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메날두(메시+호날두) 시대를 준비하는 선수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있다. 주앙 펠릭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킬리앙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제이든 산초(도르트문트), 프랭키 더용(바르셀로나) 등. 그러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됐고, 케빈 더브라위너는 이들과 한 차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각)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에서 왓포드를 상대로 8-0 대승을 거뒀다. 그 중심에는 베르나르두 실바의 해트트릭과 부활한 더브라위너가 있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더브라위너. 28일 현재, 6경기에서 2득점 7도움을 기록 중인 그는 최다 도움 1위, 최다 공격포인트 2위에 올라있다. 최다 공격포인트 1위는 팀 동료 세르히오 아게로 ⓒAFPBBNews = News1
더브라위너는 지난 시즌을 통틀어 32경기 6득점 11도움을 기록하며 자신의 기량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렸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여파로 인한 컨디션 난조와 더불어 소속팀 복귀 후 연달아 부상당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2019~2020시즌을 시작하면서 완전히 회복된 모습을 보여줬다. 왓포드 전은 ‘식스 앤 더 시티’를 넘어 8골을 기록한 대승이었는데, 이 경기에서 더브라위너는 선제골 어시스트와 일곱 번째 골 어시스트, 마지막 골까지 1득점 2도움을 올렸다. 이외에도 기점 역할을 포함해 총 5개의 득점에 관여했다.

“더브라위너는 맨시티의 메시다.”

바르셀로나의 레전드이자 카타르 스타스 리그의 알 사드 감독인 사비 에르난데스의 평가다. 이것은 ‘메시만큼 잘한다’는 칭찬일 수도 있지만, 맨시티 감독이 호셉 과르디올라가 담고 있는 철학과 맞닿아 있다.

과거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과르디올라는 ‘점유율 축구’를 극대화한 경기 운영으로 유럽을 제패했다. 그리고 그 전술의 필요충분조건은 메시였다. 사비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역대 최고로 평가받는 선수들이 있었지만, 과르디올라의 팀은 메시로 시작해 메시로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브라위너는 맨시티 이적 후 더 폭넓은 활동량을 보이며 필드 전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토니 크로스가 뮌헨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 후방 빌드업 역할에 치중하게 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이제 올라운드 플레이어(all-round-player)가 됐다.

그를 하나의 포지션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그는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후방 빌드업을 전개한다. 또한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면서 아게로, 라힘 스털링에게 공을 배달한다. 여기에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빈번한 침투와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낸다.

어느 팀이든 일정한 멀티 플레이어 기질을 지닌 선수들은 있다. 폴 포그바, 손흥민, 제임스 밀너 등이 그러한 선수지만, 대개 그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특히 감독 특유의 철학을 이해하고 총괄할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고,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역할에 머무를 뿐이다.

요한 크루이프(왼쪽), 더브라위너(가운데), 리오넬 메시(오른쪽) ⓒAFPBBNews = News1
예외가 있다면 과거의 요한 크루이프(혹은 “총리” 요한 네스켄스)와 현재의 리오넬 메시다. 과르디올라의 말대로, 케빈 더브라위너는 “리오넬 메시의 다음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이것이 더브라위너에 대해 사비가 언급한 배경이다.

그것은 더브라위너가 그들과 같은 어떤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같은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가 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최고의 감독과 선수들이 있다.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유벤투스 등 전통 강호들은 과도기에 놓여 있으며, 리버풀을 제외한다면 더브라위너와 맨시티 앞에 변수가 될 팀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부상의 악령에서 벗어나 재충전을 완료한 그의 시즌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츠한국 이상문 객원기자 sangmoonjj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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