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범인으로 20년 복역 억울…재심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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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08. 오후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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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윤모씨 “고문에 허위자백, 아무도 안 도와줘” 변호사 선임 뜻
ㆍ이춘재, 용의선상 올랐지만 채취한 체모의 혈액형 달라 제외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가 8차 사건 당시에도 용의선상에 올랐고, 경찰이 이씨의 체모까지 채취해 조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8차 사건은 애초 모방범죄로 분류됐다가 최근 이춘재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혀 논란이 된 사건이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8차 사건의 범인으로 20년을 복역한 윤모씨(당시 22세·농기계 수리공)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신청할 뜻을 밝혔다.

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전날까지 휴일을 빼고 모두 13차례에 걸쳐 이씨에 대한 대면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이씨는 당시 8차 사건 피해자와 두 집 건너 이웃에 살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범행을 자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8차 사건은 이씨의 DNA가 일치하는 증거물이 나온 7차 사건 발생 9일 만인 1988년 9월16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박모양(당시 13세)이 집에서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지금까지 8차 사건은 ‘모방 범죄’로 분류됐고, 진범이 검거돼 20년 복역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8차 사건 현장에서 수거한 성인 음모 8개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방사성 동위원소 감별법으로 정밀감식한 결과, 용의자의 혈액형은 ‘B형’이고 중금속인 티타늄(13.7PPM)이 다량 검출됐다는 결과를 받았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티타늄을 사용하는 용접공이나 생산업체 종업원 가운데 혈액형이 ‘B형’인 수백명의 음모를 취합해 감정을 의뢰했다.

그러나 당시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는 비용이 비싸서 모두 실시하지 못하고 혈액형과 형태가 비슷한 것만을 골라서 검사했다. 결국 이씨는 혈액형이 ‘O형’이었기 때문에 용의선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팀이 1~7차 사건과 달리 8차 사건은 야외가 아니고 실내(집)이며, 옷으로 묶는 등 기존 사건들과 범행 방법도 달라서 연쇄살인이 아닌 개별사건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이씨가 자백한 범행보다 더 많은 살인과 성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당시 화성·수원·청주 등의 미제사건들을 모두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8차 사건에 대한 이씨의 자백과 당시 진범으로 확인돼 20년간 복역한 윤씨가 재판 과정에서 “고문에 의한 자백”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과거 경찰이 부실한 수사로 애꿎은 시민에게 누명을 씌우고 20년 옥살이를 강제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윤씨는 이날 충북 청주시의 자택 근처에서 취재진에게 “변호사를 선임해 재심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30년 전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아무도 도와준 사람이 없었다”며 “언론을 포함해 경찰, 검찰 다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해 “경찰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으나, 2심과 3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일각에서는 윤씨가 재심 절차를 밟는다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는 반면, 재심 요건이 매우 까다로운 탓에 개시 자체가 어려우리란 정반대의 의견도 나온다.

김동성·최인진 기자 est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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