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절박함, 광화문=폭력" 광장내전 부추기는 집권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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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04. 오후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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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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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국당도 국회보단 광장에 몰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광화문 집회 하루 뒤인 4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야 정치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당 지도부 회의, 대변인 성명, 언론 인터뷰 등 가용 화력이 총동원됐다. 타깃은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자유한국당이었다. 범보수 진영이 이끌고 다수의 시민들이 참여했는데 ‘광화문 집회=한국당 집회’로 규정했다.

오전 최고위원회의부터 대야 공세가 시작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한국당은 태풍피해 등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동원집회에만 골몰하며 공당이길 포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초동 촛불 집회와 광화문 집회 차이점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광화문 집회를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박광온 당 최고위원은 “서초동 집회는 깨어있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을 향한 절박함에서 비롯된 반면 한국당 폭력집회는 당 총동원령, 종교단체, 이질적 집단들이 동원됐고 문재인 정권을 흔들어보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집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 정확하게 판별해달라”고 했다. 두 집회를 선과 악의 대립으로 등치한 셈이다.

이해식 대변인과 박찬대 원내대변인의 이날 현안 브리핑은 총 6꼭지 중 4꼭지가 ‘광화문 집회 내란선동과 폭력성’ 고발에 초점이 맞춰졌다.

“토요일 촛불집회 많이 오길 기대” 발언 후 취소도
5일 예정된 서초동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설훈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토요일 촛불집회에 많은 분들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숫자싸움 정치가 된다”고 한 동석자의 지적에 “그러면 취소하겠다”면서도 “저는 내일(5일) 나가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집회 참석은 없다고 선을 긋지만 5일 집회는 1주 전보다 많은 20여명의 의원이 개별적으로 참석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 열혈 지지층은 “토요일 서초동엔 건국 이래 최대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소속 보수단체 등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조국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서초동’과 ‘광화문’이란 두 개의 광장이 이질적 민심을 뿜어내는 분출구가 되고 있다. 안정적 국정운영이란 책임을 진 집권당은 그러나 당장의 유불리를 따지며 편가르기 중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지금은 단순한 세 대결이 아니라 극단적 분열 상태로 집권세력 책임이 크다”며 “이쯤 되면 국정운영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내전상태가 심각한 상황을 몰고올 수 있다”고 했다.

여당 내 자성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기자와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면서 성공한 대통령,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중진의원 A),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켜 극단의 정치까지 온 데 대해 여야 모두 큰 반성이 요구된다”(중진의원 B), “소리 없는 걱정들이 많이 있다”(중진의원 C) 등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아직 수면 아래 목소리일 뿐이다. 청와대 집중 구조와 당의 단일대오 엄수령, 내년 총선 공천심사 등으로 여전히 침묵모드다.

황교안 “문 대통령 결단 없으면 이 싸움 안 멈춘다”
한국당도 국회 대신 광장에 몰두하긴 매한가지다. 황교안 대표는 “문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는다면 이 싸움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국감대책회의에서 “(전날 집회는) 중도우파시민들이 나선 것으로 민심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는 사이 의회정치는 실종됐다. 대의민주주의의 상징이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질타하는 상황까지 갔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분열ㆍ편가르기ㆍ선동의 정치가 위험선에 다다랐다. 국민 분노에 가장 먼저 불타 없어질 것이 국회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국회의원들이 대의민주주의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문 의장은 이어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로 국민 뜻은 충분히 전달됐다”며 “여야 정치권이 자중하고 민생과 국민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대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문 의장의 호소가 통할까. 현재로선 미지수다.
김형구·성지원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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