐에게 밤낮없이 학대당한다. 그래도 말없이 온갖 수모와 괴롭힘을 견디는데, 팥쥐 모녀는 급기야 죽은 쥐 껍질을 벗겨 콩쥐의 이불 속에 넣고 콩쥐가 처녀로 임신해서 유산했다고 소문을 퍼뜨린다. 콩쥐는 억울함을 못 이겨 죽고, 원혼이 되어서 계모와 팥쥐에게 복수한다.〉

문득 이 동화가 떠오른 것은 지금 우리 국민이 콩쥐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계모가 콩쥐 어머니를 비방하고 모함해서 죽게 하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내용은 없었던 듯하지만, 그랬다면 우리 국민 처지는 더욱더 콩쥐와 일치한다.

계모는 계모 후보일 때는 친어머니보다 몇 배 헌신적으로 우리를 돌보며 섬기겠다고 거듭 서약하고는 들어오자마자 친어머니의 명예를 짓밟아 뭉갰다. 다음으로 불한당 떼거리를 불러들여 집안과 가산 관리를 맡겨서 집안의 기둥뿌리를 뽑고 가업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집 담장을 한 자씩 허물면서 젊은 옆집 깡패에게 살림을 하나씩 넘겨주고 마당 한구석에 그의 하수인들을 살게 한다.

보다 못 한 동네 사람들이 그 계모는 그 집안을 멸문시키기 위해 옆집 깡패가 심은 첩자니 빨리 내쫓으라고 다급히 경고하지만 집은 물론 논, 밭, 선산까지 점령한 불한당 일당을 몰아낼 힘이 없다.

계모는 끊임없이 동네에 분란을 일으킨다. 가만있는 이웃에게 싸움을 걸어 적을 만들고 허우대가 우람한 폭력배에게는 설설 기면서 무엇이든 명령만 내리시라는 듯 굴종한다. 그러면서 카바레에 패싸움이 나게 하거나 정화조를 폭파해 동네 사람들의 시선을 분산해 자기 일당의 비행을 감춘다.

계모가 들이는 일꾼은 일 잘하는 일꾼이 아니고 일 저지를 일꾼들이다. 이번에 개각으로 새로 들일 장관, 수석들은 식구들이 원통해서 피를 토하고 죽으면 장사라도 지내줄 일꾼들일까?

♣ 바로잡습니다

▲30일자 A33면 '서지문의 뉴스로책읽기' 칼럼에 인용된 전래동화 줄거리 중 '죽은 쥐' 관련 부분 등은 '콩쥐팥쥐'가 아니라 '장화홍련전' 내용이기에 바로잡습니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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