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10차례 살인 중 9차례 범행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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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01. 오후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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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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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범죄 5건도 저질렀다고 털어놔

1988년 9월7일 일어난 7차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경찰이 뿌린 범인 몽타주.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아무개(56)씨가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1일 자백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의 말을 이날 종합하면, 이씨는 1986년 9월15일부터 1991년 4월3일까지 당시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강간·살해된 화성연쇄살인사건 가운데 9건을 자신의 범행으로 인정했다. 이 가운데 1988년 9월16일 여중생이 피살된 8차 사건은 모방 범죄로 밝혀져 범인이 붙잡힌 상태다.

이씨는 또한 화성연쇄살인 사건 이외에도 화성 일대에서 3건, 이씨가 충북 청주로 이사한 뒤 1994년 1월 처제를 살해하기 전까지 2건 등 모두 5건의 다른 범죄도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5건의 범죄가 살인이었는지 등에 대해선 경찰은 ‘수사중’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자백의 신빙성과 객관성, 임의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수사기록과 사건 관련 증거물을 정밀분석하고 있다”며 “자백한 사건의 정확한 내용에 대해서는 관련 수사가 끝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까지 9차례에 걸쳐 프로파일러 9명 등을 동원해 이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서 대면조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그는 화성사건과의 연관성을 완강히 부인해왔다. 그러던 이씨가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은 것은 지난주부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25년째 복역 중이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1980년대 후반부터 5년여 동안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건이지만, 범행 당시의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2001년 9월14일~2006년 4월2일 사이 모두 공소시효(범행 후 15년)가 만료됐다. 하지만, 경찰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뒤에도 진범을 가리기 위해 계속 수사를 해왔다. 전담팀을 구성하고 유전자 분석 기술 개발이 이뤄질 때마다 증거를 재차 대조하는 노력을 했으나, 수사는 수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사건의 실마리가 풀린 것은 지난 7월께다. 경찰이 이 사건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디엔에이(DNA) 분석을 의뢰한 결과, 5·7·9차 사건 증거물에서 채취한 디엔에이와 이씨의 디엔에이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화성군 태안과 정남, 팔탄, 동탄 등 태안읍사무소 반경 3㎞ 내 4개 읍·면에서 13~71살 여성 10명을 상대로 벌어진 이 사건은, 잔인한 범행 수법과 경찰의 수사망을 비웃듯 같은 지역에서 반복된 살인사건이어서 경찰 강력범죄 수사 역사에 뼈아픈 오욕을 남겼다. 당시 살해 수법은 대부분 스타킹이나 양말 등 피해자의 옷가지가 이용됐으며 끈 등을 이용해 목을 졸라 살해한 교살이 7건, 손 등 신체 부위로 목을 눌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액살이 2건이었다. 이 가운데 일부 사건은 이씨가 주검의 주요 부위를 훼손해 국민을 경악게 했다.

이씨는 당시 버스정류장에서 귀가하는 피해자 집 사이로 연결된 논밭 길이나 오솔길 등에 숨어 있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성폭행 피해를 가까스로 면한 여성과 용의자를 태운 버스운전사 등의 진술로 미뤄, 당시 범인을 20대 중반으로 키 165∼170㎝의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추정했다. 이 사건 해결을 위해 동원된 경찰 연인원이 205만여명으로 단일 사건 가운데 최다였고, 수사 대상자는 2만1280명, 지문대조 인원은 4만116명에 달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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