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영국 PD정책을 보면 국내 주거용 부동산 안정화의 답이 보인다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주거용 부동산의 대혼란기이다.

9.13 부동산대책 이후 안정되던 주거용 부동산가격이 강남과 마포 등을 중심으로 점차 오르기 시작하자 정부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라는 초고강수 정책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강남 초고가 아파트 재건축은 물론 기존 재개발 · 재건축 추진 단지 대부분의 강력한 반발로 일단 입법예고는 종료되었지만 오는 10월 이를 시행할 것인지를 두고 세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건설회사들이 공급을 계속 늦추고 있는 것도 변수이다.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공급량을 늘려야 하는데 원활한 공급이 이루어질지 미지수이다. 일부에서는 공급 위축으로 몇 년 후에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 부동산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한 3기 신도시는 2기 신도시와의 형평성 문제를 마주하게 되며 언제 제대로 공급이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중무역전쟁 등 대외변수는 물론 경기침체와 같은 내부 변수도 예측을 힘들게 한다.

이처럼 불확실한 부동산 시장에서 침체되고 있는 기존 부동산을 활성화하고 집값, 즉 거주 안정성을 꾀할 수 있는 묘책은 없을까? 필자는 ‘공유주거혁명’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영국의 PD(Permitted Development) 정책

영국정부는 4차산업혁명, 공유경제라는 말이 나오기 전인 2013년 5월부터 민간이 자율적으로 필요에 따라 건물 사용 용도변경을 허가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PD(Permitted Development)정책을 시행하였다. 남아도는 오피스 공간을 민간이 주거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이 정책이 발효된 이후 공실로 비어 있던 오피스 소유자들은 자발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주거용 공간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빠른 속도로 도시재생이 이루어지고 단기간 내에 주거공간이 급속도로 확보되는 효과를 거두었다. 그 결과 수천 채의 오피스 건축물이 주거용 건축물로 영구히 변신하게 되었는데 이는 도심 주거 부동산 가격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국내에도 비슷한 정책이 있지만 본질을 놓고 보면 완전히 다르다.

국내는 LH공사나 지자체가 일부 비용을 들여 건물을 매입하고, 리모델링하고, 다시 입주자를 모집한다. 영국은 이와 달리 건물주가 직접 진행하므로 입주자를 모집하는 시간과 비용을 정부나 지자체가 부담할 필요가 없다. 또한 소요되는 시간도 매우 빠르다. 결국 민간에 문을 열어준 PD정책으로 영국은 지자체, 건물주, 민간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창출했다.

국내에도 일부 기업이나 개인들이 ‘쉐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공유주거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지만아직 초기단계일 뿐이다. 서울은 주거공간은 부족하지만 공실률이 10% 이상인 오피스, 투숙률이 아주 저조한 호텔, 임대소득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가들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들을 ‘공유형 주거공간’으로 리모델링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청년, 신혼부부들에게 저렴하고 교통이 편리한 주거공간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부동산 가격 안정효과까지 얻게 될 것이다.

■서울형 PD 제도 추진

서울시가 입주자 모집을 한 충정로역 청년주택의 경쟁률은 140대 1이었다. 가격이 저렴하고 역세권으로 교통까지 편리한 공공임대주택을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에도 용답동, 서교동, 숭인동 등에서 1,529가구를 모집할 예정이고, 내년 상반기에만 2,116가구를 모집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에만 이러한 임대주거를 원하는 청년들이 최소 70만명 이상 있다. 신혼부부나 주거취약계층까지 예상한다면 더 많은 임대주택이 필요하지만, 서울시나 LH공사가 직접 사업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 서울도 영국과 같은 서울형 PD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서울은 이미 오피스 공실률이 10%를 상회하고 있으며, 프라임급 오피스가 계속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B, C급 오피스 공실률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호텔 또한 홍대나 강남과 같은 지역을 제외한다면 투숙률이 현저히 떨어져 용도전환을 고려해야만 하는 시기이다. 현재 서울은 오직 주거용 부동산만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므로 이러한 오피스, 호텔, 쇼핑몰 중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민간이 있다면 공유형 주거나 임대형 주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단기간에 서울에서만 약 수십만개의 임대형 주거시설이 만들어질 것이다.

■서울형 PD 정책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스마트시티로의 전환

주거용도로의 전환은 대규모의 리모델링 사업 수요가 따라온다. 인테리어 설계, 시공은 물론이고 가구, 스마트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발생한다. 서민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다.

스마트시티로의 자연스러운 도시재생도 기대할 수 있다.

공유형 주거를 이용하는 주요 대상은 청년, 신혼부부, 주거취약계층이다. 이들 중 청년과 신혼부부는 스마트기술과 공유경제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첨단의 스마트홈 기술, 공유형 자동차, 공유형 자전거, 공유형 킥보드는 물론 공유주방, 공유오피스, 공유창고까지 스마트시티의 기반 기술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모여들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자들에게 당장 내 피부에 와 닿고 수요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빠른 실행을 할 수 있는 정책을 선보이는 것이다.

영국의 PD(Permitted Development)정책을 잘 참조하는 서울형 PD정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최원철 특임교수]

※ 외부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 메인에서 '매일경제'를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매콤달콤' 구독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읽을거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