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리 "봄꽃 같은 소리로 춘향가 완창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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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4.17. 오전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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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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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무대 서는 명창 박애리

[ 은정진 기자 ]
“겨우내 추위를 이겨내고 핀 봄꽃처럼 제가 표현하는 이몽룡과 성춘향의 소리도 따뜻하고 생명력이 넘쳤으면 좋겠어요.”

‘스타 명창’으로 불리는 국악인 박애리 씨(사진)가 생애 첫 완창에 도전한다. 도전작은 ‘춘향가’. 완창 시간만 5시간30분에서 6시간이 걸려 국악인들 사이에서 ‘판소리계 마라톤’이라 불리는 곡이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의 얼굴색은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다. 박씨는 “무모한 일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소리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고 싶어 하는 무대가 바로 완창 판소리”라고 말했다.

박애리는 2003년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라는 가사로 유명한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 ‘오나라’를 불러 유명해졌다. 2005년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로 선정됐다. 2015년 국립창극단이란 둥지를 떠나 남편인 댄서 팝핀현준(본명 남현준)과 KBS ‘불후의 명곡’ 등에 출연하며 대중 스타로 속칭 ‘떴다’. 지난 3월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무대에서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반주에 맞춰 민요를 부르기도 했다.

그가 ‘춘향가’ 완창에 도전하는 것은 ‘나를 다시 채우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동안 섰던 많은 무대는 큰 기쁨을 선사하면서도 한편으론 계속 소진되는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었어요. 올해 벌써 마흔두 살인데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50대와 60대가 달라질 것이란 생각도 들었고요.”

그가 부르는 김세종제 춘향가는 다른 판소리 유파와 달리 우아하고 섬세한 느낌, 에두른 표현 등 절제미를 중시한다. 이 때문에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자신의 기교를 최대한 덜어내려 한다. “예전엔 대목마다 공을 들이려고 했지만 그러면 관객이 힘들어요. 힘 줄 부분에선 에너지를 쏟고 힘을 뺄 부분은 물 흐르듯 가볍게 지나가려 합니다.” 간결함을 통해 그 안에 더한 깊이를 담아내는 게 진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생각에서다. 그의 스승이자 중요 판소리 무형문화재였던 고(故) 성우향 씨의 지론이기도 하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라는 대목으로 잘 알려진 춘향가의 하이라이트 ‘사랑가’를 박애리는 어떻게 표현할까. 그는 이번 공연에서 ‘사랑가’에서 잘 부르지 않았던 진짜 사랑가인 ‘궁짜노래’를 처음 부른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몽룡과 성춘향의 첫날밤을 묘사한 부분이라 스승님(성우향 씨)도 제가 21세가 돼서야 알려준 별책부록 같은 대목”이라며 “자녀들이 있는 관객에겐 ‘잠시 자녀 귀를 막아달라’고 할 것”이라며 웃었다. 공연은 오는 21일 오후 3시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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