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교수는 “정남규는 범행 초기부터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을 공격했는데 단 한 차례도 등 뒤에서 공격한 적 없다”며 “전부 돌려세워서 얼굴을 보면서 공격을 했다. (범죄 행동을) 분석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자기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하고 범행을 저지르는 게 일반적인데, 정남규는 오히려 (피해자들을) 돌려세우고 밝은 가로등이 있는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나중에 그에게 물어보니 ‘나는 피해자들이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지난 3월 KBS2 ‘대화의 희열2’에서 “내가 본 범죄자 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정남규”라며 “서울남부지검에서 만났었는데 연쇄 살인의 목적이 ‘유영철보다 많이 죽이는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답변이 전혀 사회적이지 않았다. 공포를 잘 느끼지 못하는 편인데 정남규와 대화하다가 등골이 오싹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 유명 범죄전문가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범죄자로 지목한 정남규는 어떤 인물일까.
정남규는 2004년 1월부터 2년여간 미성년자 2명을 성추행한 뒤 살해하고 길 가던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등 총 25건의 강도상해 및 살인 행각을 벌인 인물이다.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2007년 4월 사형이 확정됐으나 2009년 11월 수감 중이던 서울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정남규는 재판 과정에서 판사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여기엔 ‘담배는 끊었지만 죽이는 건 못 끊겠다’, ‘사람을 죽이지 못해 괴롭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지난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결국 정남규는 마지막 살해 대상을 자기 자신으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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