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 공유주방1번가 대표| “9번 사업실패 경험의 절실함 담아 ICT 기반 공유주방 플랫폼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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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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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 출신의 최 대표는 9번의 실패를 겪었다고 말한다. IT 회사부터 고향인 경포대 앞바다서 치킨 장사까지 경험했다. 현재 공유주방1번가뿐 아니라 배달전문 프랜차이즈 ㈜긱스패밀리의 대표도 맡고 있다. 인플루언서산업협회(IIA)의 부회장과 프랜차이즈학회 간사로도 맹활약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불문학을 전공했고, 현재 세종대 프랜차이즈 MBA에 재학 중이다.

“공유주방의 가장 큰 역할은 사회적 실패 비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공유주방 플랫폼 기업 ‘공유주방1번가’의 최영 대표가 지난 8월 말 성남시 수정구에 1호점을 열며 내놓은 일성이다.

최 대표는 공유주방1번가를 “외식 전문가들의 축적된 경험과 성공 노하우를 집약해 만든 공유주방으로, 배달음식점을 꿈꾸는 점주들에게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단순히 공간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체개발한 ICT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에 필요한 IT 시스템, 컨설팅, 마케팅·홍보 등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공유주방1번가를 이용하는 점주는 외식업의 노하우와 IT 기술을 융합한 ‘통합 주문관리 시스템’을 통해 전화 접수와 고객 응대 업무, 배달앱 주문, 배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최 대표가 공유주방1번가를 만들게 된 계기는 ‘절실함’에 있다. 그는 과거 9번이나 사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 과정에서 느끼고 습득한 노하우를 활용해 다른 창업자들에게 되풀이시키지 말자는 고민을 담았다. 임대료, 인건비, 식자재 및 배달관리 등 자영업자라면 반드시 고민할 법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공유주방1번가에 담았다.

최 대표는 공유주방1번가를 통해 자영업자들의 실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는 “혁신은 별다른 게 아니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면 그게 혁신이다. 자영업자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이라 자신했다.

▶먼저 1호점 오픈을 축하드립니다. 강남이나 홍대 같은 유명 상권을 제쳐놓고 성남에 (1호점을) 연 배경이 궁금합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다른 회사(긱스패밀리)를 통해 5년여 동안 배달전문점 브랜드를 운영해왔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남 배달 사업권을 1호점 입지로 선택했습니다. 일부에선 공유주방을 강남 같은 요지에 먼저 여는 사례가 있지만 아무래도 비용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영업자들의 지속가능한 경영의 첫 번째 걸림돌이 임대료예요. 경쟁도 치열합니다.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주들의) 수익 측면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습니다.

‘공유주방1번가’의 탄생 배경에는 최 대표가 운영하는 배달전문 음식점 ‘긱스패밀리’가 있다. 긱스패밀리를 통해 대표 브랜드 ‘열혈분식’ 등 258개의 점포를 직접 운영해왔다. 열혈분식이 출발한 곳 역시 성남이다.

▶대표님 얘기를 듣다보니 열혈분식을 하게 된 계기에 관심이 갑니다.

▷제가 사업을 9번 망해봤습니다. 인생의 밑바닥까지 경험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어떻게든 헤쳐 나가려고 작게는 경포대 치킨 장사, 온라인 쇼핑몰, 온라인 플랫폼까지 비즈니스를 다양하게 경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11번째 도전이 배달외식업 창업이었죠.

아는 업체에 들어가 9개월 동안 배달업을 배웠는데, 충격이 컸어요. 주먹구구식 경영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산적해 있었는데, 오히려 이런 곳에서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이후 성남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놓고 기획 작업을 한 후, 열혈분식을 차렸습니다. 월 매출이 5000만원을 넘어서면서 안정화되기 시작했고, 자영업자들에게 도움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자영업자 혹은 예비창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혁신의 수단으로 공유주방을 선택하셨다는 말씀이시네요.

▷한국은 말 그대로 자영업자들의 무덤이 된 상황입니다. 음식점이 1년에 16만5000개가 사라지고 또 그 이상 새로 생겨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이런 폐업 비용만 연 3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시스템적 솔루션이 무엇일까 고민해왔고, 공유주방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당장 적은 비용으로 외식 브랜드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것만 해도 자영업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공유주방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동시에 폐업 리스크도 줄일 수 있습니다.

▶공유주방이 유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만, 어떤 식으로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구조를 설명해주신다면요.

▷예를 들어봅시다. 자영업자 한 명이 나 홀로 가게를 연다고 가정하면 10평 정도 부동산에 인테리어 비용만 1000만~2000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여기에 주방 공사, 각종 시설, 직원들 인건비 등을 감안한다면, 6000만원을 쉽게 넘어갑니다. 아무리 이름 없는 작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실투자비용이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공유주방1번가를 통하면 직접 임대비용이 평당 3만원으로 줄어듭니다. 10평짜리 가게를 혼자 여는 것보다 공유주방 업체를 활용하면 고정비와 변동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공유주방을 표방하는 업체들도 우후죽순입니다. 공유주방1번가가 단순 주방공유가 아닌 플러스알파를 줄 수 있어야 혁신했다는 평가가 가능할 텐데요.

▷(공유주방1번가가) 후발이지만 그만큼 오랜 기획기간을 가졌습니다. 사실상 열혈분식을 시작할 당시부터 시작된 사업입니다. 2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창업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지속가능한 경영 솔루션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개발자 12명이 2년 동안 21억 정도를 투자해 우리 회사만의 ICT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우리가 직접 개발한 코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큰 경쟁력이라고 자부합니다.



최 대표는 ICT 기술을 더했다는 점에서 여타 공유주방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실제 열혈분식을 통한 외식업 노하우와 IT 기술을 융합한 ‘통합 주문관리 시스템’은 공유주방1번가의 자랑거리다. 공유주방1번가의 운영 플랫폼에선 클릭 한 번으로 주문 접수, 인력 구하기, 노무관리, 식자재 등 업무가 가능하다. 점주들이 주방에서 요리만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셈이다. 또한 식자재 구매 등 대형 업체들과의 협상력도 높아진다. 반경 200m 내 배달주문을 자동으로 묶어 1콜당 최대 5건의 배달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알고리즘인 ‘묶음 배달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출과 고객관리, 배달비, 물류비 등을 절감 가능하다고 최 대표는 설명한다.

실제 성남 1호점을 방문해보면 ‘배달 운영 플랫폼’ 관제센터를 통해 1명의 접수 인원이 4개의 입주사를 관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클릭 한 번이면 주문부터 배달까지 가능한 구조다.

▶ICT 기술 기반의 스마트 공유주방을 지향한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이런 게 어떻게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공유주방1번가에 입점하면 보증금 900만원에 월 임대관리비만 내면 마케팅, 노무, 세무, 고객 및 리뷰관리, 청소 등 21가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위생 문제 해결도 큰 장점이에요. 사실 여러 사건으로 인해 배달전문 음식점의 위생에 의구심을 가진 소비자들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공유주방1번가에선 소독 방역 등의 문제에 신경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건물관리를 깨끗하게 할 수밖에 없어요. 이는 다시 소비자들에게 음식의 질로 돌아가게 되고, 매출도 상승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집니다. 1명의 셰프가 보조원 1명으로 운영이 가능해요. 월 100만원 비용을 아낀다면 매출 1000만원을 올리는 것과 같습니다.

▶현재 다른 공유주방 업체 혹은 배달앱들도 IT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나요?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고, 여러 중개앱들이 생겨났지만 진입하기 쉽지 않아요. 배달앱을 이용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주문접수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광고 방식도 생경합니다. 배달음식점 창업에 나서는 이들은 대체로 나이가 많고 새로운 시스템을 배우는 일도 어려워요. 별도의 ‘운영 플랫폼’을 개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유주방1번가는 요리만 하던 기존의 주방을 소통과 교육이 이뤄지는 커뮤니티형 주방으로 재창조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1번가 유니버시티’ 등과 같은 프로그램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매장 운영에 필요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입점자를 대박 매장의 주인공으로 육성하고,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간담회를 통해 입점자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준다.

또한 전국에서 발굴한 맛집 프랜차이즈를 창업 희망자들과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공유주방1번가와 제휴를 맺은 브랜드를 1번가 내에서 창업할 경우에 혼자서 창업할 때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브랜드로 창업하고 공유주방1번가가 운영을 도와주기 때문에 입점자의 성공 확률은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공유주방1번가를 어떻게 확장해나갈 계획이신지요.

▷일단은 무작정 투자를 늘리기보다 실제 입점과 운영을 통해 사업모델을 점검하고 기업가치를 올려나간다는 복안입니다. 1호점은 말 그대로 테스트베드입니다. 이미 한 벤처캐피털과 접촉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어요. 2호점은 11월 말까지 수원 30개 업체 입점 규모로 오픈합니다. 1, 2층 구조로 만든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실험도 준비 중입니다. 3호점은 홍대에 45평 규모로 열고, 입점사 브랜드도 60개까지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펀딩 부분이 해결되면 2024년까지 400호점까지 가능할 걸로 봐요. 해외 사업은 운영 시스템을 수출하는 마스트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베트남, 필리핀, 대만, 인도네시아 진출을 준비 중입니다.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점도 많으실 걸로 보입니다.

▷길거리 매장, 배달 전문매장 등 26만 자영업자들이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습니다.

주문배달앱 시장도 2~3개 업체들이 독과점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은 철저히 소외돼 있어요. 먼저 수수료를 낮추고 주문배달앱들도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공정한 운동장이 만들어져요. 주문중개앱에서도 다양한 사업자들이 나와야 하고요. 11월 정도에, 특허 출원돼 있는 우리 플랫폼을 무상으로 배포하는 제안도 할 생각입니다.

우리 시스템을 활용하면 자영업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정산하거나 통계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자영업자들이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데이터를 가지게 되는 셈입니다. 정부에서도 이런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걸로 봅니다. 안 그래도 고임금·고렌트비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 어깨를 가볍게 해줘야죠.

▶공유주방1번가의 미래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 가실 계획이신지요.

▷외식 사업은 이제 4세대로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ICT 기반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요. 앞으로 IT개발 인력 보완에 나설 생각이에요. 또한 플랫폼을 가지고 메뉴와 레시피, 브랜드를 제공받는 식으로 운영해 나간다면 중소형 프랜차이즈들 성장하고, 자영업자들도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오래된 사명을 실현시켜 나가는 것이죠.

또한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들어 나가는 소망이 현실화되는 기업으로 키워나가고자 합니다. 행복한 직원이 만든 기술로 자영업자들이 행복해진다면, 분명 그 행복은 맛있고 질 좋은 음식이 되어 고객들에게 전달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입니다. 이 2가지를 모두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향후 4~5년 정도 더 노력해야겠지요. 앞으로 더 많은 업체들이 모이면 바잉 파워와 비용 절감 폭이 커지면서 목표를 향한 강한 원동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공유주방1번가는 이러한 원동력을 기반으로 입점 업체와 협력하면서 단순히 음식을 만들고 배달하는 공간이 아닌, 행복한 배달 음식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김병수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9호 (2019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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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매일경제 주간국으로 입사해 주로 산업 및 경제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7년부터 매일경제 월간지 매경LUXMEN 취재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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