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최고위원회의부터 대야 공세가 시작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한국당은 태풍피해 등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동원집회에만 골몰하며 공당이길 포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초동 촛불 집회와 광화문 집회 차이점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광화문 집회를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박광온 당 최고위원은 “서초동 집회는 깨어있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을 향한 절박함에서 비롯된 반면 한국당 폭력집회는 당 총동원령, 종교단체, 이질적 집단들이 동원됐고 문재인 정권을 흔들어보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집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 정확하게 판별해달라”고 했다. 두 집회를 선과 악의 대립으로 등치한 셈이다.
이해식 대변인과 박찬대 원내대변인의 이날 현안 브리핑은 총 6꼭지 중 4꼭지가 ‘광화문 집회 내란선동과 폭력성’ 고발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당 내 자성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기자와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면서 성공한 대통령,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중진의원 A),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켜 극단의 정치까지 온 데 대해 여야 모두 큰 반성이 요구된다”(중진의원 B), “소리 없는 걱정들이 많이 있다”(중진의원 C) 등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아직 수면 아래 목소리일 뿐이다. 청와대 집중 구조와 당의 단일대오 엄수령, 내년 총선 공천심사 등으로 여전히 침묵모드다.
이러는 사이 의회정치는 실종됐다. 대의민주주의의 상징이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질타하는 상황까지 갔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분열ㆍ편가르기ㆍ선동의 정치가 위험선에 다다랐다. 국민 분노에 가장 먼저 불타 없어질 것이 국회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국회의원들이 대의민주주의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문 의장은 이어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로 국민 뜻은 충분히 전달됐다”며 “여야 정치권이 자중하고 민생과 국민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대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문 의장의 호소가 통할까. 현재로선 미지수다.
김형구·성지원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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