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 검문…헬기 방역…“멧돼지 남하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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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09. 오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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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지자체·군, 북한 접경지역 ‘돼지열병 차단’ 비상
ㆍ인근 관광지 소독 초소 운영
ㆍ개체 줄이려 포획 작전까지
ㆍ상시 방역체계 구축 계획도

지난 8일 오후 강원 양구군 방산면 민통선 안에 위치한 ‘두타연’으로 향하는 길목인 이목정안내소 인근에서 21사단 장병들이 차량들을 ‘U자형 고정식 소독기’ 앞에 정지시킨 후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지난 8일 오후 강원 양구군 방산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안에 위치한 ‘두타연’으로 향하는 길목인 이목정안내소 앞의 모습은 평상시와 사뭇 달랐다. 민통선 경계지점인 이곳엔 바리케이드와 함께 ‘U자형 고정식 소독기’가 설치돼 있었다.

21사단 소속 장병들은 이곳에서 북쪽으로 7.4㎞가량 떨어진 ‘두타연’을 출입하는 차량들을 ‘고정식 소독기’ 앞에 정지시키고, 차체 모두에 소독약품을 뿌린 뒤 통과시켰다. 차량번호와 탑승자들의 신원도 꼼꼼히 확인했다.

금강산에서 발원한 물이 수입천의 줄기를 따라 내려오다가 이룬 거대한 물웅덩이가 기암괴석과 조화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는 ‘두타연’은 매년 1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명소다. 주변에 축사도 없는 민통선 내 관광지에 이례적으로 고정식 소독기까지 설치하고, 출입차량에 대한 소독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은 멧돼지에 의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최근 북한과 인접해 있는 접경지역 시·군에서 야생 멧돼지는 ‘공공의 적’이 됐다. 수확기에 접어든 농작물을 마구 먹어치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멧돼지가 접경지역에서 최우선 퇴치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ASF 때문이다.

지난 3일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접경지역 자치단체들은 군 당국과 협력해 헬기와 제독차량, 선박까지 동원해 민통선 일대와 남북을 잇는 북한강 수계 주변에 대한 긴급방역을 실시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조사한 2017년 기준 국내 멧돼지 서식밀도는 100㏊당 5.6마리로, 2012년 4.3마리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 지역별 세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DMZ·민통선과 인접해 환경보전 상태가 좋은 접경지역의 멧돼지 서식밀도는 이보다 크게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민통선 일대에서 3~4㎞ 정도만 가다보면 멧돼지 떼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양구군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21사단, 12사단과 협조해 지난 5일부터 두타연을 비롯해 비득고개, 제4땅굴, 을지전망대 등 6개소에서 방역초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40명 규모의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과 기동포획단을 운영하며 지난달까지 384마리의 멧돼지를 잡는 등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포획활동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21사단과 12사단도 최근 양구군으로부터 빌린 가로 68㎝, 세로 220㎝, 높이 103㎝의 ‘철제 포획틀’을 민통선과 DMZ 인근에 설치하는 등 ‘멧돼지 포획작전’을 강화했다. 최유화 양구군 생태산림과 주무관은 “군부대 등과 협조해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총포를 사용할 수 없는 군사보호시설 인근 농가에도 멧돼지 포획틀 10대를 임대해 줬다”고 말했다.

다른 접경지역 자치단체도 비상이 걸린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6일부터 군부대와 함께 헬기를 통한 차단 방역을 강화하고 있는 화천군은 10일부터 평화의댐과 파로호 등 남북을 잇는 북한강 수계 주변에 대한 2차 긴급방역에 나선다. 북한 금강산댐 하류에서 북한강 상류로 내려오는 물길을 따라 멧돼지가 남하할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다. 강원도는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접경지역 하천변에서 헬기 방역에 나섰다.

강원 도내 접경지역 5개 시·군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22만3000여마리에 달한다. 홍경수 강원도 동물방역과장은 “연간 200억원을 투입해 16개 거점소독시설과 26개 통제초소를 연중 운영하는 등 ASF 차단을 위한 상시방역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파주, 연천, 김포, 강화지역 농장에서 13건의 ASF가 발생, 돼지 14만5000마리가 살처분됐다. 한편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 야생멧돼지와 접경 지역 하천수 등의 ASF 바이러스 오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DMZ 내 멧돼지 폐사체 한 마리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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