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52년만에 긴급법 발동… "마스크 시위, 최대 1년 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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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계엄령 선포한 셈… 시민들은 마스크 시위 계속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5일 0시부터 사실상 계엄령에 해당하는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발동, 복면금지법을 시행한다고 4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홍콩 내 모든 집회·시위 현장에서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게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가 금지된다. 그러나 이날 오후 홍콩 시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항의 집회를 벌여 유혈 충돌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넉 달간 400여 차례의 시위가 있었고 1000여 명이 다쳤다"며 "폭력이 고조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어 관련 법규를 검토했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1일 18세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으면서 시위가 격화할 기미를 보이자 주말 집회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 법을 발표했다. 다만 캐리 람 장관은 "복면금지법 시행이 곧 홍콩의 비상사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이를 사실상 계엄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홍콩 정부가 복면금지법을 시행하기 위해 1922년 제정된 긴급법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긴급법은 공공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의회인 입법회의 승인 없이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긴급법이 발동된 경우는 1967년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반영(反英) 폭동 때 한 번뿐이다. 52년 만에 사문화된 법을 발동한 것이다.

복면금지법에 따르면 홍콩 시민들은 모든 공공 집회에서 복면을 착용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최대 1년 징역형이나 2만5000홍콩달러(약 382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집회가 없는 공공장소에서도 경찰이 요구할 경우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복면금지법 시행에 시위가 더 격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람 장관의 발표 직후 홍콩 도심인 센트럴,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이 "복면금지법 반대" "폭도는 없다, 폭정만 있을 뿐" 구호를 외치며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홍콩 시위를 주도해온 야권 단체 '민간인권전선'은 페이스북을 통해 람 장관 등을 "천고(千古)의 죄인"이라고 비판하며 "복면금지법 반대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에서 홍콩 업무를 총괄하는 홍콩·마카오 사무 판공실 양광 대변인은 이날 "복면금지법은 매우 필요하다"며 적극 지지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시위 때 복면을 금지하는 법은 미국·캐나다·독일·프랑스 등 전 세계 15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sooc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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