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조기어강 청어과의 청어는 20~38cm 정도의 바닷물고기로 학명은 Clupea pallasii이다. 한때 독립적인 종으로 청어라 불린 대서양 청어와 태평양 청어는 지금은 아종으로 여겨진다. 청어의 별칭으로는 누어, 비어, 비웃, 구구대라고 한다. 옛날에는 돈없는 선비의 영양을 충족해 준다는 뜻의 비웃(肥儒)으로 불렸고, <훈몽자회, 1527년>에는 청(鯖)자 때문에 ‘비웃청, 속칭 청어(鯖魚)’라 표기하고 있다.

청어는 머리가 작고 날씬한 유선형으로 옆으로 납작하다. 몸의 색은 등이 진한 청색, 배는 은백색이다. 배지느러미 앞쪽에 인판이 있다. 냉수성 어종으로 무리 지어 서식하며 어류의 유생과 요각류, 익족류, 그리고 플랑크톤성 갑각류 등을 먹고 산다. 반대로 대서양 대구, 연어류, 다랑어류 등 대형 포식어류의 먹이도 된다. 산란하기 위해 연안 쪽으로 움직이는 청어는 위도와 온도에 따라 12월~여름까지 산란하고, 4만여 개의 점성난을 해초나 바위 위에 낳으며, 알은 약 2주만에 부화한다. 청어는 약 4년 만에 성숙하며 20년 정도 산다.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어종 중 하나인 청어는 우리나라 동해안과 일본 북부, 오호츠크 해, 베링 해 등에 분포한다. 겨울부터 봄까지 주로 잡히는 청어는 구이, 찜 재료로 이용하며 겨울에 특히 맛이 좋다.

고등어와 같은 등푸른 생선으로 DHA 함량이 높고 저가라서 인기가 좋다. 우리는 포항 인근에서 나는 과메기를 즐겨 먹는다. 원래는 청어로 만들었지만 이제 청어가 잘 잡히지 않아서 꽁치를 이용하여 과메기를 만든다. 유망과 선망으로 포획하는 청어는 유럽에서는 대다수 소금 등으로 통 속에 절이거나, 훈제처리하여 훈제청어(kippered herring)를 만든다. 캐나다 동부와 미국 북동부 연안에서는 어린 청어를 어살이나 예인망으로 잡아 통조림을 만든다. 태평양에서 잡힌 청어는 이들 나라에서 어유, 어분을 만들며 소수가 식초(또는 소금)에 절여지거나 훈제된다.

'herring'은 ‘hērą(hair)’와 ‘-ing’가 결합된 게르만 조어 ‘hēringaz(herring)’에서 유래했는데, 청어의 잔뼈가 사람의 머리카락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단어가 고대 영어 ‘hǣring’으로 유입되고 중세 영어 ‘hering’이 된 다음 최종 'herring'으로 정착했다. 영어이름 'herring'은 청어속의 여러 종들뿐만 아니라 알로사 크리소클로리스, 알로사 프슈도하렝구스를 비롯한 청어과의 다른 종들에도 적용된다. 물멸 등 청어과가 아닌 타 과의 일부 어류에도 'herring'이라는 영어 이름이 사용된다. 패션에서 ‘헤링본(herringbone)’은 청어의 뼈 모양, 또는 그렇게 짜 맞춘 무늬로 능선을 연속시키지 않고 조직 내에서 도중에 끊고 반대 방향으로 마주 보게 한(직사각 무늬가 겹쳐지며 반복되는) 삼능모양의 직물로 수트, 재킷, 코트 직물로 쓰인다. 건축에서도 과거 압력을 줄이고 붕괴를 막기위해 헤링본 양식으로 벽을 만들었고 이제는 바닥의 인테리어 소품 무늬로도 사용한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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