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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맞서는 악당…‘매력 있다’ 매번 연기파 배우…‘믿고 본다’

호아킨 피닉스

- 영화마다 왜 ‘조커’에 열광하나

1966년 美 ABC 드라마 첫 등장

익살꾼·낭만주의자 등 10인10색

웃는 표정에 온갖 감정표현 필요

잭 니컬슨 등 최고의 배우만 맡아

내달 새로운 캐릭터 ‘조커’ 개봉

惡人 될 수밖에 없던 당위성 주목


“넌 날 완전하게 만들어.”(You complete me.)

영화 ‘다크나이트’(2008년)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배트맨에게 이렇게 말한다. 선(善)을 상징하는 배트맨의 활약이 절대 악(惡)인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조커는 또 다른 의미로 더욱 완전해졌다. ‘배트맨’ 시리즈에서 악인 역할을 맡았던 그가 영화 ‘조커’를 통해 독립 캐릭터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커’는 이달 초 열린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코믹스 영화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전 세계 영화 팬들을 들끓게 만들고 있다. 배트맨 시리즈를 배출한 DC코믹스를 넘어 역대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악역으로 꼽히는 조커의 매력은 무엇일까?

◇연기파 배우에게만 허락된 조커



‘범죄계의 광태자’(Clown Prince of Crime)라는 별명을 가진 조커를 최초로 등장시킨 작품은 1940년 코믹북 ‘배트맨#1’이다. 1928년 작인 무성영화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가 연기하는 실사판 조커는 1966년 미국 ABC 드라마에 처음 등장한다. 이후 커티스 암스트롱, 로저 스톤버너 등이 여러 작품에서 조커를 연기했다. 하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조커의 계보라면 1989년 작 영화 ‘배트맨’ 속 잭 니컬슨,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재러드 레토라 할 수 있다.

이 ‘조커’들은 이름만 공유할 뿐 각자 성격이 다르다. 배트맨과 싸우다 화학약품에 빠져 얼굴을 잃고 갱단 두목에서 조커로 거듭나는 잭 니컬슨표 조커는 역대 캐릭터 중 가장 익살맞다. 허리춤에서 자신의 다리 길이만 한 권총을 뽑는 등 수시로 장난을 친다. 이는 기괴한 판타지물로 농담을 건네는 데 익숙한 팀 버턴 감독이 연출을 맡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역대 최고로 꼽히는 히스 레저의 조커는 ‘악을 위해 악’을 저지른다는 측면에서 가장 ‘순수한 악’에 가깝다. 그래서 ‘다크 나이트’에서는 조커의 등장 배경이나 설명도 없다. 특유의 웃음기도 걷어냈다. ‘본 투 데빌’(born to devil)인 셈이다.

반면 할리퀸을 향한 사랑을 보여준 재러드 레토의 조커는 로맨티스트로도 불린다. 갱단을 이끄는 사이코패스 같은 측면에서 잭 니컬슨의 조커와 유사하다.

영화 속 주변 캐릭터인 조커가 어떻게 시대를 관통해 생명력을 유지하고 대중의 지지를 받을까.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주인공 슈퍼 히어로가 부각되기 위해서 상대 악역이 더 강하고 매력적이어야 하는데, 조커는 그중 으뜸”이라며 “조커는 웃는 얼굴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고난도 캐릭터인 만큼 잭 니컬슨, 히스 레저같이 최고 연기파 배우에게 맡겨졌기 때문에 매력이 배가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뭐가 다른가?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을 맡은 ‘조커’는 기존 조커와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그동안 작품들이 조커의 악행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면 ‘조커’는 그가 조커가 될 수밖에 없는 당위성에 주목한다. 이런 의미에서 ‘다크 나이트’가 배트맨의 탄생 이유를 다뤘다면 이 영화는 ‘조커 라이즈’로 불려도 무방하다.

고담시에 사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코미디언을 꿈꾼다. 범죄가 판치고 잔뜩 화가 나 있는 고담 시민에게 웃음을 안겨주고 싶어 광대를 자처한다. 그는 희극을 지향하지만 현실은 비극에 가깝다. 이 두 상황 속에서 아찔한 줄타기를 하던 아서는 결국 얼굴은 웃지만 모두를 울게 만드는 조커로 변모한다. 극 중 아서의 공책에 ‘나의 죽음이 삶보다 가치 있기를’이란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 문장 속 스펠링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혜은 더스크린 편집장은 “그 문장은 마치 순교처럼 읽히는데, 조커가 그 스펠링을 잘못 썼다는 것은 결국 악이 돼 세상을 바꾸려는 그의 선택이 잘못된 것일 수 있고, 사회적 모순이 조커라는 악을 잉태한 것을 보여주는 의도라 할 수 있다”며 “사회적 약자가 악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웃음 코드를 신경증적인 방식으로 다룬 점이 신선하다”고 설명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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