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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민음사/3만원 |
오늘날 G2 신중국은 중국공산당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정치시스템을 엘리트 정치 또는 ‘집단지도체제’라고 한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집단지도체제의 최근 흐름을 분석하면서 미래 중국정치의 향방을 유추해낸다. 중국 국내 정치는 특히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정세의 판도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라는 측면에서 그 본질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문 지식이면서도 쉽게 쓴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돋보인다. 저자가 이미 출간했던 저서를 토대로, 미래 중국정치의 방향성을 추가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집단지도체제는 마오쩌둥 1인 체제와, 덩샤오핑 집권기, 그리고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집권기별로 특징을 보인다. 지금의 중국을 움직이는 집단지도체제가 본격 가동된 시기는 덩샤오핑 사후였다. 집단지도체제의 핵심은 25인의 정치국과 7∼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회이다. 시진핑은 상무위원회 구성원 중 1인이며 의장이다. 통상 붙는 국가주석이란 행정적 명칭이며, 총서기는 당직이다(당대표). 중국을 움직이는 정치 엘리트들이 총집합된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 멤버들이 국내외 중요 현안을 결정한다. 이것이 집단지도체제의 요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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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에서 “지금의 중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즉, 집단지도체제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왼쪽부터 마오쩌둥, 덩샤오핑, 시진핑 국가주석. |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집단지도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저자는 예측한다. 다만 그 구체적인 형태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유동적이다. 중국을 감싸고 있는 국내외 정세가 매우 유동적이며, 이에 따라 향후 중국 내 권력 지형이 요동치기 때문이라는 것.
저자는 2022년의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나타날 권력 승계에 대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한다. 첫째는 후진타오 방식의 답습이다. 시진핑이 공산당 총서기, 국가 주석, 중앙군사위 주석을 차기 지도부(혁명 6 세대)에 ‘모두 동시’ 이양하는 것이다. 둘째는, 장쩌민 방식의 답습이다. 국가주석과 당총서기를 넘겨주고, 중앙군사위 주석은 2년 이후 넘겨주는 단계별 이양 방식이다. 셋째는 시진핑이 3개 최고 직책 모두를 유지하는 것이다. 권력 이양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는 기존의 권력 승계 규범을 무시하고 집단체제를 무시하는 행위다. 사실상 시진핑의 ‘일인지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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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공산당 14차 당대회 이후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실행되어 온 집단지도체제는 나름의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고 있는 엘리트 정치의 유형이다. 중국공산당 체제는 굳건히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과거 마오 시대 유형의 1인 체제는 불가능하다. 또한 지방정부의 천문학적인 부채와 관료 부패 등으로, 공산당 지배 체제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일각의 지적은 합리적이지 않다. 최근 홍콩 사태를 보면서 중국공산당 체제에 균열을 초래할 것이란 시각도 없진 않다. 그러나 중국에서 볼 때 홍콩의 정치적 위상은 반환 당시보다 훨씬 축소되어 있다. 정치적 위상은 경제적 볼륨과 궤를 같이한다는 면에서, 홍콩 사태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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