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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가는 세상이 만든 괴물… 이 남자의 웃음을 조심하라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
베네치아 영화제서 최고상 받은 올해 최고의 문제작 '조커' 개봉… 배트맨 시리즈 악당의 탄생 다뤄
캐릭터 위해 23㎏ 감량한 피닉스… 앙상한 몸을 붓처럼 활용해 열연
지나치게 생생한 피닉스 연기에 영화 속 폭력 장면 논란도 커져


광기를 연기하는 게 아닌, 광기 자체로 번득인다. 2일 개봉한 '조커'(감독 토드 필립스)는 올해 최고의 문제작이 될 작품이다. 최근 몇주 동안 지속됐던 "극장가에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볼멘소리도 '조커'의 등장으로 증발할 것이 틀림없다. 익히 알려진 DC코믹스 '배트맨' 시리즈의 미치광이 악당 조커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그린 작품. 코믹스를 기반한 영화로는 처음으로 올해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훗날 조커가 되는 아서 플렉을 연기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45)는 이 영화의 심장이자 살갗이고, 꼭짓점이자 마침표다. 영화 속 피닉스가 발작하듯 웃음을 터트릴 때, 앙상한 팔 다리를 휘저으며 온몸으로 곡선을 그릴 때, 보는 이는 멱살 잡힌 심정이 된다. 그저 끌려 들어간다.

배트맨 시리즈의 미치광이 악당 조커는 본래 걷어차면 바로 쓰러지는 나약한 광대 아서였다. 얻어맞고 짓밟히면서 아서는 "미쳐가는 세상" 속에서 결국 괴물이 된다. /워너브라더스
◇뼈와 살갗으로 연기하다

"피닉스가 아닌 조커는 상상할 수 없었다." 영화를 만든 토드 필립스 감독은 처음부터 조커를 연기할 배우로 호아킨 피닉스를 점찍었다고 전해진다. 용감한 듯 유약하고, 대담한 듯 야비해 보이는 피닉스의 얼굴에서 조커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피닉스 역시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드라마와도 다른 영화"를 '조커'의 시나리오에서 봤고, 이를 구현하길 꿈꿨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고, 순진무구하면서도 악의에 번득이는 인물을 그려내고 싶었다는 것. "조커가 굶주리고 상처 받은 늑대처럼 보이길 바랐다"는 그의 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부서질 것 같은 악당'을 완성하기 위해 피닉스가 택한 것은 극한의 체중 감량. 매일 사과 한 개만 먹어가며 몸무게23㎏을 줄였다. 그 결과 영화 속 아서의 몸은 앙상함 그 자체로 보인다. 솟아오른 어깨뼈와 불거진 날개뼈, 멍들고 긁힌 팔다리로 피닉스는 상처와 분노, 폭력과 학대에 변해버린 인간의 극한을 표현한다.

행위 예술 같은 춤도 압권. 피닉스는 몸을 붓처럼 활용했다. 그가 화장실에서 온몸으로 곡선을 그리며 춤출 때, TV 토크쇼에 나가기 직전 가파른 계단 위에서 기괴하게 팔다리를 비틀고 발차기 할 때, 관객은 무언(無言)의 동작에서 끓어오르는 목소리를 듣는 놀라운 역설을 경험한다.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닉스는 "화장실에서 춤추는 장면은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토드 필립스 감독이 틀어준 음악을 듣고 움직였다"고 했다. 애드리브로 완성한 장면이라는 얘기다. 갑자기 냉장고로 들어가는 장면도 본래 대본엔 없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아서가 춤출 때, 보는 이의 심장은 녹아내린다. 몸짓이 대사보다 격렬한 목소리를 낸다. /워너브라더스
몸으로 말하는 건 본래 피닉스의 장기이기도 하다. 로마 황제로 나온 '글래디에이터' 등으로 이미 세 차례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사회 부적응자를 연기한 '마스터', 살인 청부업자로 변신했던 '너는 여기에 없었다' 같은 작품을 통해 그는 몸을 비틀고 입술을 떠는 것만으로 대사가 닿지 못하는 이면의 감정을 그린다. 올해 그가 가장 강력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외신들은 피닉스를 배트맨을 연기했던 크리스천 베일과 비교하기도 한다. 베일도 피닉스도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며 변신하는 메소드 연기의 달인으로 불린다. 베일도 피닉스를 극찬한다. 그는 "호아킨 피닉스는 이 시대 가장 위대한 배우다. 그의 조커 연기를 빨리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너무나 실제 같아 두렵다"

피닉스의 지독하게 사실적인 연기는 그러나 이 영화를 향한 논란을 증폭시키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영화는 고담시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절망의 핏빛 폭주를 그리지만, 피닉스가 온몸으로 주인공의 분노와 고통을 생생하게 재현하면서, 영화는 종종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중반부부터 벌어지는 '조커'의 폭력과 폭동 장면을 두고 "과연 이것이 온당한가"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 솜털까지 곤두서게 만드는 피닉스 연기가 지나치게 충격적이라는 것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 영화는 금고에 봉인한 다음에 바다에 빠뜨려 개봉을 막아야 한다"고 썼을 정도다. 한국에선 15세 관람가인 것도 논란을 빚고 있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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